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난 여행
예빈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친할머니의 품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할머니의 식성을 고스란히 닮아 매운 것, 매콤한 것, 빨간 음식을 좋아하지요.
특히 김치는 늘 곁에 있어야 마음이 편한 음식이 되었답니다
두 살 무렵에는 할머니 댁 장독대에서 고추장과 된장을
손가락으로 쿡 쿡 찍어 먹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세 살이 되어갈 무렵에는 신라면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고,
참치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예빈이의 최애 음식이지요.
반면 예준이는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음에도
생양파와 파를 전혀 드시지 못하고,
빨간 음식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분이십니다.
그러다 보니 예준이 역시 매운 음식과는 거리가 먼 아이로 자라났지요.
특히 예준이는 까다로운 입맛으로 유명했습니다.
그 좋아하는 설렁탕에도, 설렁탕의 맛을 끌어올려 준다는
파와 후추는 절대 사절이었고, 생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햄버거 속의 양파나 계란찜 속의 파를 한 땀 한 땀
골라내는 실력자가 되어 있답니다.
케첩은 색이 빨갛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했고,
여덟 살 후반이 되기 전까지는
어떤 음식에도 간장 외의 소스를 절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예빈이와 예준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차려주신 급식 사진이었지요.
처음엔 그저 ‘아이들이 맛있게 먹었구나’ 하고 넘겼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놀라운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바로 빨간색 토마토 파스타를 먹고 있는
예준이의 모습이었지요.
그 순간 엄마의 마음에는 작은 배신감이 스쳤습니다.
여태껏 케첩이 빨갛다고 스파게티도 거부하고,
감자튀김에도 케첩 한 번 찍어 먹지 않던 아이가,
빨간색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시간은 그렇게 흐르며 아이들의 입맛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예빈이는 더 매운 맛을 찾는 아이로 자라,
불고기를 먹을 때도 간장보다는
고추장 양념 불고기를 먼저 집습니다.
게다가 불닭 라면을 종류별로 다 섭렵한,
우리 집의 유일한 1인이 되었지요.
예준이도 달라졌습니다. 아직도 파와 양파 앞에서는
한땀 한땀 솜씨를 발휘하지만,
이제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떡볶이를 먹는
용기를 내고 있답니다.
달달한 간장 두부조림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도
스스로 먹어주는,
나름 든든한 형님이 되어가고 있어요.
예빈이는 커가며 이것 저것 먹어보고 스시를 가장 좋아
하게 되었구요 예준이는 스시보다는 돈가스를
더 좋아하는 아이로 커갑니다
그리고 같이 좋아하는 것들도 가끔은 있어요
튀김종류와 스테이크 그리고 갈비입니다
아이들의 입맛 이야기를 돌아보며
엄마는 종종 웃음을 짓습니다.
같은 형제라도 이렇게 다르고,
또 시간이 흐르면 그 다름조차
조금씩 바뀌어 가는구나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식성은 단순히 ‘먹는 취향’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며 써 내려가는 성장의 기록이자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