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칙칙폭폭 Feb 25. 2022

하데스 타운 N차 회전러의 관점3

헤르메스, 따스한 후견인이자 ‘신은 신!’

하데스 타운 N차 회전러의 관점 1 깡르페우스, 2 에우리디케에 이어 헤르메스에 대한 글 입니다. 뮤린이의 주관적 견해와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있습니다.


헤르메스

따스한 후견인이자 ‘신은 신!’

헤르메스는 하데스 타운 안에서 등장인물로 연기하기도 하지만 극을 전개시키는 변사 같은 역할도 한다. 헤르메스 역할은 강홍석, 최재림 배우가 맡았으며, 이 두 배우의 헤르메스 해석에 대한 것은 커뮤니티에 꽤나 초기부터 올라오곤 했었다. 내가 생각하는 두 배우의 강점을 꼽자면, 홍르메스는 목소리를 긁거나 하는 변주로 내는 재지(jazzy)하고 소울(soul)틱함, 재르메스는 특유의 뮤지컬 창법으로 시원시원한 전달력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우리가 만화로 접한 것처럼 그 형상도 인간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을뿐더러 제우스는 신 중의 신이면서도 바람기가 많은 등 허점 등도 있어서 인간과 닮은 듯한 모습을 그려낸다. 홍르메스는 이 점에 초점을 맞춘 듯 인간적이고, 뛰어난 감정적 공감을 보여주는 연기 디테일을 보여준다. 그리고 배우들의 퇴장이 잘 없는 하데스 타운의 특성상, 무대에 있는 내내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 리액션을 더해 현장감을 느끼게 해 준다.


에우리디케의 생명 같은 초가 꺼지지 않게 타는 초를 바라보며 소중히 안고 있고, 그 초를 끌 때 망설이며 끄는 모습, 오르페우스가 작곡에 전념하는 동안 배고픔과 폭풍에 스러져가는 에우리디케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 ‘epic’을 완성하여 하데스 앞에서 선보이던 때 오르페우스의 편에서 지켜보아주고, 다 부른 뒤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 등에서 그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다.


오르페우스의 따뜻한 후견인 같은 모습으로 자연히, 같은 신의 위치인 하데스에게는 조금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내는데 하데스에게 소품인 의자를 건넬 때나, 그가 벽을 세우는 이유에 대해 논할 때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상대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홍르메스도 마냥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오르페우스가 작곡을 마치고 뒤늦게 에우리디케를 찾을 때 ‘에우리디케가 하데스 타운으로 떠나기 전 니 이름을 불렀지만 듣지 못했구나’ 하는 이야기를 할 때  ‘네가’에 실린 무게가 순간의 섬뜩한 신만이 자아내는 경외감이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 디테일이 되었다.


재르메스의 경우는 오히려 내가 원작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며 떠올렸던 헤르메스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2차 창작물인 <퍼시 잭슨> 시리즈에서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의 아버지가 헤르메스였던 기억이 있다.) 전령의 신이자 여행, 상업 그리고 도둑의 신. 헤르메스는 왠지 모르게 약삭빠르기도 하고 의리보단 실리를 추구하여 자신이 불리하면 살짝 발을 빼기도 하는 그런 이미지였다.

뜬금없지만, 본업과 관련한… 송상희 작가 <정신과 기회>(2021)에 등장한 헤르메스의 모습

재르메스는 ‘난 영리하고 신은 인간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로서 (오르페우스의 사정은 조금 안타깝다만) 나의 매력을 뽐낸다’는 느낌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헤르메스는 전령의 신으로 의상 소매 깃에 깃털이 달려있는데 그 복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크고 우아한 몸짓을 연기 디테일로 보여준다.


하데스가 벽을 세우는 이유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에서 하데스에게 인사할 때 그 디테일을 가장 특징적으로 볼 수 있다. 검지를 이마에 대었다가 펼쳐 뻗어내는 동작은 동료 신에게 경의를 표하면서도 그 만의 매력을 잘 드러내는 포인트가 된다.


또 다른 재르메스의 디테일을 꼽자면, 헤르메스 역할이 부는 기차 경적 소리를 내는 피리(?) 같은 악기에 있다. 이 악기는 뱉어내는 호흡 조절에 따라 그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데, 에우리디케가 하데스 타운으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기차에 오를 때, 그 경적을 힘 없이 울린다. 이는 그 뒤에 운명의 세 여신이 그들의 망사 장식을 앞으로 내려 에우리디케를 추모하는 모습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작가의 이전글 하데스 타운 N차 회전러의 관점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