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레일스앤 Oct 23. 2019

[육아 에세이, 982일]19년 10월 21일. 맑음

냉장고 그리고 애버랜드. 

지난 화요일 이후 하늘이에게 쓰는 편지를 쓰지 못했구나. 지난주에는 조금은 특별한 일이 있었단다. 내심 하늘이에게 편지를 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고 불편했지만, 누가 검사도 하지 않은데 하는 안일한 마음이 아빠를 더 설득시켰다. 미안하구나. 


이틀동안 냉장고 대신에 캠핑에서 사용했던 쿨러를 이용해 음식을 보관했단다. 

지난주 화요일에는 집안에 작은 문제가 아니 큰 문제가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결혼할 때 혼수로 했던 냉장고가 고장이 났단다.  처음에는 큰일 아니겠지 하고 A/S 센터에 전화를 해서 고치기로 했단다. (참고로 냉장고는 대우 클라세라는 브랜드 제품이다.) 바로 올 수가 없다고 해서 다음날 하늘이 돌봄을 해주시는 이모님 시간에 맞추어서 수요일 오후 4시에 우리 집에 방문하기로 했단다. 처음에는 냉장과 냉각으로 나뉘는 밸브가 고장이라서 이것만 고치면 된다고 그 비용은 27만원이라고 해서 큰 마음먹고 새 냉장고를 사는 것보다는 수리해서 몇 년 더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수리를 하던 A/S 기사가 전화가 와서 밸브를 고치고 나니 다시 모터가 고장 나서 작동을 하지 않는데 이 부품을 고치려면 이번 달 25일 지나서 확인할 수 있다는 대답이었다. 


냉장고가 없는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단다. 있다가 없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불편하단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언제 수리가 언제 될지 모르는 냉장고를 버리고 결혼한 지 만 7년 만에 새 냉장고를 사기로 했단다. 부랴부랴 가전제품 판매를 하는 롯데 하이마트에 가서 바로 내일 배송이 되는 제품을 골라 냉장고를 거금 240만원을 주고 주문했단다. 정말 큰 맘먹고 10년을 넘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LG 냉장고를 구입했단다. 사랑해요 LG!


음식을 좀 줄여야 겟다는 생각을 하지만 ㅎㅎ 새로산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담았단다. 역시 새것이 좋단다. 

목요일 새롭게 냉장고를 집에 들인 후 금요일과 토요일은 엄마의 교육이 있는 날이라 하늘이와 집에서 청소와 못다 한 집안 정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단다. 일요일에는 큰 맘먹고 저번 주 아빠 회사의 출장 때문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을 만회하려 용인의 '애버랜드'로 가기로 했단다. 하늘이는 태어나서 만 3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에 용인 애버랜드를 가보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월요일 연차를 내고 사람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월요일에 한가롭게 애버랜드를 즐기려 했지만,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하늘이가 보면 좋을 것 같은 사파리 월드, 로스트밸리 등을 편하게 기다림 없이 보려고 했지만 월요일 애버랜드는 엄마 아빠의 예상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로 이미 점령되어 있었단다. 이미 애버랜드는 주말, 공휴일 평일 할 것 없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개장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애버랜드는 입장할 때부터 줄을 서는 가혹한 형벌을 주었단다. 이번에도 느끼는 거지만,  어떠한 일을 할 때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지 않고 무식하게 덤벼드는 일은 앞으로 하자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사파리월드 투어버스 

오전 시간을 사파리 월드와 로스트밸리를 다 구경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단다. 하늘이도 그다지 동물들은 크게 좋아하지 않더구나. 늦은 점심을 먹고 놀이기구를 타기로 했단다. 하늘이는 그때서야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단다. 그동안 집에서 미니카로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놀이에서 벗어나 실제로 타볼 수 있다는 것이 하늘이에게도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구나. 놀이기구 자동차의 핸들을 마구 돌리며 즐거워하는 하늘이를 보니 엄마 아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단다.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한 로봇팔(?) ㅎㅎ. 
아빠를 계속 괴롭히는 하늘이. ㅋㅋ 


하늘이가 제일 좋아했던 놀이기구. 

하루 종일 애버랜드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에는 아빠의 체력이 받쳐주질 않았다. 저녁 무렵 이미 몸은 무거워지고 힘에 겨워 눈꺼풀이 내려오고 기운이 없어졌단다. 집까지 가는 고행길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암울했단다. 그래도 하늘이와 함께한 오늘 하루는 너무 즐거운 날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단다. 다음에는 좀 더 공부를 한 후 애버랜드에 오기로 했단다. 언제 다시 올진 아빠도 모르겠다. 



다행히 퇴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덜 막혀 예상시간보다 빨리 집에 도착했단다. 애버랜드에서 출발할 때부터 잠을 청했던 하늘이는 집에 와서 간단하게 세안을 한 후 계속 잠들었단다. 많이 피곤했을 것 같다. 아빠와 엄마도 집안 정리를 한 후 일찍 잠을 청했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 에세이, 976일]19년 10월 15일. 맑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