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일무> 리뷰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예술의 집합체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2023년 5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공연을 진행한다. 한 달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공연이었는데, 석가탄신일이 낀 긴 연휴에 계획을 몰라 예매해두지 못하던 차였다. 오전에 광화문에서 약속이 있고 두 번째 약속은 청담, 금요일과 주말엔 시간이 안되는데 너무 보고 싶었다.
내가 이토록 보고 싶었던 것은 패션브랜드 ‘구호’로 유명한 디자이너 정구호가 무대 연출을 한다고 한다. 일무는 유네스코에 제1호 국가 무형문화재에 지정된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으로, 열을 맞추어 추는 춤을 뜻한다.
오와 열이 맞는 와중에, 색감과 의상이 세련되었다. 구호의 본업인데 두말하면 입아플 것 같다.
미니멀한 무대에, 미니멀한 음악.
1장부터 4장까지 구성된 공연에서 1,2,3장은 4장 신일무를 위한 빌드업이다. 1장 일무 연구에서는 무용수들의 정해진 순서대로 간결하고 힘 있는 무용동작,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고, 반복되는 사람들이 겹쳐지며 일무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된다. 음악 역시 ‘짝’, ‘드르륵’하는 식의 (전통악기 이름을 모른다) 미니멀한 박자감을 주는 음악이 흐른다. 새하얀 무대 위에 떠있는 LED봉이 패션쇼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다. 이 봉의 대형이 변하는 것을 관찰해도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2장은 전통 예식에서 볼 법한 의상으로 우아한 춤사위를 보이는데, 사실 졸았다. 내가 느끼기에도 음악은 전통식. 초반의 전통악기로 미니멀한 박자감을 주었을 땐 현대적인 느낌도 들었는데, 2장은 그보다는 더 전통스러운 선율로 흐르는 느낌을 주었다.
3장의 죽무는, 너무 졸다 괴롭던 차에 등장한 힘 있는 남성군무였다. 무용수들이 꽂힌 기둥들 사이로 전속력으로 달리고 사라지며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무엇이 어찌되었건 이 모든 과정은 4장 신일무를 위해 달려간다. 신일무에서는 1, 2, 3장의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는데, 의상과 안무 모두 현대적 재해석이 가미된 말 그대로 ‘새로운 일무’이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학습으로 인한 쾌감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일무 연구에서 한 사람이 미니멀하게 반복하는 동작, 그리고 그 동작이 한 사람에게서 여러 사람으로 퍼진다. 대형을 맞춰 일률적인 동작을 선보인다거나 동선을 짜서 움직인다. 같은 동작의 반복으로 쾌감을 느낄 즈음, 엇박의 변형도 치고 들어온다.
주로 박자감이 두드러진 타악기의 미니멀한 음악은 현대음악 같은 느낌, 패션쇼에서 들어볼 법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도 겹쳐진다. 그리고 차례로 열을 맞추는 안무 혹은 대칭을 이루는 모습 또한 어느 쇼장의 연출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음악, 패션, 안무, 무대 연출 등 이 모든 예술 중 하나도 빠지지 않는 집합체이다. 여기에 우리의 전통과 역사까지 챙겨간다.
내 주변엔 모두 외국인들이었는데, 그분들도 좋은
구경하고 가시는 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제발 이 좋은 거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제 본 데스노트의 리뷰보다 새치기해서 쓴다.
이상, 비전문적이고 감상만 가득한 리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