당신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드립니다

9강+10강 = 비유적 에세이 쓰기+계절의 날씨로 분위기 있는 글쓰기

by 회색토끼

9강)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자유로운 주제를 하나 선정하여 직유, 은유, 의인법 중 최소 2가지 이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생동감 있는 에세이를 작성

주변의 사물, 장소, 경험, 감정 등 자유롭게 선택

10강)

계절의 날씨를 이용하여 자유 주제로 분위기 있는 글 한 편 쓰기



동네를 빨갛고 노랗게 수놓았던 단풍이 하나둘 지기 시작할 때 어김없이 공기가 차가워진다. 코끝이 맵고 겉옷은 점점 두툼해졌다. 서늘한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릴 때면 나는 아스라히 시린 하늘을 올려다보곤한다. 새파랗던 하늘은 점점 옅어며 회백색으로 물들어가는게 보일 무렵,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이 맘 때쯤 나는 연례 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한 해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서 주는 것이다. 언제부터 카드를 써서 주기 시작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 쓰면 부모님은 반드시 내게 답장을 써주셨다. 나는 그것을 하나둘 산타할아버지의 털옷 같은 빨간 상자에 모아 간직해 나갔다. 나이를 먹고 친구들한테도 써주면서 내가 자라나듯 상자도 점점 자라났다. 이 상자는 내가 받아온 사랑의 역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이 상자는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위안의 창고처럼 내 옆을 지켜주었다. 더 이상 내 편이 없는 것 같고, 끝 없는 어둠 속을 걷고 있을 때마다 나는 그 상자를 찾았다. 가장 최근 것부터 하나, 둘 읽어나갈 때마다 내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매 순간 나를 응원해주는 마음이 있었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한 땀 한 땀 꼭꼭 눌러쓴 손글씨 너머로 느껴지는 온기는 ‘넌 할 수 있어’와 같은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카드 쓰기 연례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동기가 무심결에 던진 한 마디에 그만두게 되었다. 그 언니의 말은 단순했다. 그런 걸 왜 해. 일일이 쓰기도 귀찮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답장을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무겁다고 했다. 어쩌면 이게 나만 생각했던 일이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에 더는 쓰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나의 인생을 함께 해오던 카드 상자도 본가 어디 깊숙한 곳에 봉인해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뜻밖에도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게 되었다. 그 카드엔 해내지 않더라도 소소하게 일상을 나누는 행복을 아는 것만큼 소중한 게 또 있겠냐고 적혀 있었다. 올 한 해 ‘그냥’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살아왔었음을 깨달았다. 공허해진 나의 마음에 단단한 위로로 다가왔고 그 상자가 떠올랐다. 부연 먼지에 뒤덮여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테지만 그 안에 담긴 따끈한 마음만큼은 선연할 것이다.

올해는 다시금 연례 행사를 시작해볼까한다. 갈수록 바람은 더 매섭고, 아무리 코트를 여며도 찬기가 나를 파고들지라도 내 마음의 온도만큼은 끓는점을 유지해보려고 한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