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테리아 꼬또 (서울시 압구정 소재)
나는 코스요리를 좋아한다.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떠나는 여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엔 먹지 않는 식재료라도 코스요리에 포함되어있으면 용감하게 도전한다. 예를 들면 난 문어를 싫어하지만 문어 세비체가 코스에 있으면 맛있게 먹는다.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그렇다고 집에 와서 생문어를 먹진 않는다.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여주인공 백수지는 존잘 5급 사무관 이상우와 50만원짜리 코스요리를 먹는다. 금액을 보고 체한 수지는 집에 와서 양푼이 비빔밥을 우걱우걱 먹으며 다신 그런 요리를 안 먹겠다고 다짐한다. 그 장면을 보고 난 안타까웠다. 물론 같이 먹는 사람이 불편한 점도 있겠다만 50만원짜리면 얼마나 진귀하고 독특한 맛의 향연이 펼쳐졌을까. 그걸 즐기지 못하다니. 차라리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난 기념일마다 적정 수준의 코스 요릿집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다음의 가격 수준에 대한 고찰은 공노비 기준이므로 이점 유념해서 보길 바란다.
런치는 디너보다 무조건 코스의 수가 적다. 그러므로 런치는 디너보다 당연히 싸다. 런치는 기준가 10만원에서 이보다 싸면 가성비, 비쌀수록 미슐랭 급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디너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기준가 20만원은 잡아야한다. 흑흑. 나는 육아 사정으로 인하여 당분간 디너는 먹을 일이 없으므로 더 고찰하지 않기로 한다.
오늘 소개할 이 곳은 무려 디너가 10만원이다. 너무 핵가성비 아냐?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구성도 알차고 맛은 더욱 꽉 차있다. 나는 밸런타인데이 기념으로 가기 위해 찾은 곳이었다. 기념일마다 특수 코스요리를 내놓는다. 단품 메뉴도 판다.
당시 디너였는데 무려 9만원이었다. (21년 기준.)
이 안에 캐비어가 숨어있었다. 귀한 식재료인 걸 알기 때문에 입 안에서 오래도록 오독오독 씹어먹었다.
겨울 생트러플을 아낌없이 얹었다. 트러플 처돌이로서 고대로 씹히는 트러플과 다양한 소스의 조화로움이 좋았다.
옥돔구이. 평소라면 절대 안먹을 생선요리임에도 독특한 소스와 함께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이 맛에 코스요리 먹는거지!
솔직히 이 닭가슴살구이가 킥이었다. 닭가슴살? 그거 퍽퍽한 다이어트요리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이렇게 부드러울수가. 수비드 공법이라도 썼나? 메인요리도 아닌 주제에 우리 둘은 이 요리를 코스의 MVP로 찍었다. 독수리와 나는 다 먹고 나서도 입을 모아 계속 칭찬했다. 닭가슴살이 어떻게 이래?
나는 메인으로 고민 끝에 채끝을 골랐다. 입에 넣는 순간 그대로 녹아버린다. 소스와 함께 그대로 침샘을 폭발시킨다. 대체 어떻게 고기를 굽는 걸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디저트 메뉴. 갑자기 딸기가 떡하니 올라와있어서 당황했다. 뭐야...그냥 생딸기야?
근데 깨보니 그 안에 뭔가가 또 있다. 이게 너무너무 맛있다. 딸긴데 크리미하게 달달해. 그냥 달달한 게 아니고 기분좋게 입맛을 마무리하며 달달하다. 뭐지. 아 우울할 때 왜 달달한 거 먹으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위로의 달달함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그 값을 뛰어넘는 맛에 우리의 사랑도 더욱 깊어졌다.
돌아오는 화이트데이 때, 난 독수리가 어떤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데려갈지 궁금했다.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게는 마침 동일했다. 그 곳. 거길 또 간다면? 화이트데이 때는 또 다른 메뉴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 않을까?
같은 식당이지만 다른 기념일 코스답게 다른 메뉴로 정성스레 준비되어있었다. (가격도 만원 더 비쌌다.)
이 디쉬는 수비드한 돼지 등심요리인데 정말 부드러워서 살살 녹았다. 단순히 수비드한다고 이런 식감이 나오지 읺을텐데 주방장님께 배워보고 싶었다.
이번 해산물은 아귀요리였다. 보면 난 해산물과는 담쌓고 지냈던 사람이었다. 나는 생선 특유의 비린내와 가시가 싫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스요리에 포함된 해산물은 전혀 다른 세계다. 그 비린내도 퍽퍽함도 하나도 없다. 부드러운 고기처럼 걸리적거리는 가시 하나없이 소스를 등에 업은 바다의 맛으로 목구멍을 통과한다.
디저트는 밸런타인데이 때와 동일했다. 다른 요리들은 다 달랐지만 여전히 다 색다르게 맛있긴 했다. 그 딸기 디저트가 다시 생각나긴 했었다.
두 번의 방문 모두 정말 맛있었고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대에서 연인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가게라는 점에서 브슐랭 가이드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도 데이트 장소로 딱이다. 곳곳에 소개팅 남녀도 마주할 수 있어 재미는 덤이다. (너희들의 어색함은 나의 즐거움~)
아예 기념일마다 오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렇게 이 곳은 우리의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물론... 그 뒤로는 모종의 이유로 갈 수 없게 되어버려 아쉽기만 하다. 엄마아빠만 찾는 저 조그마한 아이가 우리의 추억의 장소 한 군데를 잠시 가져가버렸던 것이다. 60세에도 기념일에 이 식당엘 간다면 방송에라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스갯소리도 나눴었던게 아스라히 먼 옛날 이야기같았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 아직 아무것도 준비 못한 남자들이여 빠르게 움직여라! 누나가(?) 비법 알려줬다. 얼른 검색해서 광명찾자.
이 집 역시 아직도 건재하다. 5년 째 문 안 닫고 있으면 맛집인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