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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만 키우는 전략: 안티 마팅게일

인간의 본성에 가장 잘 맞는 투자 방식

by 트레이더


이길 때 돈을 더 많이 걸고, 질 때는 줄인다면 어떨까?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직관과도 딱 맞는 이 단순한 방식이 바로 안티 마팅게일이다. 성공한 길은 더 넓히고, 실패한 길은 좁히는 이 전략이 왜 많은 트레이더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안티 마팅게일이란 뭘까?

안티 마팅게일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유명한 도박 전략인 마팅게일과 정반대 접근법을 취한다. 손실이 나면 베팅을 늘리는 마팅게일과 달리, 승리하면 베팅을 늘리고 손실이 나면 줄이는 전략이다.


일상생활에서 예를 들어볼까? 직장인 D 씨가 새로 발견한 맛집에서 첫 주문한 돈가스가 정말 맛있었다면 어떻게 할까? 다음에는 더 큰 사이즈를 시키거나 더 비싼 세트 메뉴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반대로 맛이 별로였다면? 당연히 다음에는 더 작은 사이즈나 아예 다른 메뉴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이런 선택이 바로 안티 마팅게일의 핵심 원리와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마팅게일은 손실 후 2배씩 금액을 증가시키지만, 안티 마팅게일은 꼭 2배 단위로 자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 일정 비율로 포지션을 증가하거나 감소시킨다는 점이 중요하다. 안티 마팅게일의 매력은 그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수학적 원리에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은 간단하다.

수익이 발생하면: 다음 투자금 = 현재 투자금 × (1+k)

손실이 발생하면: 다음 투자금 = 현재 투자금 × (1-k)


여기서 k는 우리가 정하는 배율계수다. 너무 크면 위험하고, 너무 작으면 효과가 미미하니 자신의 성향에 맞게 설정하면 된다. 실제로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회사원 A 씨의 예로 살펴보자.


A 씨는 퇴근 후 부업으로 주식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첫 거래에 100만 원을 투자했고, 운이 좋게 이익을 봤다. 배율 0.2를 적용해 다음 거래에서는 120만 원(100만 원 ×1.2)을 투자했다. 연속으로 또 이겼다면? 144만 원(120만 원 ×1.2), 그리고 그다음엔 172.8만 원으로 투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계획대로 되진 않는 법.


만약 여기서 손실이 났다면? 투자금은 138.24만 원(172.8만 원 ×0.8)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처음 시작한 100만 원보다는 여전히 많은 상태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2023년 나스닥 지수에 이 전략을 적용한 백테스트 결과는 놀랍다. 일일 변동성 0.38% 환경에서 연 24.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행 금리가 4~5%인 시절에 연 24.7%라니, 꽤 탐나는 결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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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마팅게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까?

이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트레이더 B 씨의 테슬라 주식 트레이딩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B 씨는 1,000만 원으로 시작했고, 안티마팅게일 전략을 다음과 같이 설계했다:

초기 투자금: 총자본의 10%(100만 원)

승리 시 증가율(k): 20%

손실 시 감소율(k): 15%

최대 투자 한도: 총자본의 40%


B 씨의 10회 연속 거래 기록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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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의 거래 후, B 씨는 총 55만 원의 수익을 거뒀고, 승률은 70%(10번 중 7번 승리)였다.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보인다.

복리 효과: 연속으로 이길 때(2-3회 차, 4-6회 차) 투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손실 제한: 연속으로 질 때(7-8회 차)도 총 자산 감소는 그리 크지 않다.

회복력: 손실 후에도 이기면 빠르게 자본을 회복한다.

