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과 대화하다

퇴근길에 생각 난 아버지

by 무승불패

80이 넘은 아버지는

전화기 너머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투정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아버지, 이제 그 연세면 조금 내려놓으시고

여유 있게 마음먹으면 안 될까요?”


아들의 고상한 권유에 아버지는 날카롭게 대답했다.


“그게 되는 줄 아냐.”


그 투정 어린 답변은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의 가장 진솔한 말이었다.


마음처럼 안 되는 걸 어떡해.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간다지만,


정작 죽음의 그림자가 내게 드리워졌을 때

나는 어떤 심정일까.


일단 숨이 막히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음을 고백하기 급급할 것이다.


아직도 청춘 시절의 영화와 책을 이야기하는 아버지도

아직 무방비인 것이다.


그래서 세월 앞에서 허둥대고,

투정 부리게 되는 것이다.


그 무방비함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내 앞에 이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이미 애틋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