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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Nov 09. 2023

<나의 트랜지션 일기> 19장: 성확정 수술(3)

3인용 침대: 고통, 고독과 함께 눕다

[19장: 성확정 수술(3)]



수술 후 한동안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반신이야 말할 것도 없고,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팠지만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더 아팠다. 할 수 있는건 가만히 누운채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병실에 있는 티비를 보는 것 정도였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거의 계속 같은 자세로 누워있기만 하려니 몸이 이곳저곳이 뻐근하고 답답했다. 하반신은 추웠고 상반신은 더웠다. 누워있으니 의사들이 와서 수술 잘 끝났다고 말해주었고, 틈틈이 간호사님이 와서 내 상태를 체크하고 갔다. 통증은 며칠간만 참으면 서서히 가라앉을 거라고 했다. 당연히 그 며칠은 나에겐 매우 긴 시간이었다. 시간을 보내는 데는 잠을 자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지만 통증 때문에 자는것도 쉽지 않았다. 수술 끝난 당일과 그 다음 날 까지는 아무것도 못 먹고 누워서 물만 마셨던 것 같다. 용변은 소변줄과 소변통으로 해결하였다. 며칠 간의 끔찍한 시간들을 보내며, 내 몸은 마치 봉인이 하나씩 풀리듯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다. 누운채로 몸을 뒤척이기, 자세 바꾸기, 상체 일으키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수술 후 한 2일 차 쯤부터는 통증이 약간 가라앉았고 죽 정도는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었어서 배 쪽도 아팠다. 수술 후 4일 차부터는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성확정수술 이후 ‘걷기 연습’을 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이거였다. 걷는다고 해서 보통 사람들이 걷듯이 걷는게 아니라,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반의 반보씩 내딛으며 천천히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 수술 후 5일 차가 퇴원날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걷는게 아주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퇴원하는건 너무 이르다. 최소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원 후 퇴원까지 일주일의 시간동안 혼자 내적으로 정들었던(?) 간호사님들을 뒤로하고 힘겹게 퇴원수속을 밟았다.      


퇴원 이후에는 한동안 통원치료를 다녀야 했다. 수술한 병원과 치료받는 병원이 달랐기 때문에 퇴원 직후 당장 그 병원으로 이동하는게 고비였다. 아프고 상한 몸을 이끌고서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입원할 때는 혼자 씩씩하게 잘 갔는데 퇴원할 때는 몸이 아프니 혼자인게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 내가 통원치료 다니던 병원과 집은 거리가 조금 있었기 때문에 아픈 상태로 도무지 왔다갔다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병원 근처에 숙소를 구해 일주일 정도 머물며 왔다갔다 치료를 받았다. 치료는 수술부위 세척 및 실밥제거 등. 수술 직후보다는 확실히 통증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상시적으로 통증이 있었고 치료받을 때는 더 아팠다. 걷는게 가능해지긴 했지만 몸을 움직이는거 자체가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서, 한동안은 택시를 타는 등 걷는 일을 최소화 했다. 밥은 배달시켜서 먹었다. 디지털에 그다지 친화적이지 않은 나는 배달어플과 택시어플을 그 때 처음 써봤다. 


퇴원 이후에도 병원갈때 빼고는 일주일 내내 거의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퇴원 후 일주일간 모텔방에서 지냈던 시간은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시설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모텔방들이 가지는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종일 누워만 있자니 약간 피폐해지는 느낌이었다. 심심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해서 괜히 주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도 하였다. 내 소식을 듣고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시큰둥한 반응을 해서 섭섭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직접 병문안을 와줬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고마운 일이다. 모텔방에서 일주일을 보낸 이후에는 컨디션이 좀 더 나아졌다. 피주머니와 소변줄도 그 즈음 이후에 제거하게 됐던 것 같다. 뭐 거의 항상 통증이 있던 기간이었지만 소변줄 뽑을 때는 특히나 비명이 나올 정도로 엄청 아팠다. 소변줄과 소변통을 제거한 이후에는 보통의 여자사람들처럼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볼 수 있게 되었는데, 한동안은 기분이 이상했다. 소변볼 때 ‘원래 있던 것’ 이 없어졌다는 감각이 느껴져서 되게 어색하고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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