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동거의 시작

"나라 집에 진짜 안 가는 거야? 기분이 이상해!"

by Nara Days

결혼식 전 애인과 미리 살림을 합친 지 2주가 되었다. 원래는 결혼식 바로 전에 전셋집을 빼려고 했으나 집주인분이 보증금 마련을 많이 일찍 해주신 덕에 (내가 나간 후 건물을 통매로 판매하시려고)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연애를 하면서도 4-5일 정도 함께 지내는 일은 빈번했지만, 정말 모든 짐을 합치고 내가 돌아갈 곳이 없이 정말 24시간 "같은 집"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설레기도 했지만 사실 나나 애인이나, 아니면 지켜보는 우리 엄마까지 두려움이 있었다.


애인과 나는 둘 다 굉장한 집순이 집돌이이고 서로에게 매우 질척대며 안락함을 느끼는 반면, 동시에 각자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개인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사람들이다.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는 동시,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부분들이 있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둘 다 그러한 쪽으로는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애인은 일과 나, 고양이와 안락한 삶 다음에 식물들 제때제때 물 주기, 맛있는 것 해 먹고 뒹굴뒹굴하기, 자기 (내가 태어나서 본 사람 중 잠이 제일 많다) 등이 우선순위인 동시 나는 일, 공부 그리고 애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정 속에서 효율적인 정리, 밥을 먹고 바로바로 치우고 모든 것들을 바로바로 하는 습관화하는 것이 우선순위인 사람이다. 아, 이 지점이 살림을 합치기 전 모두의 '우려'였고, 살림을 합치고 2주간의 동거를 한 후 현재에도 '맞춰나가고 있는 우선순위'이다.


맞춰나가는 과정에 있어 서로 불편한 소리가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애인이 대체 왜 방문을 한 방마다 불을 켜놓고, 사용한 물건이 있는 찬장마다 열어놓으며, 있었던 곳에 약간의 과자껍데기이나 휴지 등 본인의 표식을 남기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일 년 반이 넘는 연애 기간 동안에도 계속 내가 궁금했던 부분이지만 동시에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마일드한 충격에 비하면 그는 정말 상당 부분 많이 달라졌고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 번 말을 했던 부분이 또 지켜지지 않으면 아주 가끔은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무서운 톤'으로 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나는 화가 나면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그는 그런 내가 '굳이 왜 집에서 저렇게 힘을 주지' 싶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는 그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애인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는 부분이 없다. 나만 나쁜 사람이었네..?


여하간 속옷까지 삶아서 키우고, 매일 정말 먼지 하나 없이 '완벽하며 반짝거리고 서랍 속까지 칼 정리가 되어있는 살림 고수의 집'을 당연스레 영위한 우리 엄마의 딸로서는 나 역시도 엄마에 비해 상당 부분 대책 없는 보헤미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집에서의 무질서 속에서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적잖이 큰 과제라고 느껴졌던 것 같다. 웃긴 것은 나 역시도 그렇게 엄청 깨끗하거나 완벽하게 체계적인 사람은 아닌데, 무언가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내가 그런 포지셔닝을 반자의 반타의 적으로 맡게 된다는 것이 웃겼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며 모든 것의 고수인 우리 엄마는 그저 웃으실 뿐이다. 엄마 눈엔 나 역시도 무질서와 과한 자유의 표본이므로...


여하간 이러한 부분들을 맞춰 나가는 과정들도 있지만, 동시에 좋은 것들 역시 있다. 아니, 좋은 것들이 훨씬 많다.


일이 많은 애인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함께 와인 한잔을 하며 넷플릭스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끝맺음한다는 것 (물론 그는 그러고 바로 자지만, 새벽 늦은 시간 자는 나는 그 후에 책도 읽고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더 한다), 서로의 살 냄새, 머리 냄새, 인중 냄새를 아침저녁으로 더 킁킁대며 맡으며 함께 뒹굴뒹굴할 수 있다는 것, 함께 어떤 샴푸와 어떤 치약을 살지 고민하고 비품 선반을 채울 수 있다는 것 등. 음식물 쓰레기나 쓰레기를 항상 늘 먼저 버려주는 애인에게 고마움을 새삼스레 매일매일 느끼는 것, 애인이 좋아하는 과일을 깎아주며 스스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칼 다루기 스킬을 보며 매일 약간의 뿌듯함을 더 느낀다거나, 굳이 넓은 집에서 우리 둘이 있는 공간에 꼭 따라오는 고양이 두 마리를 보며 "네 가족"의 행복을 느껴보는 것 등이 있다. 별 시시한 것들에도 의미 부여를 하며 우리만의 조촐한 무엇을 만들어보고, 사소한 것에도 서로 웃고 축하하고 신나 하며 놀리고 재미있는 장면들을 연출하는 (이래서 우리가 응답하라 19xx 시리즈에 나오는 순수한 커플 같다는 소리를 듣는 것인가) 일상을 누리고도 있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우리의 "공통 지인"을 집에 초대해 식사 대접을 했는데, 사실상 우리는 사내에서 만나 계속 비밀연애였어서 (곧 죽어도 만나면서 절대 사내에서 오픈을 하지 않겠다는 나의 고집은 내가 퇴사할 시점까지 어느 정도 성공했다) 우리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첫 지인이었다.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나이키 스토어 등 우연찮게 본 사람들은 있었지만. 초대한 지인은 내가 없을 때 이미 이 집은 와본 적이 있는 지라 그 사이 많이 변한 집안의 구석구석을 보며 감탄을 해주었고, 다소 넘쳐나는 책장 및 물건들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지인이 가지고 온 와인,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와인 등을 함께 마시며 여러 음식을 내었다. 늘 짝꿍을 위한 요리만 했어서 2인분만 하다가, 조금 더 많은 양의, 가짓수가 많은 음식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다가 다소 망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달래장을 곁들인 굴솥밥, 직접 산 모시조개를 더 넣어 푹 끓인 시원하게 변형해 본 일본식 오뎅나베, 사골 떡만둣국, 볼락튀김 등을 먹으며 우리는 밀린 안부를 묻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에 함께 웃으며, 타로를 처음 본다는 지인을 위해 타로카드도 펼쳐보기도 했다.


나는 집에 손님을 잘 부르지 않는 편인 반면 애인은 집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이것저것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지라, 매 월 우리는 약간의 테마를 바꿔 손님을 불러보려고 한다. 다만 나의 요리 실력이 정말 늘기 이전까지는 너무 전적으로 다 내가 준비하지 않고 주문과 배달, 밀키트의 도움도 받아보려고 한다.


이사를 한 첫 밤, 소파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 멍을 때리다 애인은 "나라 이제 진짜 집에 안 가는 거야? 내가 안 데려다줘도 돼? 정말 기분이 이상해!"라는 말을 했다. 인터넷에서 웃음짤로 돌아다니는 "결혼을 하면 여자친구가 놀러 왔는데 집에 안 가는 기분" 같은 느낌인 것일까.


하나하나 꾸려가고 무언가 레고를 조립하여 우리만의 성을 만들어나가는 기분이다. 아직은 동거 3주 차에 접어든지라 앞으로 맞춰나갈 부분이 많겠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성장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몰랐던 애인의 면모들을 하나둘씩 더 발견하게 되어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아직 청소의 주기나 루틴 등을 제대로 정하지 못해 (매주 특정 요일 한 시간을 할애해서 주기적으로 정해서 하자는 나의 제안은 묵살되었다) 약간은 짐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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