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에 비는 내리고

금연 70일 차.

by 계란듬뿍토스트

4월 22일 화요일 비가 내림. 금연 70일 차.


새벽 6시 마리(내가 운영하는 계란 듬뿍 토스트를 만드는 토스트카페다)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공동현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투둑투둑 빗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비를 맞고 가기에는 조금 굵은 빗줄기였다)? 나는 맑은 날인줄 알고 슬리퍼 신고 아무 생각 없이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우산을 가지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슬리퍼를 신은 이유로 양말은 벗어 가방에 넣은 후 우산을 쓰고 걸어갔다. 비에 젖은 양말 벗은 발이 견딜 만 한걸 보니 날씨는 이미 봄이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마리를 운영한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도 하루 매출이 불안 불안하다. 비가 오는 날엔 더욱 그렇다. 배달 매출이 50% 정도 되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면 배달 매출은 줄어든다. 음식 종류가 토스트, 샌드위치, 샐러드 다 보니 맑은 날 주문이 더 잘 들어온다(앞집 홍어삼합은 비 오는 날이 대목이다).


앞집 홍어삼합 사장님이 일찍 나오셨다. 평상시 같으면 점심시간 즈음 나오시는데 단체주문이 있나 생각했더니 마리에 오시더니 카드 단말기와 포스가 고장 나서 아들놈 한테 연락했더니 대꾸가 없어서 어제저녁에 연락해서 오늘 오전 수리를 하고 교체를 하기로 해서 일찍 나왔다고 한다. 돈 버는 것도 없는데 돈만 조금 생기면 다 헛된 곳으로 나간다고 말끝을 흐린다. 그래도 홍어집 사장님은 나보다 형편이 났다. 나는 작년 마리 옆 떡볶이 가게를 오픈 1년 만에 폐업했다(가슴이 쓰리다).


오후 5시 35분 중년 남녀 일행 3명이 마리로 들어온다. 커피 3잔을 시켜놓고 대화를 이어 가는데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너무 크게 이야기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2대 1로 우좌로 나뉘어 열띤 대화를 이어간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결국에는 결론을 못 내고 마리를 각자 한 사람씩 나간다. 친한 친구사이인 것 같은데 정치 성향은 각자 다르다. 나도 몇 마디 끼어들고 싶었지만 싸움이 날 수 있어 근질근질하는 입을 꽉 다물었다.


마리 밖으로 나가는 일은 출근해서 화장실에 가거나 쓰레기를 버릴 때 이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배를 피울 때는 매 시간마다 한 번씩 밖으로 나가 흡연을 즐겼다. 이젠 그런 즐거움도 없어졌다. 자영업이 힘든데 몸까지 망가지면 비빌 언덕도 없어져서 70일 전에 과감하게 한 번에 금연을 시작했다. 요즘에도 담배에 대한 유혹이 있지만 꾹 참고 있다. 오늘처럼 비가 와서 장사가 잘 안 될 때는 담배 생각이 절실하다..


오늘도 난 창살 없는 감옥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화를 제일 많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