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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May 16. 2016

무엇이 학생들을 똑똑하게 하는가?

수치를 맹신하지 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한국인의 학업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지표는 많이 있습니다. 한국은 영국 최대의 교육&출판 기업이자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를 발행하는 피어슨 그룹이 실시한 '2014 국제 인지능력/학업성취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의 교육제도를 본받아야 한다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사실 한국은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핀란드에 밀려 2위를 기록했으나 지수 산출에 바탕이 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수학/과학 성취도 평가(TIMSS)에서 최상위 수준의 성적표를 받으면서 마침내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그런데 2위로 밀린 핀란드의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그들은 한국식 교육에 대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매우 걱정했습니다. 2006 PISA 책임 관리자인 베르나르 위니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은 아니에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아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에 비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낮아요. 그래도 성적은 좋죠. 왜일까요? 바로 경쟁 때문이죠."


영국의 철학자인 존 로크는 그의 저서 인간지성론 4권에서 지식을 확실성의 정도에 따라 직관적 지식, 논증적 지식, 감각적 지식의 세 종류로 구분했습니다. 직관적 지식은 수학적 지식으로 모든 논리가 수치화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합니다. 논증적 지식은 추론에 의한 지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두 개의 직각과 같다’는 명제는 삼각형과 각도 그리고 합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각적 지식의 경우 판단 근거는 과거의 경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오류가 많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것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논리적인 추론 능력이 없을 경우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것은 수학적 지식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점수 매기기지요. 사실 숫자는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터는 모두 숫자를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회사의 경영지표나 매출구조를 포함하여 우리 생활에서 활용되는 숫자는 무궁무진합니다. 당연히 숫자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도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매우 높습니다.


다시 한국인의 학업능력으로 돌아와봅시다. 앞서 저는 한국인이 우수한 학생이라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인들의 학업 성취도가 생각만큼 뛰어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도 수학적 지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숫자의 출처는 국제성인문해능력조사(International Adult Literacy Survey, IALS). OECD가 캐나다 통계청과 진행한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IALS는 세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논설, 기사, 시, 소설 기반의 텍스트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산문문해, 시간표, 지도, 도표, 그래프 등의 시각적 정보를 이해하는 문서문해, 금전출납, 주문양식, 대출이자 등 숫자를 계산하거나 수학 공식을 적용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하는 수량문해입니다. 한국인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성인문해력은 학력이 높을수록 다른 나라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중졸 이하 학력자의 문해 수준은 중하위권이었고 대졸 이상 학력자는 산문문해 19위, 문서문해 23위, 수량문해 21위를 기록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이 사실은 한국 사람들이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글에 담긴 의미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사실 원인은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토론식 수업보다는 주입식과 족집게 과외를 선호하고, 국어교육보다는 영어 교육에 더 열을 올립니다. 이전에 언급한 낮은 독서율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생각으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참으로 많이 있기 때문이죠. 실제 보면 진짜 똑똑한 사람의 수는 적은 편입니다. 주어진 조건을 기반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에서는 사람들의 발전하는 속도가 다른 원인을 ‘환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만일 서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마존으로 갔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는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또 반대로 아마존에서 잘 살고 있는 엘리트 부족의 일원을 서울 한복판에 두면 그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대답은 여러분들이 예상하시는 대로일 것입니다.


우리는 한 곳에서 유용한 지식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 없어지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정답은 '올바른 것을 생각해내는 힘’입니다.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이 다릅니다. 이는 우리가 공부를 할 때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혼자서 스승의 지식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 방법이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치열한 노력과 공부를 즐기는 열정입니다. 이는 학교 성적과는 무관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TV에서 보는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천재성을 나타내는 분들 중에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그들은 좋아하면서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찾아 열심히 공부했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7살 때 스케이팅을 처음 시작했고,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은 11살 때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역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찍 찾고 그 일에 대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들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지도하는 부모가 깨어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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