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에서 자란 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Teddy님
만 13년 동안의 직장생활 동안 나는 총 네 개의 회사를 다녔고 그 속에서 네 번 직무를 바꾸었다. (양심적으로 3개월 다닌 회사는 뺐다)
내가 다녔던 두 번째 회사는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전문 부티크 에이전시였다.
언론홍보, 위기관리 등을 비롯하여 온/오프라인 마케팅 등 커뮤니케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PR 에이전시 중 하나였던 첫 회사를 나온 후 기술력으로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던 IT기업에 입사를 했으나 나와 너무 맞지 않아 뛰쳐나오듯 3개월 만에 퇴사를 했던 때, 신기한 타이밍으로 나를 예전부터 지켜보고 계셨던(?) 부티크 에이전시 대표님이 몇 차례 적극적인 러브콜을 주셨다. 나는 당시 조금 큰 인하우스를 들어가려고 보고 있던 터라 관련해서 두어달 고민 후 해당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정말 작은 규모의 회사, 나에게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업계 등, 내가 당시 중요시 하고 있던 것들과는 잘 맞지 않은 여러 요인들을 두고 몇 번 번복을 하다 그럼에도 내가 개발하고 키울 수 있는 점들도 많아 궁극적으로 입사를 했던 그 회사에서의 좋은 점들을 말하자면, 여행이라는 다이내믹한 업종답게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고, 사람들의 여가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기획을 할 수 있었기에 나의 여가나 소비에 대한 다른 시각 역시 얻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팀으로 최대한의 아웃풋을 내는 것 역시 배웠는데, 이는 좋은 동료들과 일을 했던 덕이었다.
이 회사에서 당시 나는 여러 관광청의 업무를 하게 되었다. 유럽의 오스트리아, 그리고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 (별개의 관광청이었으며 주요 프로젝트에서는 같이 협업해서 하는 형태였다) 관광청의 국내 PR, 마케팅 담당을 비롯하여 페루관광청의 한국사무소 POC 역할 등을 맡았다. 그렇게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무역대표부상무관을 비롯하여 국내의 다양한 여행업계 관계자들과 일을 하였고, 여러 오프라인 행사를 위해 디자인 재단 등 다양한 기관들과도 협업을 하였다. 그리고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양한 국가 정부기관 및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외 박람회에서 아웃바운드 영업 등을 역시 진행을 했었다.
그렇게 연이 닿았던 곳 중 하나가 자메이카관광청이었다. 당시 한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던 자메이카관광청의 한국 진출 업무를 맡게 된 나는 웹사이트 로컬라이제이션, 국내 여행 업계 인플루언서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 국내 여행사들과 함께 자메이카로 가서 팸투어 (Familiarization Tour)를 제공하고 여행 프로그램 기획 등을 하는 업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업무를 하며 나는 이 인터뷰의 주인공 Teddy 님을 알게 되었다.
Teddy 님은 2017년 5월, 내가 팸투어차 방문했던 자메이카에서 현지 통역으로 참여를 해주셨던 분인데 자메이카에서 거주한 지 오래된 교민이자 목사님의 자녀라고 했다. 덥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쾌적하고 낙천적인 그곳에서 약 일주일 간 묵으며 나는 여러 리조트 및 역사적인 장소들을 방문했다. 커피로 유명한 블루마운틴에 올라가 날것의 자연 그대로와 풍미가 가득한 커피를 만끽하기도 했고, 오초 리오스의 폭포에서 행복한 물벼락(?)을 맡기도 했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의 많은 관광지들 역시 식민지 문화가 많이 묻어있기도 했고, 워낙 부자들이 가는 럭셔리 리조트들 위주로 방문하여 안 그래도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의 일부만 보는 것 같아 마음 구석에 나만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일은 일이었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자메이카는 정말 아름다웠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보니, 밥말리 박물관, 데본 하우스 (데본 하우스 아이스크림은 내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 단연 최고이다!), 킹스턴의 미술관 등 여러 장소를 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일을 통해 Teddy 님과 연이 닿아 계속 서로의 소식과 안부를 간간히 SNS를 통해 보고 있던 와중, 그가 목회활동을 위해 미국에서 거주 후 트리니다드 토바고로 이주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Third Culture Kid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인구가 Missionary Kid, 줄여서 MK라고 한다. 이들은 선교사, 목사 등을 포함한 목회자의 자녀이다. Third Culture Kid 중 얼마큼을 차지하는지 데이터를 찾아보고 싶어 검색해 보았으나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MK를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평균적인 TCK들보다 MK들이 더 TCK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더 강하다고 해서이다. 출처: https://rtim.org/are-the-kids-alright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는 덕에 상대적으로 조금 더 윤택한 환경이 제공되는 외교관이나 주재원의 자녀에 비해 목회자의 자녀들은 로컬학교를 다니며 조금 더 현지에 맞게 적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어떤 국가의 경우 종교를 전도하는 것이 정치를 비롯한 환경적으로 녹록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에 현지에서 목회자 당사자와 그 가족이 감내해야 할 것 역시 많다.
자메이카의 지역적인 매력도 있지만, MK로 성장한 이야기가 궁금하여 요청한 인터뷰에 선뜻 응해준 Teddy 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머나먼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섬 자메이카에서 자라 현재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그의 인터뷰가 읽는 여러분에게도 매력적으로 와닿길 바라는 마음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 거주하고 있는 MK를 비롯하여 많은 TCK들이 어디에 있든 여러 색채를 입으며 매력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본인만의 아이덴티티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Teddy Kim이고 자메이카에서 자란 후 현재 카리브해 남쪽에 위치해 있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거주하고 있으며 굿 뉴스 트리니다드 교회 (Good News Trinidad Church)의 목사를 맡고 있습니다.