심리적 안정: 손실 후 투자금을 줄이면서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은 마치 타이밍을 잘 맞춘 서핑과 비슷하다. 추세가 올 때 최대한 타고, 파도가 꺾일 때는 빠르게 내려와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B 씨는 이 전략을 더 강화하기 위해 5% 트레일링 스탑을 적용했다. 수익이 5% 이상 발생하면 자동으로 이익을 확정하는 장치다. 또한 3 연속 손실이 발생하면 1주일 동안 거래를 쉬는 '쿨다운' 규칙도 만들었다. 마치 운동할 때 근육에 피로가 쌓이면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연속 손실은 트레이더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할까?

월가의 현자들이 말하듯, 수익만큼 중요한 건 바로 리스크 관리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면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안티 마팅게일 전략에서는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까?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켈리 크라이테리온(Kelly Criter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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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과 투자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공식은 최적의 베팅 비율을 계산해 준다.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 "얼마나 걸어야 장기적으로 가장 많이 벌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직장인 A 씨가 승률 55%, 손익비 1:1인 전략으로 트레이딩 한다고 해보자. 켈리 공식을 적용하면 A 씨는 자본의 10%만 투자해야 장기적으로 자본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쉽게 말해 1000만 원이 있다면 한 번에 100만 원 이상은 걸지 말라는 얘기다. 생각보다 상당히 보수적인 숫자 아닌가?


또 다른 유용한 안전장치로 트레일링 스탑이 있다. 마치 등산 중에 비상탈출로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과 같다.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지면 전량 매도하는 식으로 손실을 제한할 수 있다.


단일 종목에 투자하는 금액을 총자산의 15% 이하로 제한하는 자본배분 상한선도 필수다. 이는 마치 식단에서 한 가지 음식만 먹지 않고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자주 혼동되는 마팅게일과 안티 마팅게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래 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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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마지막 줄이다. 10 연속 손실(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이 발생하면 마팅게일은 자본의 10배가 넘는 손실을 볼 수 있다. 반면 안티 마팅게일은 65.1%로 손실이 제한된다.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이 '생존'이라면, 안티 마팅게일의 강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강조했듯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손실을 피하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안티 마팅게일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마팅게일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성공한 활동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싶어 하고, 실패한 활동에서는 빨리 손을 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적응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안티 마팅게일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심리적 성향을 체계적인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구조화했다. 이는 트레이더가 시스템을 일관되게 따르기 쉽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다. 반면, 마팅게일 전략은 손실 후 더 큰 베팅을 요구함으로써 인간의 자연스러운 위험 회피 성향과 충돌한다. 이는 많은 트레이더들이 마팅게일 시스템을 이론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실전에서 지속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 준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과 에이모스 트버스키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이득보다 손실에 약 2.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은 안티 마팅게일 전략이 심리적으로 더 지속 가능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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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계속 키우고, 패자는 빠르게 정리한다.

안티 마팅게일 전략은 "승리에 집중하고 손실은 제한하라"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체계화한 접근법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성공적인 트레이드를 복리 효과로 증폭시키는 동시에, 실패한 트레이드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모든 전략이 그렇듯 안티 마팅게일도 만능은 아니다. 이 전략의 한계와 주의사항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세가 명확하지 않은 횡보장에서는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다.

너무 공격적인 배율계수(k)는 자본을 빠르게 소진시킬 수 있다.

초기 자본이 작을 경우 복리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감정적 판단이 개입하면 시스템의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를 고려할 때, 안티 마팅게일 전략은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최적의 성과를 발휘한다:

충분한 초기 자본과 장기적 투자 시계를 가진 경우

명확한 진입/퇴출 규칙과 결합하여 사용할 때

일관된 승률을 제공하는 기본 시스템이 있을 때

트레이더가 감정적 편향 없이 시스템을 따를 수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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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성공적인 트레이딩은 공격과 방어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안티 마팅게일 전략은 이러한 균형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투자 성향, 위험 선호도, 그리고 장기적 목표에 맞는 전략을 찾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투자 성향과 목표에 맞는 전략을 찾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이다. 안티 마팅게일은 단순한 개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승리에 집중하되 손실은 제한하라"는 지혜는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원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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