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수 Nov 13. 2023

<나의 트랜지션 일기> 21장: 가슴  수술

'있는 티'를 위하여

[21장: 가슴 수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 쓰는 용어들 중에 CD,쉬멜,완트 라는 말이 있다. CD는 크로스드레서의 약자로, 원래는 여성의 의복을 착용하는 남성을 가리키는 말인데 트랜스 커뮤니티에서는 의료적 트랜지션을 하지않은 mtf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많은 CD들이 여성용 가발과 여성 의복을 착용한채로 트랜스 커뮤니티에 자신을 드러내곤 한다. 쉬멜은 가슴 수술만 하고 성기 수술은 하지 않은 트랜스여성을 뜻한다. CD 단계에서는 꼭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한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 소위 말하는 ‘여장’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가슴수술까지 했다면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꽤나 확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완트는 ‘완전한 트랜스젠더’의 줄임말로서, 가슴수술과 성기수술을 모두 마친 트랜스여성을 뜻한다. 보통 여성의 신체라고 하면 아무래도 가슴과 성기(음부)가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신체부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 같다. 사실 CD,쉬멜,완트는 다 그다지 인권적인 용어는 아닌데 커뮤니티의 문화로 자리잡은 용어로서 직관적으로 설명할 때 편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번 소개해 봤다. 아참, 의료적 트랜지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트준생’ 이라고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트랜스젠더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조금 웃기거나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트랜스젠더로 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수술을 한다면 보통은 가슴을 먼저하고 그 후에 성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나는 가슴은 우선 미뤄두고 성기수술을 먼저 했던 것이었다. 성기수술을 하고 몸이 회복되고 나니까 가슴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호르몬치료를 하면 가슴이 나오긴 하는데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나도 호르몬 전과 비교해서 조금 나오긴 했지만 결코 만족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옷을 벗고 내 몸을 봤을 때 너무 밋밋해서 디스포리아가 있었다. 꼭 그렇게 클 필요는 없겠으나 적어도 옷을 입었을 때 티가 나는 정도는 되길 바랐다. 그래서 몸이 회복된 다음에는 가슴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아 물론 이미 여러 수술을 했고, 대출빚까지 있는 상황이었기에 경제적으로 부담되긴 했다. 하지만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가족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아서 수술을 했다. 성확정수술 이후 약 1년 가까이 지나있던 시점이었다. 가슴수술이라는게 작은 수술도 아니고 통증도 꽤 있다고는 들었지만, 성확정수술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 여겨졌기에 딱히 긴장은 되지 않았다.      


수술 후 피주머니와 보정속옷.


가슴수술 이후 약 한 달간은 보정속옷을 착용한 채로 생활하며, 잘 때도 최대한 닿지 않도록 똑바로 누워서 자야 했다. 듣던대로 통증도 꽤 있었다. 답답하고 불편하긴 했지만 어찌어찌 그 시간도 금방 지나갔다. 사실 나는 브래지어라는 것도 가슴수술 이후에 처음 입어봤다. 내가 가슴도 없는데 이걸 착용하는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수술을 하고나면 그 때 입어보려고 미뤄두고 있었다. 그래서 수술하고 나서 스포츠 브라니 와이어 브라니 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다. 조금 더 여성으로서 사회화되는 기분이었고, 속옷이 가슴을 잡아주게 되어 옷을 입었을 때 내가 원하던 ‘있는 티’가 나게 되었기 때문에 꽤나 만족스러웠다. 사실 가슴수술은 꼭 트랜스여성이 아니라도 시스여성들도 굉장히 많이 하는 수술이고 만족도도 높다고 들었다. 하고보니 그럴만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트랜지션 일기> 20장: 수술 이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