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을 가장한 마케팅인가
물에 대한 여러 이슈도 있었고, 물은 삼다수를 사마셨다. 많은 플라스틱의 배출로 마음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러던 와중에 무라벨이 출시되고, '제주 삼다수 클럽'이란 것이 생겨 할인 혜택과 함께 페트병 업사이클링이 가능해져서 그것을 발견한 당시 바로 신청했다. (삼다수 클럽은 몇몇 혜택이 있긴 하지만 심지어 유료 서비스다.)
집 아래 분리수거장이 있어서 분리수거함이 차면 바로바로 배출해놓는데, 삼다수 클럽은 물이 배송될 때 수거해가기 때문에 다음 물을 시킬 때까지 페트병이 쌓여갔다. 게다가 혼자서 마시는 물의 양이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한번 주문할 때 최소 몇 팩이라는 기준이 있었기에 꽤나 지고 있어야 하는 짐이었다. 엄청난 공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자사가 책임지고 재활용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지켰던 것이다.(우리가 내놓는 분리수거가 우리 생각처럼 '잘 분리수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조금의 강박이 생긴 지점이긴 하다.) 실제로 홈페이지에도 그런 식으로 써놓았다.
그리고 주문하고 언제 배송할지도 모르는 때에 맞춰 내놓기 위해, 주문하고는 바로 문 앞에 내놓아서 한 이틀간은 문을 열고 닫을 때 페트병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배송 출발 문자를 미리 보내지 않고 출발과 완료를 동시에 보내는 일이 많아서였다.)
그리고 문제는 물이 발송된 오늘 발생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삼다수 아저씨였다. 지난번 수거 때는 그냥 가져갔는데, 묶어놓지 않으면 들고 가기 불편해서 가져가지 않는다는 전화였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보통 자기들이 짐이 많으면 그렇게 못 가져갈 때가 있는데, 자기네들도 들고 가서 그냥 일반 재활용으로 버리니, 빌딩 아래 분리수거함에 버리라는 소리였다. 묶어 놓지 않았다는 소리가 다소 의아했다. 내가 펼쳐놓은 것도 아니고 가져가기 편하도록 비닐에 담아놓았는데, 몇 팩의 물을 싣고 온 아저씨가 고작 그 가벼운 두 봉지의 비닐을 못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오히려 아저씨가 말한 "짐이 많아" 혹은 말하지는 않았으나'어차피 가져가서 분리수거하는 건데 귀찮게'라는 이유가 들리는 듯했다.
이 무슨 황당한 소린가. 그렇다면 굳이 삼다수 클럽을 할 이유도, 그렇게 몇 달간이나 페트병을 지고 있을 이유도 없는 것 아닌가. 아저씨가 가져가지 않은데 내가 '묶어놓지 않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뒤에 자기들도 똑같이 재활용하는 곳에 버린다는 이야기가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엄연히 '묶어 배출'하라는 이야기는 배출방법에 나오지도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페트병을 모을 때, 사실 엄청난 부피가 있는 것이라서 모을 곳이 만만치 않다. 나는 세탁소에서 주는 비닐에 담아 모았지만 그런 고민도 없고 철저한 수거와 업사이클에 대한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은 불신이 생겨서 단순한 마케팅에 이용당한 듯한 배신감이 든다. 과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머리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