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by 무승불패

애정하는 장소가 하나쯤 있으면 좋다.

숨을 크고, 길게 쉴 수 있는 곳.

떠올리기만 해도 몸의 힘이 스르륵 빠지는 곳.


내게는 순천이 그렇다.


2018년 첫 방문.

순천만 갈대가 부는 소리는 까닭 없이 숭고해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갯벌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유명한 마늘통닭집에서는

신김치를 함께 내어준다.

남도의 별미라지만

나는 그냥 통닭무가 더 낫다.


‘가족과 함께 꼭 오겠다’ 적어 붙였던 포스트잇은

지금쯤이면 뒤로 밀려

아마 보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도시는 각자의 시궁창을 품고 있다.

순천도 그러할 것이다.


다만 내가 아직 그걸 몰라서.

그래서 여전히 좋아한다.


숨이 가빠지는 삶을 살다

순천이 다시 생각나면

나는 또 그곳을 찾을 것이다.


흑두루미도, 가창오리도

그때의 그것이 아니겠지만

나는 또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