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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무도가에게서 삶을 배우다

<목표는 천하무적> / 우치다 다쓰루

by 세자책봉
이 책에 수록한 모든 글은 '삶의 지혜와 힘을 강화한다'는 단 하나의 주제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것이 현대 사회의 무도가가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라고 다다 선생님은 우리 문하생들에게 되풀이해 말씀하셨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이라는 끝없는 원천에서 저는 저 나름대로 볼품없는 그릇을 들고 그 그릇만큼의 물을 퍼올려 보았습니다. 그 물을 여러분 앞에 바치고 싶습니다.
- 본문 중에서

위기의 세상에서 생존력을 극대화하는 우치다식 솔루션
심신단련으로 깨우친 인생의 기본기 수업

<목표는 천하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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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천하무적을 목표로 한다

2. 머리가 모르는 것은 몸에 묻는다

3. 회의하지 않는다

4. 대수롭지 않은 일의 쓸모를 익힌다

5. 합기도 상담실의 기상천외한 문답


저자 소개

작가 우치다 다쓰루

50년 넘게 대중과 소통하며 글 쓰고 수련하는 사상가이자 무도가.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발견해 평생의 스승으로 삼아 프랑스 문학과 사상을 공부했으며 도쿄도립대학을 거쳐 고베여학원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2011년 퇴직하고 명예교수가 되었다. 바로 그해 개풍관이라는 합기도장을 열었으며, 그곳에서 매일 자기 수련을 하고 제자들을 가르친다. 블로그 '우치다 다쓰루의 연구실'을 운영하며 문학, 영화, 예술, 철학, 사회, 정치, 교육, 무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거침없는 글을 쏟아낸다. 공저와 번역을 포함해 지금까지 200권이 넘는 책을 썼고,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만 40권이 넘는다. 『푸코, 바르트, 레브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무지의 즐거움』『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어른 없는 사회』『완벽하지 않을 용기』『거리의 현대사상』『어떻게든 되겠지』등의 책을 썼다.


책을 내기 시작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는데, 어느새 100권을 훌쩍 넘겼다는 작가의 말에 멈춰 있던 내 두뇌가 녹슨 기어처럼 삐걱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1년이 12개월, 10년이면 120개월이니, 거의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재능의 영역’이라 부를 만한 걸까? 어쨌든 반갑다. 난생처음 만난 작가에게 이렇게까지 경외심을 느끼게 될 줄이야. 놀랍기 그지없다. 이 책을 선물해 준 이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책 <목표는 천하무적>은 30년 넘게 합기도를 수련하며 무도가의 길을 걸어온 우치다 다쓰루 작가가 무도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모은 작품이다. 약 300페이지 분량으로, 사색하며 읽기에 적당한 깊이와 분량을 갖추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짧게 소회를 남긴다.


가장 먼저,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글이 무척 ‘유쾌하다’는 점이다. 글을 읽자마자 떠오른 이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여러 번 곱씹어 보았지만, 우치다 다쓰루 작가를 더 정확히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저, 글이 참 재미있다. 마치 일본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잘 짜인 니주(밑밥), 오도시(웃음 포인트), 보케(헛소리꾼), 츳코미(지적하는 역할) 같은 개그적 요소들이 글 곳곳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일본인 특유의 말재주와 재치를 타고난 듯한 작가의 글맛이 돋보인다.


그렇다고 그의 글이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칭 무도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들에 대한 엄숙함과, 정도(正道)를 벗어난 현대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정도(程度)에 따라 진지하거나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할 때조차, 그는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누군가 “일본이 언제까지 한국에 사죄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한국 사람을 만나면 우선 "우리 조상이 여러 가지로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라고 먼저 사과합니다. 사과해도 계속 화내는 사람은 만난 적이 없어요. 다들 "우치다 선생이 한 게 아니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아, 그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성의를 보여라, 성의"라고 야쿠자처럼 윽박지르는 사람도 없습니다. 미국인에게서도 쿨하게 "원폭을 떨어뜨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도 그 이상은 탓하지 않을 겁니다. "아, 그래? 미안하다고 생각하면 여기서 무릎 꿇고 내 구두 좀 핥아" 같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문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연구한 사람답지 않게 그의 글에서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두드러진다. 그가 무도인이라서 그런 걸까? 수십 년간의 수련 덕분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요즘 흔히 ‘메타인지’라 부르는 자기 객관화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보통 철학을 공부했다고 하면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에 깊이 빠져 집착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적어도 글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철학연구가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능력이 있습니다. 개중에는 꽤 신기한 것도 있지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을 찡그리며 '그런 건 있을 수 없다'라고 내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런 태도에 어떤 지적 생산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그보다는 '음, 인간이란 그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그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유쾌하지 않을까요.


참, 너무나도 맞는 말을 하고 있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다. 나는 그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 이건 마치 내가 가끔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 리액션이 고장 나는 것과 같다. 나는 그녀의 말에도 십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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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미국의 유명 MC 코난 오브라이언은 ‘NBC 투나잇쇼’를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Don’t be cynical(냉소적이지 마라).” 머릿속에만 맴도는 근심과 걱정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오로지 머리 밖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우치다 다쓰루의 글을 읽으며 코난 오브라이언의 이 말을 떠올린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 분야에 오랜 세월을 바친 장인들이 끝내 도달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묘하게 닮아 있다. 두 사람의 태도 역시 그렇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해도 안 된다’는 부정적 태도가 아니라, ‘안 돼도 좋으니 일단 해보자’는 긍정적 태도다.


우치다 다쓰루와 코난 오브라이언처럼, 세상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인물들은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영화와 삶 모두에서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태도를 보여준 배우 빌 머레이, 가난과 사회 문제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희망을 전한 찰리 채플린, 그리고 인생의 부조리를 블랙 유머로 풀어낸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가 있다. 동양에서는 소소한 일상과 인간관계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토이 시게사토, 날카로운 통찰을 풍자와 재치로 녹여낸 요네하라 마리,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유쾌한 허무로 받아들인 장자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냉소나 비관이 아닌, 유연함과 웃음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버틴다는 태도다.


나는 작년, 유튜브를 검색하다 ‘메타코미디클럽’이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줄여서 ‘메코클’이라 불리는 이 채널은 이름처럼 개그맨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영상을 주로 올린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개그맨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웃기는 것’과 ‘우스운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KBS2에서 방영된 개그콘서트를 볼 때만 해도, 나는 개그맨들이 그저 우스웠다. 그들의 개그는 재미있었지만, 내겐 그저 웃긴 행동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들은 결코 우습지 않다. 그들은 웃음을 다루는 전문가다. 그것도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을 치유하는.


내가 그들을 동경하게 된 이유는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나 유명세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저 세상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그들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소재를 다루더라도 끝내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태도는, 한낱 우주 먼지로 돌아갈 운명을 지닌 채 암울한 시간의 흐름 속에 갇혀 사는 인류에게 잠시나마 그 운명을 잊게 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웃는 순간만큼은 우리는 우주의 거대한 위용도, 사회의 어려움도, 시기적인 고난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치다 다쓰루는 아마도 세상의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사에 웃어넘길 수 있겠는가? 이번 책 <목표는 천하무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이지만, 나는 내면 깊은 곳에서 그와 동류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이라도 그를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나와 닮은 사람을 찾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무도인으로서 그가 무도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지만, 내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그의 삶의 방식과 태도다. 매년 겨울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고, 여름이면 자전거 종주를 하며 나름의 수련을 이어오던 나도, 요즘은 바쁘고 아프다는 핑계로 수련을 소홀히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이번 기회에 나도 합기도를 배워볼까? 책 <목표는 천하무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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