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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Feb 24. 2022

하데스 타운 N차 회전러의 관점2

에우리디케의 사랑

하데스 타운 N차 회전러의 관점1- 캉르페우스 편을 쓰고 곧이어 쓰겠다고 다짐한 2는 미뤄졌고, 이러다간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저 적어보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뮤린이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작성되었으며, 하데스 타운의 내용도 매우 많이 등장합니다(스포주의)


에우리디케

김수하, 김환희 두 배우가 에우리디케 역을 맡는다. 두 배우를 모두 보았을 때, 목소리톤이나 힘 있게 내뱉는 소리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어떤 배우의 에우리디케를 보던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데스 타운에서 에우리디케는 비극의 여주인공이다. 사실 오르페우스 역할을 하는 배우의 팬이어서 지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가 에우리디케에 조금 감정이입을 해보자 조금 억울해졌다.


에우리디케는 ‘Anyway the wind blows’에서처럼 바람 따라 흘러 흘러 살아왔다, 세상과 바람에 익숙하게. 그러다가 카페에서 본 한 남자가 자기랑 결혼하자고 하더라, 여러 가지를 약속하면서. 흘러 흘러 살다가 정착을 결심했더니 폭풍우가 찾아왔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예전이었으면 당장 폭풍과 배고픔을 피해 달아났겠지만, 내 마음을 준 연인이 여기 있다.


그도 그 나름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심하고 있지만… ‘All I’ve ever known’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안아준다던 이는 곁에 없고, 혼자였던 외롭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하데스의 말처럼 (‘전기가 끊겨도 시나 써주겠지’-‘hey, little songbird’) 시나 써주더라도 곁에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오르페우스가 조금 미워진다. ‘Wait for me’에서 사르르 녹아내릴 얼마 가지 않은 미움이지만. 또, 하데스 타운까지 온갖 검댕 다 묻어가며 힘든 길을 헤치고 왔을 오르페우스가 다 내 잘못이라며 용서를 빌 때 ‘왔잖아’라는 말로 스르르 풀어지는 게 ‘역시 남녀관계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환희 배우의 인터뷰에서 보았던가, ‘당찬 에우리디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데스 타운으로 에우리디케를 찾아온 오르페우스, 잠깐 동안 기쁨의

재회 뒤에 하데스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에게 돌아가라고 한다. 이 장면은 배우들의 티키타카 합으로 연결되는데 헤르메스가 ‘(오르페우스는) 온 힘을 다해 용기를 짜내어 말했습니다’라는 대사 다음 오르페우스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성량이 엄청나서.. 용기 낸 오르페우스보다 더 씩씩해 보였다. 그래서 에우리디케에서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역할 자체에서 에우리디케는 여주인공이긴 하지만, 신화 원작에서도 님프(요정)로 자세한 설정도 없다. 당찬 여성이지만 플롯상 조력자 이상이 될 수 없고 바람 따라 운명의 여신들의 손짓에 따라 굵직굵직한 감정 표현들이 디테일을 찾을 수 유일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오르페우스와 함께 하데스 타운을 나서며 에우리디케가 시원하게 내지르는 ‘wait for me’의 후렴구에서 매번 속이 시원해지는 건 단순히 그것이 고음이고 배우들이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저런 복잡한 이야기를 꺼내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에우리디케의 사랑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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