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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Nov 26. 2022

다양한 경험이 일궈준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미국, 프랑스, 브라질,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을 담은 이수지 님

수지님은 나의 전 직장 동료이자, '아빠동료딸'이다. 워낙 같이 다니던 회사에서 성격이 좋고 일을 잘한다고 익히 알려져 있던 수지님이 잠시 내가 맡은 팀에 임시 서포트로 왔던 적이 있는데, 첫 대화부터 너무나도 즐겁게 풀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하다가 어쩌다 보니 서로의 아버지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깐 일한게 아니라, 두 분 다 아주 오래)


그래서 각자 집에 가서 서로의 아버님 성함을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각자의 아버지들 역시 "아 그분 알지, 그분이 어느 어느 나라에 계셨을걸"이라며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셨고 (아무래도 같은 회사에서 주재원 생활을 많이 하는 분들의 경우 서로를 알 수밖에 없는 환경인가 보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대기업에서도) 넓디넓은 세상에서 '아빠동료딸'을 동료로 만날 수 있는 신기한 우연이 참 재미있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둘 다 사람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하고 같은 '커뮤니티'를 업으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있었는데, 수지님이 간 대학교 역시 내가 붙어서 최종적으로 고민을 하던 대학교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참으로 신기했다. (그 외에 여담이지만, 가족에 대한 정서, 맏딸이라는 부분 등 역시 비슷했다.)


어쩜 많은 인연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자잘 자잘한 많은 우연이 얽히고 얽혔을 수 있겠다 싶었고, 그녀와 나 사이에 찾는 공통점들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수지님을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는, 여러 나라에서의 경험도 경험이지만 무엇보다 심리학 석사과정까지 마쳤는데 다른 분야에서 해외 취업을 하여 커리어리를 시작한 부분이 궁금했다. 수지님은 싱가포르 Apple, Booking.com을 거쳐 한국 WeWork 커뮤니티 매니저로 재직 중인데, 그녀가 해왔던 경험들, 공부 그리고 커리어를 인터뷰를 하며 connecting the dots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다시 한번 개인적인 일정이 많이 바쁜 시기에 본 인터뷰에 흔쾌히 참여를 해준 수지님에게 고맙단 말을 하며, 그동안 그녀가 쌓아온 여러 경험과 그로 함양된 그녀만의 다정하고 재치 있는 캐릭터가 앞으로 펼쳐질 다채로운 삶이라는 팔레트에 멋진 색들을 칠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 본인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 드립니다. 어디서 자라셨고, 어떤 경험을 하셨고,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떻게 불리는지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한국 외 미국, 프랑스, 브라질, 그리고 싱가포르까지 총 5개 국에서 자란 이수지라고 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께서 2-3년마다 회사에서 한국 또는 해외 지사로 발령이 나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레 TCK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위워크 삼성역 및 삼성역 2호점 커뮤니티 팀에서 총 7명의 팀원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2. 굉장히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하셨는데, 각각의 나라의 다른 점과 본인이 경험했던 것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유치원 입학 전까지 미국 뉴저지에서 살았었는데 워낙 어렸을 때라 미국에서의 제 기억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요. 초등학교 및 대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했는데 초등학교 땐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대학교 때는 미시간 주 앤아버에 있었어요. 두 지역 모두 다 한국이나 아시아국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 및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데에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어요.


특히나 미국에서의 학교 생활은 예체능 등의 활동 등이 앉아서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했기에 이러한 다양한 액티비티 등을 통해 세계 각국 여러 나라 및 문화권의 친구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활짝 열린 분위기 속에서 마음 놓고 편하게 살았던 기억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넘어간 프랑스의 경우는 좀 달랐어요. 프랑스 수도인 파리에서 거주하며 미국 국제 학교에 진학해 평소에는 거의 느끼거나 경험해 볼 수 없었지만 집이나 학교 밖에서는 비교적 이따금씩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들을 직간접적으로 들었던 것 같아요. 벌써 10년도 더 훌쩍 넘은 얘기라 그때랑 지금의 프랑스 파리와는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테고 브라질에서의 제 경험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프랑스 파리에서

브라질은 미국에서 대학교 진학 중에 때마침 아버지께서는 프랑스에서 브라질 상파울루로 발령을 받게 되시어 거주하게 된 국가로 저 같은 경우에는 방학 때마다 방문한 게 전부라 브라질에서 TCK로서의 삶이 어땠는지 함부로 말하기 다소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게나마 제가 그리고 제 가족이 경험했던 상파울루는 브라질 최대의 도시이자 중심지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치안이 비교적 좋지 않았던 나라로 아버지께서 출퇴근하실 때는 물론이고 어머니께서도 밖에서 장 보는 등 가벼운 외출을 하실 때도 무조건 보디가드 분들 동행하에 방탄차에 탑승해서 이동했어요.


특히나 저와 어머니처럼 키 작고 왜소한 여성 아시아인들이 더 눈에 띄어 바깥에서의 문화생활이나 여행 등을 이전 나라들 때처럼 마음 편히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직까지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요.

브라질에서의 아쉬움은 싱가포르에서 달랠 수 있었어요.


싱가포르는 이전 나라들과는 다르게 아버지의 회사 해외 지사 발령으로 따라가 거주하게 된 나라가 아닌, 제가 한국에서 대학원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해서 살게 된 나라로 제 인생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된 나라예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적으로 여건이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살았던 총 5개 국에서 유일하게 다시 돌아가서 살고 싶은 나라랍니다. 거리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과 그리 멀지 않은 나름 가까운 아시아 국이면서도 공식 언어로는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를 쓸 만큼 다민족, 다인종 국가로 동서양의 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고 그 어느 국가나 문화를 존중해 줬던 나라로 제일 인상 깊고 평생의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들 뿐이었어요.   


