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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수 Feb 05. 2024

<나의 트랜지션 일기> 51장: 생물학적 성별?

질문이 된 존재

[51장: 생물학적 성별?]



쓰다보니 어느덧 50장이 넘어갔다. 내가 쓰고있는 모든 것이 다 그렇긴하지만, 이번엔 특별히 더 중요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바로 ‘생물학적 성별’에 대한 얘기다.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은 태어날때부터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예외는 존재할 수 없고 바꿀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설령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인정한다 치더라도 그건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지 생물학적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여기겠지만 사실 과학적으로도 그렇게 딱 떨어지지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려면 먼저 지정성별(sex assigned at birth)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지정성별이란 출생 시의 외부성기를 가지고 의사가 남성 혹은 여성으로 지정하여, 출생 증명서 등의 문서에 기록된 성별을 가리킨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지정받았다는 폭력성과 정확하지 않다는 모호성을 드러내기 위해 고안된 용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는 것과 달리 우리의 성별은 ‘생물학적으로’ 딱 둘로 쪼개지지 않는다. 흔히 성염색체가 xx 이면 여성, xy이면 남성으로 알고있지만 단일 성염색체를 가진 xo, 세 개 이상의 염색체를 가진 xxx,xxy,xyy의 경우도 있고, 혹은 xx나 xy여도 염색체보다 더 작은 단위인 유전자 중에서 성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 결정 유전자’ 에 따라 xx 염색체인 사람도 남성적 특징이 발현될 수 있고 xy 염색체인 사람도 여성적 특징이 발현될 수 있다. 외부 성기가 아예 두 개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성 염색체와 신체구조에 있어서 전형적인 생물학적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을 ‘간성(間性)’ 혹은 인터섹스(intersex)’ 라고 부른다. 인터섹스인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1.7% 정도로 존재한다고 한다.        

호르몬 수치로 나누기에도 정확하지 않다. 여자육상대회에 출전하여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남아공의 ‘캐스터 세메냐’ 라는 라는 여성선수가 있었다. 세메냐 선수의 타 선수들보다 월등해보이는 신체능력과 남성적으로 보이는 외형으로 인하여, 그를 둘러싸고 이른바 ‘성별 논란’이 일어났다.


캐스터 세메냐(Caster Semenya) 선수


이에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성 판별검사를 실시하였고 세메냐 선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반적인 여성들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나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경기출전에 제약을 받기도 했다. 분명히 ‘여성’으로 지정받아 ‘여성’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인데 ‘여성’종목에 출전하는게 공정하지 못하다니. 이 역시 ‘생물학적’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범주가 부정확하고 부적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선천적 신체조건이 공정성을 해치는 기준이라면, 그 기준을 단순히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게 맞을까. 같은 남자 안에서도, 같은 여자 안에서도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생식능력 유무로 성별을 나눌수도 없다. 초경 전인 여성이나 완경기를 지난 여성은 여성이 아닐까? 혹은 어떤 사정으로 자궁을 드러내게 되면 여성이 아니게 될까? 반대로 남성인 사람이 음경에 손상을 입거나 정관수술을 하게 된다고 해서 남성이 아니게 될까? 그건 아니지 않나. 우리가 과학적 진리라고 여기는 생물학적인 이분법도 사실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펙트럼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성별(gender)이 생물학적 성별(sex)을 구성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국가 혹은 사회에서 그저 편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놓는 것일 뿐이다.


출처: <궁금한성(性)> 나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간성’입니다 (한성대신문, 548호) - 한성대신문사 (hansungnews.com)



따라서 트랜스젠더란 이렇게 부정확하고 부적절한 생물학적 이분법의 기준에 따라 강제적으로 부여받은 성별과, 자신이 정체화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반대로 이러한 이분법에 들어맞는 사람은 ‘시스젠더(cisgender)’라고 한다. 자신이 살아가면서 남자 혹은 여자로서 자신의 성별을 의심해본 적이 없고 불일치를 느끼지 않았다면 시스젠더인 것이다.      

물론 이런 개념이 생소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더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성실히 공부해나가려고 한다. 내 존재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는건 불가능한 일일 수 있겠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사람들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무수한 질문을 던진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들도 있고, 답변을 원하는게 아니라 질문의 형태를 가장한 공격을 던지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받기만하는 존재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반대로 트랜스젠더라는 존재 자체가 성별이분법에 균열을 냄으로써 이미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어떤 답을 내리지 못할지라도, 여러분도 이 질문에 같이 동참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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