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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일스앤 Oct 16. 2019

[육아 에세이, 976일]19년 10월 15일. 맑음

냉장고의 고마움.

어제저녁부터 냉장고가 고장이 났는지 음식이 시원하지 않고 음료수도 미지근해지고, 냉동고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결혼 혼수가전으로 들인 냉장고라서 만 7년이 되어가는 제품이란다.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함께 나이를 먹기 시작한 냉장고다. 


일류 가전 브랜드는 아니지만, 나름 만족하며 잘 쓰고 있던 터라 오늘 아침 부랴부랴 영업시간이 시작한 후 A/S 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사 방문은 내일 오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내일 오전이면 집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라 하늘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계실 때 방문시간을 맞추어서 예약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은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로 냉동이 유지되지 않으면 모두 버려야 하는 생선 및 냉동밥 등은 모아서 윗집 냉동고를 잠시 빌리고, 그 외 오늘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것은 요리해서 먹기로 했단다. 냉동보관을 하는 냉면 두 개를 급히 꺼내서 저녁으로 냉면 2인분을 먹었단다. 요즘 양이 많이 줄어서 2인분 먹기에는 너무 힘들어 반을 남기고, 냉동 고무마 2개는 하나는 먹고 하나는 부엌 창틀에 올려놓았단다. 추석에 어머님이 해주신 소불고기는 프라이팬에 볶아서 바로 먹고 이래저래 너무 많이 먹었더니 속이 더부룩했단다. 

내일까지만 버텨 주시를 바란다. 

그 외 음식들은 냉장고에 그대로 두었단다. 다행히 냉동고에는 그동안 택배를 시켜서 모아 두었던 냉매제가 있어 그나마 찬기를 유기를 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하늘이와 함께 동네 마트에 가서 얼음 4 봉지를 1만 8천 원에 하고 하늘이가 좋아하는 브라보 아이스크림까지 사 왔단다. 하늘이는 집에 와서 아빠가 냉장고를 정리하는 동안 브라보 아이스크림 하나를 모두 먹어 치웠단다. 전에는 다 먹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순삭 하는 하늘이었다. 


냉동고에는 냉매제로 온도를 유지하고, 냉장고에는 사온 얼음 3 봉지를 넣어서 내일 오후까지는 견딜 수 있도록 해 놓았단다. 나머지 한 봉지는 캠핑 때 쓰던 쿨러를 사용해서 쉽게 상하는 우유와 그밖에 음식들을 보관했다. 

갑자기 고장 난 냉장고가 야속하지만, 사람이나 가전제품도 나이가 들거나 오래되면 아프고 고장 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알기에 이 또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단다. 


엄마와는 오늘 냉장고 음식을 보관하는 문제로 전화통화를 하나 말다툼을 했고, 밤 11시 넘게 교욱을 받고 돌아온 엄마와 한 바탕하고 아빠는 하늘이 방에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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