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어떤 아기가 있었다. 아기 엄마는 어느 날 곽란이 들었다.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마구 토하고 쓰러진 엄마는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죽어버렸다. 옆에 있던 아기는 엄마가 자신을 돌봐주지 않아 울기 시작했다. 문지방을 붙들고 아기가 우는 데 세찬 바람이 불었다. 여닫는 문이 바람에 콱하고 닫히면서 아기 손가락이 탁, 문틈에 짓찧어졌다. 아팠다.
엄마가 있었으면 아이구 우리 아기, 하면서 안아주고 달래줬으련만 엄마는 죽어서 미동도 없었다.
허어어어어옴, 허어어어어어옴,
아기는 호 해달라고 마구 울며 엄마에게 갔다. 허어어어옴, 옴, 입으로 옴, 옴, 옹알이하며 손가락을 계속 엄마 입에 갖다 댔다. 아기 손가락에서 흐르는 피가 엄마의 입술을 타고 목구멍에 들어가자 그녀가 살아났다.
‘그 전이는, 애들이, 약이 없으니께 다친 데를 호오, 입으루 불어주구 할미 손이 약손 해가마 쓸어주면서 달래줬지. 그러믄 울다가도 뚝 그쳤어. 그 애기두 엄마가 저한티 해준 걸 많이 봤나 봐. 그러니 어어엉호오, 어어어엉호오, 해가마 입에 제 피를 넣어주니께 그거 넴기구 옴마가 살아난 거 아니냐.’
그러니 옛날 옛적 약이 없던 시절에는, 인정(人情)으로 사람이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죽었다 살아난 얘기를 하니까 임순이 하나 더 해준 이야기.
옛날에는 사람들이 자주 죽었다 살아났다. 그래서 사람이 죽어도 바로 염을 꼭꼭 동여매지 않고, 사흘간 놔두었다가 염을 했다. 운 좋으면 다시 살아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염 하기 직전 살아난 사람은 끈으로 묶여 있던 양 손목, 발목 등에 끈 모양대로 피부가 새까맣게 죽은 흉터가 남았다. 날이 추우면 흉터가 더 진해졌고 더 아팠다. 임순의 시대보다 더 윗세대 어른들은 심심찮게 그런 일을 겪었다. 종규가 종종 집에 와 자기 친구 집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며 밥을 먹었다.
-그 할매 죽어서 염해 놨는디 장사 지내기 전에 살아나갖구 손목에 시퍼런 숭터가 그렇게 있대.
으음, 요즘에야 사람 죽으믄 꽝꽝 얼려서 냉동실에 넣구 문 잠그니, 뭐 하나 살 수가 있간. 그 전이는 더러 살았댜.
임순은 신기한 듯이 자기 손목을 매만졌다.
*곽란(霍亂)은 급성 위장염, 토사물과 관련한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