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은 대부분 엄마가 물려주신 것이다.
카멜색 캐시미어 코트, 꽈배기가 예쁜 랄프로렌 니트, 정말 적은 월급을 벌고 있던 사회초년생 아빠가 엄마께 처음으로 사주신, 런던출장에서 사오신 네이비색 헝겁 버버리 가방, 외할머니가 홍콩에서 사오신 다이아몬드와 루비가 예쁘게 박힌 반지, 엄마가 젊으셨을 때 했던 모네와 지방시 악세서리, 그 외 많은 옷들.
물론 "좋은" 이라고 했을 때 그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 가격이나 브랜드, 그리고 희소성에 연관 되어 있긴 하지만, 굳이 비싼 브랜드가 아닌 물건들도 엄마가 주신 것은 늘 새 것 같다. 잘 관리가 되어있고, 좋은 향이 나며, 여전히 은은하게 반짝 거린다.
우리 집은 그렇게 돈이 많은 집이 아니라, 엄마 역시 고가의 물건들이 엄청 많은 편은 아니기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시는 물건들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곱게, 잘 입고 쓰고 해오다가 어느덧 딸에게 더욱 더 어울리겠다 싶어, 혹은 이제 물려줄 때가 되었다 싶어 주시는 것일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주신 다이아몬드 귀걸이나, 한국에 들어와 첫 사회생활을 시작 했을 때 주신 다이아와 루비 반지 그리고 좋은 가방들이 그의 예일 것이다.
엄마는 나에게 물려주시는 옷이나 물건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늘 정성을 다해 대하시는 분이다. 우리 집의 그릇, 컵, 화분 그리고 심지어 가구까지. 왠만하면 좋은 것을 오래 잘 사용하고,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처럼, 엄마가 화초에 물을 주시는 시간의 집중력과 공기 속 보이지 않는 힘은 아름다울 지경이며, 엄마가 곱게 빨아서 이불을 탈탈 넣을 때는 종종 종교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마의 이 모든 아름다운 종교의식은 우리 집 강아지 장군이 덕분에 여러모로 예전과 달라지긴 했지만)
비단 물건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을 그러한 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믿는 엄마는, 아니, 믿기 이전에 천성적으로 그러한 엄마는 외출을 다녀오면 신발의 구석구석을 물티슈로 닦거나, 보풀이 일어난 옷을 정성스레 다듬는 것 뿐만 아니라, 설거지를 할 때도 그 행위에 집중을 하고, 밥을 지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하물며 청소를 할 때도 굉장히 전념을 하여 진행하신다.
엄마는 우스갯소리로 그게 엄마가 "처녀자리라 그런 것" 이라고 하시지만 (별자리 유형을 볼 때, 처녀자리는 12 별자리 중 가장 꼼꼼하고, 완벽주의적인 별자리로 나와있다) 나는 그게 엄마가 얼마나 지혜로운 사람인지, 그 누구도 Mindfulness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을 때부터 그걸 실천해 온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단추 하나가 사라진 블라우스를 못입겠다 말하는 딸의 옷의 단추의 위치를 손수 바꿔주고, 안 보이는 곳에 다른 모양의 단추를 달아주며 집에 보내는 엄마를 보며 나는 문득 지난 33년간 엄마의 지혜 안에서 매우 안락하게 자랐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정말 부끄러워졌다.
앞서 말한 엄마의 성향들은 대부분 기질적인, 선천적인 것이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이 되지만, 나는 엄마의 지혜가 스스로의 삶을 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딸들을 더욱 더 잘 키우기 위해 단련되고 발현된 것들이 많다는 생각 역시 하게 되었다.
나는 나이를 잘 들고 싶다. 물론 돈이야 많이 벌면 좋겠고, 내 외모가 이왕이면 예쁘면 좋겠지만, 그러한 부분에서는 사실 크게 욕심이 없는 나로서, 가장 바라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 바른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지혜롭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어른으로 자라는 것이다.
매일 해야하는 반복적인 것 역시 정성을 다 하는 것, 내 앞에 있는 작은 행위들을 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귀찮아도 매일 선크림을 바를 것, 팔자로 걷지 말 것, 설거지를 할 때는 나의 손에 집중할 것, 신발을 꺾어 신지 말을 것, 매일 하루 사과 한 알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실 것, 할 일을 미루지 말 것등) 엄마가 알게 모르게 내 속에 넣어주신 많은 말들과 생각들이 어쩌면, 지금의 나의 평범한 나날들 역시 지탱하고 더욱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귀한 자양분인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다시 한번 더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