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라고 하면 보통은 남자에서 여자로 혹은 여자에서 남자로 바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것이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용어 자체가 mtf(male-to-female), ftm(female-to-male)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생물학적 이분법에 근거한 옛날식 표현이며 당사자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자에서 여자로(혹은 그 반대)’ 바뀐게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의 성별은 염색체나 생식기 등으로 결정될 수 있는게 아니다. 음경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수술을 통해 음부를 가지게 됐다고 해서 ‘원래 남자였는데’ 이제 여자가 된 것이 아니다.
원래 여성이었던(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몸을 바꿈으로써 조금 더 여성으로서 확고히 살아가기 위한 결정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성전환’ 수술이라고 하지 않고 대신 ‘성확정’수술이라고 한다. 그리고 mtf와 ftm에 대해서는 ‘트랜스여성’, ‘트랜스남성’ 이라는 말을 쓰는 편이다.
트랜스여성과 트랜스남성이 지정성별이라는 낙인에 저항하며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트랜지션이라고 한다.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의 자신을 확립시키고 온전히 자신으로 살기위하여, 트랜지션은 신체나 외모 뿐만 아니라 성역할이나 인간관계, 법적성별 등의 사회적 영역 전반에 걸쳐 일어난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의 시스템은 트랜스젠더의 성기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트랜스여성은 성기수술을 했다는 것과 생식능력이 제거되었음을 입증해야 성별정정을 할 수 있고, 트랜스남성의 경우는 성기수술은 못했더라도 자궁적출을 해야만 안정적으로 요건을 갖출 수 있다.
혹시 이러한 조건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한번 생각해보자.
자신이 정체화한 성별대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사는것에 성기나 생식능력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시스젠더)도 사회생활을 할 때 매번 자신의 성기나 생식능력을 확인받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는 사람을 성별로 구분하는 것과 성별을 성기로 구분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에 ‘성별을 바꾼다’라고 하면 성기부터 떠올리는 것이고, 성기를 바꿔야만 인정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한편으로 나는 우리가 너무 성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신체부위가 있고, 같은 부위라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생겼는데 왜 유독 성기모양으로 사람을 두 분류로 나눠야 한다고 여기는걸까? 예를 들어 사람의 신장은 1m 미만부터 2m 이상까지 격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데, 화장실을 소인과 대인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신장은 눈으로 보이기라도 하지, 성기는 하의를 내리지 않는이상 알 방법도 없는데 말이다.
다른 신체부위도 마찬가지다. 눈,코,입,손,발 등의 부위들은 우리 신체의 한 기관일 뿐이지 그 부위 자체가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게 아니다. 라섹수술을 해서 시력이 ‘전환’되었다고 해도 다른 존재가 된 것은 아니다. 더 입증할 것도 없다. 성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성확정수술을 통해 보지를 갖게 되었지만 나는 내가 보지를 가짐으로써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여자라는 정체성이 확고하였기 때문에 의료적인 트랜지션은 그 후속과정으로 따라온 것일 뿐, 그게 나를 여자로 바꿔준게 아니다. 물론 기존의 고추는 정말 끔찍하게도 싫었던거지만, 지금의 보지는 나에게 그저 신체부위 중 하나일 뿐, 고작 보지 하나가 내가 인생을 걸고 확립한 내 성별정체성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나는 성기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만 성별정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성기로 국한시키는 성기환원주의에 반대한다. 우리는 성기가 아니다. 우리는 성기 이상의 존재다. 우리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확립해나가는 사람들이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신체와 정체성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해방세상이 오기를 나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