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드라마 남자주인공에 빠지다
디즈니 영화를 보며 여전히 우는 나이지만, 반면 나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시니컬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팬질은 커녕 드라마, 영화 등 허구의 인물에도 잘 빠지지 않는 편인데, 그런 내가 요즘 드라마 남주에 빠져 매주 수-목만 기다리고 있다.
그 대상은 <동백꽃 필 무렵>의 남자 주인공, 황용식이.
검게 그을린 얼굴, 커다란 두상, 그 두상을 더 커보이게 만드는 헤어컷, 커다란 두상 때문인지 더욱 더 작아보이는 손, 구수한 미소, 그리고 처음에는 거슬리다 이내 사랑스러운 사투리까지. (황용식이 때문만은 아니고, 어느 부분은 강하늘 배우에 대한 디스인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드라마를 보며 첫화와 두번 째 에피소드 까지는 그래 그런가보다- 하고 봤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황용식이는 지금 우리 시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벤츠남 중 벤츠남이다.
황용식이가 왜 벤츠남인지 내 나름 분석을 해보았다. 중단했던 브런치 글을 황용식이 덕에 다시 쓰기 시작한다니 나 역시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1. 헷갈리게 하지 않는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는 누구일까. 여자를 막 대하는 남자? 언행이 과격한 남자? 자기 중심적인 남자? 물론 그들 역시 나쁜 남자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쁜 남자의 전형적인 사람들은 1. 헷갈리게 하는 사람 2. 우유부단한 사람 3. 나 가지긴 싫고 남 주기도 싫어 여지를 계속 주는 사람 이라고 생각을 한다.
며칠 전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내 또래의 유부녀 동료와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 별로였던 기억들을 떠올려보았을 때 대부분은 우유부단하고 헷갈리게 하는 사람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시간이나 감정을 낭비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고기를 뒤집으며 왜 황용식이가 참된 벤츠남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황용식이는 직진남이다. 감정에 있어 솔직하고, 재지 않으며, 표현이 단도직입적이다.
너무나도 직진남이라 당하는 사람은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선을 매우 잘 지킨다. 동백이에게 첫 눈에 반한 용식이가 본인 어필을 할 때 쓰는 말을 한번 보자. "저는 황용식이다. 예쁘신 줄로만 알았는데 되게 멋지시다. 아까 땅콩 8000원 말할 때부터 팬 됬다" - 이 바람직한 들이댐의 정석. 자기소개/당신이 왜 좋은지 (예뻐서만이 아니라는 것 어필, 매우 중요함)/팬이라는 단어까지.
2. 그런데 금사빠도, 처음 보는 여자라고 아무나 좋아하는 것도, 예쁘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황용식이의 이상형은 확실하다. 쉽게 맘을 주지도 않고, 처음 보는 여자라고, 예쁘다고 무조건 좋아하지도 않는다. 용식이의 스탠다는 늘 확고했고 (기품있고, 우아하고, 지적인 다이아나비같은 여자) 본인의 눈에 그러해 보이는 동백을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 것이다.
3. 말을 예쁘게 한다
용식이는 말을 참 예쁘게 한다. 쭈굴쭈굴한 동백이를 진정으로 위로 해주며 자존감을 높여준다. 정말 어디서 말 예쁘게 하는 법을 배우고 왔나 싶을 정도로 말을 예쁘게 한다. 땅만 보고 걷던 동백에게 동백이가 "얼마나 장한지 대단한지 존경스러운지" 계속 상기시켜주는 이 남자가, 자신의 "상팔자"가 "팔자가 안 좋은" 동백에게 옮아 동백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 남자가, 정말 사랑스럽다.
4. 그런데 말보다도 행동
하지만, 속된 말로 "뻐꾸기"는 누구나 다 날릴 수 있다. 사람을 제대로 보려면 그 사람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나는 황용식이의 말보다도 한 박자 빠른 행동과, 진심이 담겨 발휘되는 기지와, 새벽 시장을 같이 가려고 알람을 맞춰 일찍 일어나는 마음 같은 것이 너무나도 예뻐보인다.
5.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건강하다
동백의 옛 연인 (이자 필구아빠)인 강종렬이 들락날락 하는 것을 보며 용식이는 본인이 얼마나 질투심이 많은 사람인지, 심기가 불편한지, 연봉이 12억인 강종렬 앞에서 먹는게 다 얹힐 정도로 속이 거북한지에 대해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알량한 자존심을 챙기기 위해 본인이 원하는 바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용식이의 감정표현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또한 건강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반성을 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
32부작에서 40부작으로 연장이 되었다고 하는데, 부디 황용식이가 초심을 잃지 않고 본인의 촌티나는, 진정성 있는, 똥개같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많이 분출 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럼 수요일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