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라, 진지함과 유머
최근 제작사 쇼노트는 셰익스피어에 관한 두 가지 작품을 선보였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셰익스피어 인 러브’ , 모두 다 해외에서 극으로, 영화로 선보였던 작품들이며,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를 전자는 현대판, 후자는 상상력을 더한 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셰익스피어가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된 것이 셰익스피어 인 러브이다. 셰익스피어 역에 김성철, 이상이, 정문성 그리고 비올라 역에 김유정, 정소민, 채수빈 등으로 화려한 스타캐스팅을 자랑한다.
극에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 극 중 극을 만들어가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소네트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소견으로 만약 내가 셰익스피어 역할을 한 남자배우의 팬이라면, 셰익스피어가 소네트를 읊는 그 자체만으로도 n차 관람 확정이다.
극은 시작 전, 극 중 ‘실비아’란 이름으로 특정 통신사(애플)의 ‘시리’가 호출될지 모른다며 핸드폰을 꺼달라고 공지한다. 이처럼 극은 시작과 동시에 관객을 16세기 영국으로 이동시킨다. 연주하는 음악과 의상은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하지만 얼핏 얼핏 연기전공자의 학예발표회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동서양을, 몇 백 년을 뛰어넘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뮤지컬과 극에서 대부분이 그렇지만 유독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번역, 인용하였기 때문인지 중간중간 문학작품을 인용할 때 말투 자체가 이질감을 들게 한다. 더욱이 그 말투는 너무나도 한국배우의 입에서 나오기 때문이 아닌지 싶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비극을 셰익스피어의 실제 경험담이 아닐까 하는 비극적 사랑이야기의
모티프적 요소와 극 중 곳곳에서 나타나는 유머는 내가 진지하게 윌의 사랑에 감정이입을 해야 할지, 농담 따먹기로 가볍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받아들이기에 셰익스피어 문학과 사랑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의 무게, 그걸 표현하는 배우의 진지함이 막연히 웃고 즐기기 힘들었고, 스위치가 빨라서 따라잡기 힘들었다.
이 같은 감상은 어쩌면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 대한 이해가 없이 관람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쓰고 보니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속성을 적은 듯하다. 스타캐스팅과 유머가 궁금한 사람들은 보러 가도 괜찮지 않을까, 로맨틱 코미디 “셰익스피어 인 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