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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May 29. 2022

Third Culture Kid - 제3문화아이들

Third Culture Kid의 장점과 단점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표현은 "Third Culture Kid"이다.    



Third Culture Kid - 한국어로는 제3문화아이들이라 불리고 나 스스로는 문화유목민이라 불리는 이 개념은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Ruth Hill Useem이 만든 개념으로, 유년기/성장기 (0세-18세) 동안 2개 이상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을 칭한다.  


부모의 문화 (제1 문화), 그리고 체류지 (제2 문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한 채 제3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자라난 사람들을 칭하는 개념으로 대사관, 주재원, 선교사, 군인 자녀들을 비롯해 이민을 간 가정, 조기유학생 그리고 다문화 가정들 역시 이에 속한다. 앞글 (TCK, 여러 문화에서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에도 언급한 것처럼 TCK로 자라는 것은 10대를 너머 20대가 되고, 30대 그리고 더 넘어 나이가 들 때까지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아마 가장 많은 것을 보고 받아들이고 세계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다이내믹한 경험들을 한 것이 큰 이유인 듯하다. 성인이 되어 떠난 유학생활이나 교환학생, 혹은 여행의 경험이 아닌, 실제 성장기에 이러한 시간들을 보낸 것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 세계관 그리고 정체성을 만드는데 더욱더 크게 기여, 깊이 관여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아는 유명인 중 Third Culture Kid는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세기의 배우 오드리 헵번, 첼리스트 요요마, 배우 비고 모텐슨, 요즘 유명한 작가인 사이먼 시넥 등이 있다.


Third Culture Kid로 자라는 것은 장단점이 확실하다.


여러 연구, 논문 그리고 블로그에 따르면 Third Culture Kid들은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 적응력이 뛰어나고,

- 더 경험 및 관점에 있어 수용적이고 열려있으며,

- 공감력이 더 뛰어나고

- 많은 언어를 구사하며

-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고

- 세계관이 확장되어 있으며

- 다문화간의 다양한 경험으로 관련 이해도도 높으며

- 현재에 집중하며

- 사회적으로 더 요령 있고 상식이 있으며 (social savvy)

- 빨리 조숙해지고 성장하며

- 더 좋은 교육적인 혜택들이 주어진다고 한다.


그럼 Third Culture Kid로 자라는 것은 마냥 좋기만 할까? 위에 언급되어있는 장점들 역시 내가 자주 들었던 나의 장점 중 하나이지만 나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면 늘 마냥 핑크빛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늘 빠르게 변하는 모국의 문화를 따라잡기 바빴고, 국제학교를 다니면서도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소속되지 않는 느낌을 늘 느끼며 어떻게든 티 안내며 아등바등 살아내기 바빴던 것 같다.  


나의 자존심과, 아마 나의 본연에 박혀있는 인복 덕에 학급 임원 등을 맡게 되고 인기가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나는 분명 하하 호호 즐기는 와중에도 100% 즐기는 것보단 살피고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을 하기 바빴던 것 같다. 모국의 친구들은 나를 잊을까 전전긍긍하고, 함께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헛소리를 혹여나 할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그러한 나의 조바심과 외로움을 달래주고 가교 역할을 해주었던 것은 늘 '음악'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이런 부분을 잘 알았던 나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출장을 오는 직원들에게 부탁해 새로운 CD나 잡지들을 가져올 수 있도록 했고, 나는 그렇게 한국 가요들을 들으며 조금이나마 멀어져 가는 느낌을 달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머무는 곳에서는 친구들이 듣는 Muse, Incubus, Placebo, The Cure 등의 음악을 들으며 나 역시도 "쿨한 음악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정을 받으려고 했다. 그 덕에 중학생 때 Depeche Mode, U2등의 콘서트를 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나는 덕분에 상당히 '조숙한 플레이리스트'의 보유자가 되었다.


대학으로 진출을 한 후에도 현지의 친구들이 듣는 음악을 따라 듣느라 바빴고, 특히나 나는 대학교 4학년 즈음 여성학을 공부하며 교내의 '여성센터'의 이벤트 코디네이터를 맡아 그 당시 그 친구들 사이에서 "필청가수"였던 Tegan&Sara나 Feist 등의 전앨범 전곡을 외우기도 했었다. 어쩜 Third Culture Kid로서 나의 생존 도구 중 가장 큰 도구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이었다.


Third Culture Kid로 사는 것의 단점, 혹은 보편적으로 느끼는 챌린지들은

- 집이 어딘가에 대한 질문

- 충족되지 않는 외로움

- 모국의 문화를 무시하는 면

- 뿌리 없는 느낌 (rootlessness)

- 꼭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restlessness)

-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회피형이 되는 부분

- 지연된 사춘기

- 어떤 문화에서도 온전한 오너십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

- 그래서 생기는 자신감 부족

등이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내가 모국을 떠나 느끼는 감정들과 경험들을 방학에 돌아가 나의 옛 친구들과 나누면 꼭 공부하느라 힘든 친구들에게 "팔자 좋게 살며 자랑을 하는 것 같은" 부채감이 들어 제대로 내 이야기 역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내가 멀어져 있던 시간 동안 나 없이 여러 일들을 겪고 함께 교복을 입고 떡볶이를 먹으며 내가 모르는 문화들과 감정들을 교류한 친구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어쩌다 보니 이방인이 차츰차츰 되어버린' 거리감을 느끼며 항상 슬퍼했던 것 같다. 내가 느끼는 그 모든 감정들은 어쩜 성장에 있어, 내가 나로 자랄 수 있게끔 되는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것들이었겠지만 당시에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었던 것 같다.


여하 간에 그러한 시간이 지나고, 아마 위에 언급한 모든 장점과 단점을 지닌 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비싼 영어 유치원을 보내거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조기유학을 보내는 등의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의 시대에서는 더더욱 누군가가 단순 '영어를 잘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글로벌 시대에 맞는 '글로벌 키드'로 자라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을 하며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것을 보고 느끼며 본인의 세계관을 확장하는지가 앞으로 남은 수십 년을 살고 일을 하고 본인의 가정을 만들고 나이 드는 데 있어 상당 부분 기여를 하기에, 나는 앞으로 내가 쓰는 글들이 단순 우리처럼 자란 Third Culture Kid들에게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조기유학 및 교육등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Psychology Today에 나온 Third Culture Kid들이 본인들이 경험으로부터 가지고 갈 레슨들에 대해 정리를 해본다.


1. 집 (home)은 단순히 장소를 넘어선 곳이다

- 우리가 그동안 했던 경험들, 쌓아온 추억들과 가치들은 장소를 옮긴다고 사라질 무엇이 아니다.


2. 진정한 관계들을 쌓을 것

- 사람들은 우리 인생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법이다. 현재의 내 삶, 이 순간의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짐을 풀고 나무를 심을 것

짐을 푼다는 것의 의미는 현재 지금 이 순간 내 발이 있는 곳, 그 장소가 주는 기회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에 "나무"를 심으면, 우리는 값진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 열린 마음을 지닐 것  

- 우정을 쌓는 것에는 언어의 장벽이 없으며,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면 그만큼의 지혜가 생긴다.


부디 이 레슨들을 몸과 맘 속 깊이 지녀, 우리의 대체불가능한 유산으로 삼고 앞으로 멋지게 나아가고 삶을 더더욱 확장시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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