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퍼펫이 나온다고 어린이극이 아닙니다

초등학생과 라이프 오브 파이를 관람하시려는 분들께

by 칙칙폭폭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다른 감상평보다 이것을 먼저 적는 이유는, 나 역시 극이 괜찮다면 조카들과 함께 극을 볼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극을 회전문을 돌며 마주치는 초등학생 친구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에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어느 토요일 학교에서 특별활동의 일환인듯 인솔자가 어린이들을 데리고 와서 표를 나누어줄 때도, 엄마가 어린아이들을 데려와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지 표를 먼저 수령할지 우왕좌왕해하는 것을 볼 때도, 어느 인터미션 때는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보이는 여자아이들 3명이 자기들끼리 화장실에서 그 나이에 어울릴법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았을 때도 저 아이들이 파이가 해주는 두 번째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저 보호자들이 극이 끝나고도 연령제한에 대한 컴플레인을 제작사에 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만약 극의 내용을 모르고 조카들이랑 보고 왔다면 우리 조카들은 극장을 중간에 나와야 했을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더라도 나라면 이 극의 최저 연령이 8세라는 것에 화도 나고 당황했을 것 같다.


2번째 이야기가 있다


먼저,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면 2012년에 이안감독이 만든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영화가 상당한 화제였었다. 생각해 보면, 거대한 영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던 유튜브도 존재감이 크지 않던 시절로 영화계의 블록버스터랄 것이 있던 때였다. 당시 그것이 개봉하면 꼭 봐야 할 것처럼 여겨지도록 여기저기 광고가 붙었던 것 같다. 2025년 공연 ’ 라이프 오브 파이’의 소식을 모르는 내 또래,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그 영화를 기억하고 심지어는 영어로 된 원작 소설도 집에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재밌는 사실은 나는 이 영화를 중고등학생 때 본 듯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엄연히 성인이 된 이후였다. 이런 기억을 갖게 된 이유를 추측컨대, 나에게 남은 극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판타지 같은, 실제로 존재할 법하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호랑이와 조그만 배에서의 생존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의 경이로운 자연의 풍광 등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와 어우러져 있었던 영화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파이가 들려주는 두번째 이야기가 있다. 그가 들려준 ‘말도 안되는’ 이야기와 다른 말은 되지만 너무나도 잔혹한 현실의 이야기를.


8세? 13세?

공연은 8세 이상의 관람가로 되어있다. 영화가 아닌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이미 해외에서 올라간 바 있는 극이며, 영국에서 공연이 될 때는 이 같은 나이제한으로 올라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도 8세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차에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평을 발견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의 이야기를 전한다. 연령제한을 8세로 해놓았지만 어린 관객들에게 잔혹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이 세련되게 표현되었다고 퍼펫이 나오는 아름다운 연출등에 빠질 수 있다고 평한다. 실제로 나 역시, 생각보다 어린아이들이 그들에게 보이는 인지작용 안에서 어떤 필터가 작용하여서인지 어른들이 잔인하거나 폭력적으로 느끼는 것보다도 정도를 덜 느끼고 기억에 남지 않아 하는 경험이 있어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면 예매창에 충분한 안내를 해두고, 예매자의 선택사항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부분에선 섬세한 트리거 워닝 멘트가 있는 연뮤계이면서도 없는 것이 의아하다)


덧붙여 초등학생 저학년 조카가 있는 고모의 입장에서, 노래도 안 나오는 극을 퍼펫의 움직임들을 본다고 극 내내의 집중도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다. 인터미션 전후로 1시간 정도의 진행이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일까 싶다, 적어도 중고등학생 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경험 저런 경험이 아이에게 쌓여 나중에 그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충격적인 내용이 알게 모르게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동물 퍼펫이 나온다고 하여 어린이를 위한 극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또, 일부 예매처 등에서 뮤지컬분야에서 예매할 수 있지만, 넘버가 나오는 극은 아니어서 오히려 연극에 가깝다. 어린이 극이 괜히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동물 퍼펫과 노래와 나이에 맞는 생각을 할만한 내용이 있는.


다른 해외 예매창을 찾아보니, 13세 이상을 권장하는 곳도 있었다. 어른들의 쇼비즈니스의 마케팅에 어린아이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다른 리뷰보다도 다급히 올려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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