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퇴근길이었다.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어머니 앞에 서 있었다.
앉아 있는 할머니는
일흔쯤 되어 보였다.
도착역이었는지,
할머니가 일어섰다.
남자는 가방을 들어드리려 했지만
할머니는 완강하게 가방을 쥔 채
그대로 열차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머쓱한 얼굴로 뒤따라 내렸다.
어쩌다 부모님 댁에 갔다 나오면
어머니는 꼭 배웅을 나오신다.
그 길에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오시곤 하는데
도움을 건네면 매번 단호히 거절하신다.
누군가는 말했다.
“도움받을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자신감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아들의 도움을 거절하는 건
자신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말로 약해지고 있는 중이라서 그렇다.
장바구니를 든 손에 힘이 빠져
물건을 쏟을 때,
등 뒤에서 다급히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할 때,
멀쩡히 걷다
돌부리 하나 없는 길에서 넘어질 때,
그럴 때마다
넌 내 곁에 있어 줄 수 있니.
…아니요.
아니요.
어떡하죠.
어떡하긴.
어쩔 수 없지.
그게 당연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