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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Mar 18. 2023

아마데우스가 있지만 없는 <아마데우스>

차지연 살리에리 못 본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제발

세종문화회관 씨어터M에서 하는 연극 <아마데우스>를 보고 왔다. 제목이 아마데우스인데 주인공은 살리에리이다. 위대한 작곡사 모차르트는 극에서 다루듯, 음악에서의 명성은 두말할 것 없고, 비운의 천재 같은 이미지로 많은 문화예술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뮤지컬 모차르트도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올해 공연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 모차르트의 생가(?)는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관광지로 여겨지며, 빈에서는 초콜릿 포장지까지도 모차르트이니 엄청난 아이콘이다.


이 인기와 더불어 거론되는 이름, 그의 영원한 라이벌 ‘살리에리’이다. 천재인 모차르트의 빛을 더욱 밝게 만들어주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틱한 이분법적 관계에는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기 위해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과장되었으며, 후대에 재생산된 것들이 많기에 개인적으로, 예술가에 대한 신화화 서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기승전결의 감정선이 뚜렷하고 강한 상업영화(‘이 부분에서 난 관객 모두를 울리겠어’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이는)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개인적 취향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갈무리하고, 극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그림자가 짙을수록 빛이 밝아지기에 살리에리에 대한 과한 관심도 자칫 잘못하면 유치해진다. 하지만, 난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의 서사에 여러 번 눈물 흘리고 왔다. 궁정음악가로 돈, 명예를 다 가진 살리에리는 아쉽게도 그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여기는 사람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그는 현생에 사라질 것들보다도 더 귀중한 것, 그가 스러져도 남아있을, 불멸의 예술을 원했다. 신을 사랑하고 경외하며 기꺼이 자신이 도구로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보답받길 바란 듯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살리에리 역을 한 차지연배우의 연기에 압도당했는데 좀 극단적으로 무대의 어떤 색상이나 상대배역들도 불필요한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화려한 궁중의상의 색상,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괴짜천재 모차르트, 황제, 귀족들 등등이 말이다. 살리에리를 통해 동정, 연민, 이기심, 욕심, 질투, 분노, 슬픔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강렬히 느꼈다.


극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교향곡 등등이 섞여가며 스토리와 잘 버무려진다. 이 서사들은 모차르트를 다룬 다른 콘텐츠들을 통해서도 접해본 듯한 느낌이다. 일부 곡들의 부분은 배우가 실제로 소화하는데 연극이기에 기대치 못했던 것이라 당황스럽고 계륵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가히 꾀꼬리 같으며, 볼거리/들을 거리가 된다.


끝나기 전에 다른 배우가 표현하는 살리에리가 궁금해서 또 보러 갈 것 같다. 그때 또, 느끼는 바를 기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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