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떠난 여행
예빈이와 예준이에게는 아주아주 특별한 분이 계셨어요. 바로 두 아이의 외할머니였습니다.
엄마는 늘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바쁘게 일을 했고, 아빠는 종종 멀리 출장을 다니셨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주중 대부분을 할머니와 함께 보냈습니다. 할머니는 두 아이의 하루하루를 따뜻하게 보살피셨습니다. 밥을 먹이고, 씻겨 주고, 놀아 주고, 재워 주며 언제나 사랑과 정성으로 곁을 지켜 주셨습니다.
예준이에게 할머니는 무엇보다 “밥을 주시는 분”이었어요.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예준이가 갓난아기였을 때부터 분유를 시간마다 챙겨 주신 분이 바로 할머니셨거든요.조금 더 자라서는 이유식도, 그리고 집에서 먹는 모든 밥도 늘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으니까요.
그리고 늘 바쁜 엄마는 예준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어요. 바로 예준이는 배가 고프면 운다는 것을요 하지만 할머니는 예준이가 칭얼거리거나 찡찡 거리면 바로 아셨죠! 예준이가 밥을 먹어야 할때라는 것을요. 바로 예준이에게 할머니는 자신의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분이셨죠.그래서 주말에 할머니가 집에 안 계실 때면 엄마가 옆에 있는데
할머니 한테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할머니 한테 물어보곤 했어요. “할머니, 언제 오세요? 배고파요.”
엄마가 옆에 있어도 소용없었어요. 예준이는 꼭 할머니에게 달려가 밥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녁 식탁에서 원하는 반찬이 없으면 “배불러요” 하고 일부러말한 뒤, 밤늦게 몰래 할머니 방으로 가서 속삭였지요. “할머니, 저 스팸이랑 베이컨, 소시지, 간장 계란밥 먹고 싶어요.” 그러면 할머니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치 니가 올줄 알았다는 미소를 뛰우시고는
정성껏 원하는 음식을 뚝딱뚝딱 만들어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떡볶이, 떡꼬치, 김치부침개, 제철 과일까지 늘 한가득 준비해 두셨고, 호떡을 만들 때도 예준이를 위해서는 꿀을 넣지 않은 호떡을,
예빈이를 위해서는 달콤한 꿀호떡을 따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특히 예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할머니의 설렁탕이었습니다. 한국에 가서 100년 전통 설렁탕집에 가 보았을 때조차 “그래도 외 할머니 설렁탕이 더 맛있어!” 하고 말했답니다.지금도 예준이는 할머니가 설렁탕을 끓여 주시길 매일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예빈이는 조금 다른 할머니와의 관계를 추억을 마음에품고 있었습니다.어릴 적에는 할머니가 잔소리가 많다고 느껴속으로 “할머니랑 나는 별로 안 친해”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할머니가 집에 더 이상 계시지 않게 되자,예빈이는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 잔소리 하나하나에도 자신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음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사랑이었다는 사실을요.
예빈이가 특히 좋아했던 건 할머니의 김치였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주 묻곤 했습니다.
“엄마, 언제 할머니한테 김치 배워서 나한테도 만들어 줄 거예요?” 예빈이는 할머니의 손맛을, 그 안에 담긴 사랑을 꼭 이어가고 싶은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도 할머니가 계시지 않고 나서는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매일 새벽 6시 반이면 일어나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했지요. 계란후라이 샌드위치에 절대 햄을 넣어서는 안되지만꼭 케찹을 넣어야 하는 아이, 햄마요 샌드위치에 절대 계란 후라이와 캐찹을 넣는 것을 원치 않는 아이, 김밥도 계란과 햄만 넣는 아이, 또 한명은 계란과 게맛살, 단무지만 넣으라는 아이, 유부초밥을 좋아하는 아이 그러나 절대 유부는 빼고 주먹밥만 달라는 아이까지…
엄마의 아침은 언제나 작은 전쟁터 같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해준 음식은 할머니가 해주신 도시락에 비하면 항상 2% 정도 부족한것 같아요
그 속에서 아이들은 깨닫게 된것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지굼까지 이렇게 건강하고 즐겁게 자랄 수 있었던 건 어릴 적부터 할머니가 보여 주신 세심한 사랑과 희생 덕분이었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제 예빈이와 예준이는 압니다. 할머니가 차려 주신 밥과 간식 속에 끝없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는 것,
그 사랑 덕분에 건강하게 자라며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는 것,
심지어 잔소리조차도
그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을요.
비록 지금은 같이 계시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마음속 깊이 할머니의 사랑을 간직합니다.
그리고 서로를 아끼고,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언젠가 그 사랑을 이어또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로 전해 줄 날이 올 거예요.
그날이 오면, 예빈이와 예준이는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할머니의 사랑을 다시 피워 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