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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Mar 20. 2023

영어유치원, 보내지 않아도 될 거야

TCK의 경험에 기반하여 계획해 보는 아이의 조기 영어 교육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나의 최근에 화두는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아이가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키우는 것이다. 비록 영어유치원을 비롯하여 학구열이 강한 동네로 이사를 갈 예정이지만, "남들 다 하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어떻게 아이를 잘 교육할 것인가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흥미로우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 포인트인 것 같다. 나는 나의 친동생이자 아기의 이모가 될 사람과 소통을 할 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이야기를 하고, 동생은 특히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한지라 아이를 키우며 우리 둘의 몫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편 역시 같이 잘하면 좋을 것 같단 마음에 나의 용돈으로 그에게 링글 서비스를 결제해주었다. 


나는 영어를 4살-5살 때 필리핀에 거주를 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그전에 2년 동안 대만에서 거주하며 아주 짤막한 중국어를 구사하고 알아듣기도 했다는데, 나의 드문드문한 기억 속에는 대만 유아원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긴장을 해 낮잠시간에 바지에 실례를 했던 순간들이 남아있다. 여하 간에 필리핀에서 배운 영어는 한국으로 와서 늘 내 머릿속 무의식적인 부분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공부에 크게 흥미가 없던 나였어도 영어는 늘 100점을 맞았으며, 중학생이 된 후 팝송에 빠져 여러 가사를 찾아보며 혼자 영어공부를 이어나갔다. 덕분에 한국에서의 1년 남짓한 중학생 시절동안 영어 선생님의 예쁨 역시 독차지할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안 되어 우크라이나로 이주, 국제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한 날부터는 생각지도 못한 악몽이 시작되었다. 나름 영어를 좀 잘한다고 방귀를 뀌던 내가, 동급생들의 배려 없는 빠른 언어, 슬랭, 그리고 영어 선생님의 무한 필기체에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 속상했다. 당시 나의 영문학 선생님은 그렇게 배려심이 강한 스타일은 아니셔서 (굉장히 마르고 신경질적인 쿠바 남성분이었다) 나의 미진한 속도를 답답해하셨고 사람들 앞에서 나를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기도 했다. 두꺼운 소설책들 속에서 나는 길을 잃었고, 아버지 회사에서 당시 우크라이나로 출장을 오는 출장자 아저씨들을 통해 국문 번역본을 받아서 병행해서 읽었다. 어쩜 가장 "다양성"이 포용되어야 했던 국제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 중학생으로 지내는 것은, 소수 사회 속의 소수를 더 뼈저리게 경험할 수 있게 한 계기였던 것 같다. 


이런저런 시간을 지나 나는 영어를 다시 잘할 수 있게 되었고, 단순 언어적인 표현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적인 요소들을 동년배들과 공유하며 (음악, 영화 등) 맥락을 잘 읽는 사람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의 꿈이나 일기 속 언어에도 종종 영어가 나왔고, 나는 그렇게 자유롭게 구분 없이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그 외에 약간의 러시아어도) 사람이 되었다.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단순 외국 여행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고, 취업 시 도움을 받는 것 외에도 더 많고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나 본격적으로 언어가 발달되는 시기인 유아와 청소년 시절 외국어를 습득한 아이들에게 말이다. 


어린 나이부터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 문법과 어휘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그 속의 문화와 맥락, 언어 속에 담긴 시야 및 문제해결능력 등을 같이 터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기사에 따르면 (근데 매체가 방글라데시 매체네),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아이는 머릿속에서 각기 다른 언어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한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인지할 때 이 두 언어 사이를 편하게 스위치 할 수 있고, 이러한 작용은 표준어와 사투리 사이의 언어 구사에도 적용이 된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자연스럽게 두 개 이상의 언어를 함께 배우게 되거나 섞어 쓰는 곳도 있는데, 내가 살던 우크라이나만 해도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를 섞어서 쓰는 사람들을 쑤르직 (суржик) 이라고 부른다. 쑤르직은 우크라이나 인구의 15-20%가 사용하는 일종의 사회 방언/혼합 언어이며 우크라이나의 문법과 발음을 토대로 러시아어의 어휘를 사용한다. 웃긴 게 미국 교포들이나,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구사하는 많은 이들이 쓰는 짬뽕 언어도 분명 있다. 이건 한국에서 쓰는 콩글리시와는 확연히 달라서,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 너두? 야 나두!" 가 절로 나온다. 


그럼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적기는 언제일까? 정말 한국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전 조기교육이 중요한 것일까? 보스턴의 명문대 보스턴 컬리지의 조슈아 하트숀 (Joshua Hartshorne) 교수에 따르면, 


원어민 같이 말을 하고 유창하게 하려면 10살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최적이며, 17-18세 때까지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 말인즉슨, 5살에 시작을 하거나 초등학교 들어가서 시작을 하거나 똑같단 뜻이다. 


주변 친구 중 외국인과 타지에서 결혼을 한 친구들이 종종 있어 당연하게 두 언어를 가정에서 함께 쓰는 사례들을 본다. 그중 유독 영어와 한국어 구사를 둘 다 잘하는 유아를 키우는 지인들을 보며 어떻게 한 것이냐 묻는데, 자연스럽게 생활 속 노출 및 대화 등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구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경험들을 통해 아이가 아빠와 엄마에게 쓰는 언어가 다른 부분 + TPO에 맞춰 본인이 써야 하는 언어를 하는 부분이 너무 인상 깊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우리 아기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게 하려면, 본격적으로 영어 학원을 다니기 전에 여러 미디어 및 생활 속 대화를 통해 언어에 노출을 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책을 많이 준비해야지. 초등학교 때부터는 아무래도 학원을 다니게 되거나 과외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단순 외국어를 잘 구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어/한국어 사이를 자유자재로 스위치 하는 것처럼 생각의 스펙트럼도 더 넓고, 사고와 인지 역시 더 유동적이고 탄력적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How language shapes the way we think


마지막으로는 출퇴근길에 보기 좋은 언어인지과학자 레라 보로디츠스키의 "언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법" 이라는 주제의 테드영상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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