2. 자메이카는 한국에서 꽤 생소한 곳인데, 어떤 곳인지 간략하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한국에 자메이카가 소개가 되었던 계기인 무한도전 촬영 시 현지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경험에 대해서도 나누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자메이카는 총인구수가 270만 명 정도 되는 작은 나라지만 문화적으로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나라예요. 자메이카는 레개나 댄스홀 같은 음악 장르로 잘 알려져 있고, 세계 어디를 가나 이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지요. 카리브해 국가나 아프리카에서는 자메이카 뮤지션들이 인기가 많은지라 자메이카의 크레올 언어 (파투아어)가 일반적인 언어 중 하나로 사용 되기도 해요. 영국에서 또한 마찬가지죠.
무한도전의 경우 저는 현지 코디네이터는 아니었지만, 우사인 볼트를 찾을 때 약간의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어요. 당시 저는 하하형과 스컬형을 만났고, 스컬형은 현재까지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그 계기로 저는 자메이카를 방문하는 여러 한국 뮤지션과 댄서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3. 많은 국가 중 자메이카와 연이 닿아 오랫동안 거주하고, Teddy 님 역시 자라서 다른 카리브해 국가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것이 신기해요! 실례가 아니라면 Teddy 님의 아버지는 어떤 연유로 자메이카와 연이 닿으셨나요?
저희 아버지는 자메이카에서 선교 활동을 하셨어요.
선교 활동을 하시기 전에는 현대종합상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었고, 아버지의 삶은 꽤 성공적이었지만 아버지 개인의 삶에서 조금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원하셨고 그 덕에 당시 다니던 교회에서 해외선교사로 자메이카 파견이 되셨어요. 당시 저는 8살이었고요.
4. Teddy 님 역시 다음 행선지를 정하는 데 있어 카리브해 국가가 우선순위였는지 궁금해요.
사실 저희는 저희가 행선지를 선택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으로 가게 된다고 믿어요.
저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의 삶에 매우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전에 저는 미국에서 약 4년을 살았고, 다시 카리브해 국가로 오게 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추운 날씨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카리브해 국가들은 기후뿐만 아니라 사람들 역시 너무 온화하고 따뜻해요. 저는 이곳의 사람들이 정말 좋아요. 선교 활동을 하기에 카리브해 국가들은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이 되어요.
5. 현재 거주하시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어떤 곳인가요? 자메이카와 비교했을 때도 문화차이가 많았는지 궁금해요!
자메이카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다른 점을 보는 것은 제게도 참 흥미로운 일이었어요.
인구 통계로 보았을 때 자메이카는 아프리카 혈통의 사람들이 대다수예요. 물론 시간이 흐르며 많은 인종이 섞여왔고, 모두 다 조상 중 일부는 아프리카와 유럽 사람이지만요. 반면 트리니다드 토바고 같은 경우 많은 사람들의 조상이 인도 혈통이에요. 트리니다드 토바고 사람들은 인도 음식인 커리와 로티를 정말 많이 먹고, 힌두교와 무슬림교 사람들도 많아요. 덕분에 공휴일이 정말 많은 국가죠.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크루드 오일을 생산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자메이카보다는 산업화된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6. 워낙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먼 국가에서 오래 사셔서 한국에 오시게 되면 문화 차이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한국에 오시면 느끼시는 대표적인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한국이 정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의 일처리 속도에 놀라곤 하죠. 서비스도 대단하고, 정부 관련 볼일을 보는 것 역시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음을 종종 목도해요.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좋지 않게 이야기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다 빠르고 효율적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작은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으니 최고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회적인 압박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일부 한국인들은 한국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본인들이 얼마나 멋진 곳에서 살고 있는지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문화를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모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7. Teddy 님이 생각하시기에 TCK로 자란 것의 장점은 무엇이고, 반면 아쉬운 점 혹은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TCK로 사는 것의 장점은 다양한 관점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에요. 대체적으로 한 곳에서 특정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가지는 옳고 그름 같은 흑백 논리를 지니지 않지요. 가정, 학교 등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관점 덕에 저는 각 관점을 포용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되었어요.
반면 저는 자메이카에서 한국인으로서 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저의 머리, 눈, 이름, 제가 먹는 음식 등 모든 것이 놀림거리가 되었죠. 처음엔 정말 힘들었고 부모님이 왜 자메이카에 저를 데리고 왔는지 화가 날 정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감사뿐이고, 그렇게 자랐기에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지닐 수 있게 된 저, 그리고 자메이카가 좋아요.
8. TCK가 현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했을 때 TCK들은 여러 관점에서 오는 차이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특정 방식의 교육만 받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작은 문화적 뉘앙스의 차이 등이 있는데, TCK들이 그 차이가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9. 현재 TCK로 자라고 있는 10대들에게 주시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저는 늘 제가 자메이카에서 자랐기 때문에 불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사실 자메이카에서 자란 것은 저에게 있어 최고의 행운이었죠. 제가 자메이카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인터뷰어인 나라님도 만나지 못했겠지요?
제가 TCK로 자라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항상 현재 처한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다양한 관점으로 보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분명 행복할 거라는 거죠!
10. TCK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TCK는 다양한 문화적인 요소들이 특별하게 섞여 저를 더 유일무이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생각이 들어요.
11. 10년 뒤 Teddy 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 것 같으세요?
저는 제가 10년 뒤에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목사로서, 그리고 선교사로서 복음을 전파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