3. 각 나라에서의 경험이 수지님의 성장과정에서 어떤 의미였나요?  


어렸을 적부터 굉장히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하며 새로운 환경에 날렵하고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었고 더더욱 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인식과 이해 그리고 인정을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기고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가 더 오픈된 시각과 마인드로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며 인생을 조금 더 다채롭게 즐기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4. 심리학을 전공하고 커뮤니티를 업으로 택한 게 저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저 같은 경우 여러 나라에서 자란 TCK로서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성장과정 속 여러 사람을 접하며 가지게 된 호기심과 관련해서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컸는데 수지님이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나라님께서 심리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제 이유와 비슷한 정도가 아닌 너무나도 똑같아서 저 역시 놀랐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다녔던 미국 국제 고등학교에서 수강할 수 있는 선택 과목으로 심리학이 있었는데 이미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까지 각기 다른 나라 및 문화권에 거주하며 접했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 등의 심리와 메커니즘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자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 깊게 공부하며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 때까지 동일한 학문을 전공하게 된 것 같아요.


미시간 대학교 졸업식날


5. 미국에서 심리학 학부를 전공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추가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았는데 그 이후 전혀 다른 진로를 택했어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심리학 석사 졸업 논문을 마무리 짓고 박사 과정 진학과 취업 시장 준비의 문턱에서 고민할 무렵 아버지께서 싱가포르로 발령을 받게 되셨어요. 성인이 된 저는 더 이상 아버지의 해외 지사 발령에 무조건적으로 따라갈 의무는 없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해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즐겼던 저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어요.


싱가포르라는 나라에 무지해 조사해 보니 한국과도 가까운 아시아 국가인데 공식 공용 언어가 영어로 많은 외국계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위치해 있는 도시 국가임을 알게 되고는 바로 싱가포르 취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석사 과정까지 밟은 심리학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인 제게 비자까지 지원하며 채용할 수 있는 회사 및 직무를 택해야 발탁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실을 직시하여 그 길 그대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6. 궁극적으로 커뮤니티 매니저를 커리어로 택하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싱가포르에서의 총 3년 반 동안 두 군데의 회사에서 각기 다른 부서에 속해있었는데 두 곳 모두 다 백 오피스 직무였어요. 백 오피스에서만 일하다 보니 내 회사가 제시한 아이디어나 이를 반영하여 만든 프로덕트 등을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사용하는 고객들의 의견이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부분에 크게 아쉬움을 느끼던 와중에 개인적인 사유로 이직 준비를 하게 되었고 이때 고객들을 직접 상대하며 일하는 직종으로 마음과 관심을 기울이던 중 위워크 커뮤니티 팀에서 채용 중임을 발견하고 곧바로 지원했던 것 같아요.  


    7. TCK로 자란 것의 장점은 무엇이고, 반면 아쉬운 점 혹은 본인이 힘들었던 점 (예:정체성의 혼돈 등) 은 무엇인가요?


TCK로 자란 것의 장점은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하며 새로운 환경에 날렵하고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또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두려움 없이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쌓을 때나 새로운 경험에 보다 더 주도적으로 뛰어들어 조금 더 다양한 경험치가 축척돼 재미있고 흥미로운 인생 스토리가 꽤 많은 것도요.


저 개인적으로는 TCK로 자라면서 힘들었던 점은 그때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떠올려 생각해 보면 딱히 없었어요. 다만 한 곳에 평균적으로 2-3년씩만 머물러 오래 거주했던 적이 없어 각 나라에서의 경험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은 항상 남아있는 것 같아요.   


    8. TCK가 현대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고 생각했던 TCK로 자란 것의 장점이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은데 이보다 더 큰 장점은 없는 것 같아요. 특히나 점점 더 빠르게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변화들에 대한 두려움 없이 주도적으로 시도하고 도전하며 많은 경험치를 쌓고 보다 더 빨리 적응 가능한 이 장점은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이 점점 더 너무나도 큰 메리트인 것 같아요.  


    9. 현재 TCK로 자라고 있는 10대들에게 주실 수 있는 조언이 있나요?

  

최대한 최대치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앞서 나라님께서 언급하신 정체성의 혼돈 등 현재 TCK로 자라고 있는 10대들이 각양각색 각자만의 사유와 이유로 힘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TCK로 자라는 것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주어지거나 제공되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한번 사는 인생 여러 나라 등 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양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인생을 최대치로 만끽하는 삶을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10. 무언가 ‘다른 나라의 기분’ 혹은 ‘TCK’의 기분을 느끼고 싶으실 땐 어떻게 하세요?

  

그때 그 시절의 저와 함께 했던 같은 TCK 친구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만나서 과거 추억들을 곱씹으며 회상하면 그때의 저희들로 돌아가 그 ‘다른 나라의 기분’ 혹은 ‘TCK’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혼자서 추억 가득한 사진 및 영상들이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도 이 기분을 내기에 충분하기도 해요.   


11. TCK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제 정체성의 씨앗이자 뿌리죠. 다시 태어나도 TCK로 자라고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너무나도 값진 시간과 추억을 남겨준 경험이었고 나라님 덕분에 본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됐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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