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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Aug 29. 2022

한국 문화에는 아직 적응 중입니다만

서른여섯 살 TCK로서 아직 적응 중인 한국 문화들

나는 환경에 따라 스스로를 잘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내가 꼽는 나 자신의 장점이기도 한데, 여섯 개의 나라에서 자라고 여러 환경에 놓여 있었으며 기질적인 것도 있어 그 상황이나 커뮤니티에 맞춰 스스로를 잘 조율하고 적응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나 새로운 환경 등에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흡수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국의 문화들이 있다. 타인의 삶이나 각자의 선택에 대해서 아는 체하거나 평가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한번 나누어 보고 싶었다.


1. 비가족적인 문화

나는 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 테이블을 사랑한다. 하루를 마감하며 각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근황을 이야기하고, 한 시간 넘게 그 저녁 식사 테이블에 함께 몰입하고 전념하는 문화를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한국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식사를 하며 텔레비전을 틀어놓아 식사에 몰입하지 않는 모습이나, 가족과의 저녁 식사를 중요시하지 않는 것을 넘어 회피하는 분위기가 많이 팽배해 있다는 것 (특히 30-40대 남성들 사이에서)이었다. 야근과 술자리를 저렇게 많이 가지면 가정은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될 정도로 저녁 문화가 집 밖에서 많이 이루어진 것에 있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또 각자 맞는 배우자를 만나 그 가족의 문화를 만들면 되는 것 - 나는 무엇보다 함께 먹는 저녁을 중요시하는 남편과 살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좀 많이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사회초년생이던 10여 년 전만 해도 '사회생활'이 무언가 그런 술자리 등에 끼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분위기였던 것 같은데, 나는 결국 일을 잘하고 내가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뿌리는 나의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2. 비가족적 문화면서 집단주의적인

내가 속한 가장 중요한 '집단'인 가족과의 저녁 식사 및 마음 씀과는 달리, 한국 사람들은 밖에서의 소속감을 찾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쓸데없다고 느끼는 학연, 지연, 혈연. 3n년간 모르고 살았던 사람인데 단순 나와 같은 학교를 나왔다거나, 같은 동네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다른 마음이 더 쓰이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이 든다. 학연, 지연, 혈연 따위의 문화는 타인을 손쉽게 배척할 수 있는 좋지 않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성된 커뮤니티가 결국은 스스로의 자존심에 결부되는 것 같은데, 어떠한 연결고리 없이 스스로 당당하게 살면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3. 보여주기식 그리고 소비지향적인 문화

특정 스포츠나 문화 등이 어떠한 세대를 휩쓸고 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았을 때, 골프를 배우기 좋은 국가라 골프를 쳐볼까라고 했을 때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건 아저씨들이 고객사에 접대하려고 하는 거야"라고 했었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접대용으로 하는 스포츠가 조금 여유로운 2030들이 필수로 치는 스포츠가 되는 것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골프 자체, 혹은 골프를 취미로 선택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아함이 아니라, 저 중 정말 스스로 생각했을 때 "골프를 배우고 싶다"라고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까 싶고, 아무래도 주변 사람이나 주변 환경에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건방진 생각일 수 있겠지만!) 뿐만 아니라 결혼식에는 명품 가방을 드는 것이 당연한 기본값이 되고, 나의 월급보다 높은 어떠한 브랜드의 무엇을 지니고 있는 게 순간의 자존감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 나는 결국 사람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은, 소비와 물건이 아닌 배우는 태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 집안 대대로 내려온 문화 등인 것 같다. 과한 소비는 결핍의 징표라고 생각을 한다.



어느 문화든 각자의 장점과 단점이 있고, 결국  장점도 단점도 내가 선택하여 융화되고 흡수되면 되는 것이다. 또한 모든 면은 무조건 적인 단점만  수는 없어서, 소비지향적인 문화 덕에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트렌디하다는 평가를 받고, 여러 해외 브랜드가 한국 진출을 노리기도 한다. (하지만 집단주의와 비가족적인 문화의 장점은 사실 일도 모르겠다)


여하 간에 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중요시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더 자기 다운 삶을 살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결국 나이 들면 남는 것은 내가 무엇을 입고 어느 사람이랑 술을 마셨냐가 아니라, 내가 매일매일을 얼마나 충실히 살아냈고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며 얼마큼의 마음을 나누었느냐일 것이라고 나는 자부한다. 그래도 위에 나열한 항목들 중 적당히 적응하는 것 역시 나의 몫이겠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지금 내가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 좋다. 어디선들 안 좋겠냐만 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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