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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May 19. 2016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라

'합종, 연횡'의 창시자인 장의와 소진의 스승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원리

일을 할 때 사람들이 고려해야 될 조건은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것은 바로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어려웠던 상황에서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지만, 내가 무심코 사람에게 했던 실수 하나 때문에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로부터 인간관계를 잘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서양에서는 특히 데일 카네기가 유명합니다. 그는 자기관리론, 인간관계론 등을 통해 개인을 다스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데일 카네기는 사람들과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먼저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내가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원래 사람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무언가를 받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에서도 당연히 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대개 동양은 서양보다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함께 고대 중국으로 이동해보도록 합시다.  


중국 전국시대의 인물 중에 장의와 소진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합종, 연횡술을 창안한 사람들입니다. 합종은 남북을 연합시킨다는 뜻이고, 연횡은 옆으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연합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혼자서 이길 수 없는 큰 적을 상대할 때 여럿이 힘을 합쳐 상대하는 것이 힘의 소비도 적고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대의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가리켜 종횡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스승이 있었습니다. 귀곡자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인물로 전설에 따르면 그의 성은 왕씨고 이름은 후인데 귀곡에서 은거했기 때문에 귀곡자 또는 귀곡 선생이라 불렸습니다. 그의 사상이 담겨있는 책이 귀곡자이지요. 귀곡자는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알아채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상대의 허점을 이용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꼭 필요한 것을 주며 유익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도 했지요. 사실 귀곡자는 전국시대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곡자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입니다.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이 적절히 표현되어 있어 읽으면 큰 도움이 되지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역시도 이 책을 통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귀곡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먼저 귀곡자에서는 일의 시작단계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패합(捭闔)을 말합니다. 패는 열고, 합은 닫는다는 뜻이지요.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의 의도를 듣고 그 사람과 앞으로 같이 할 것인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목적이 자신과 일치한다면 열어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닫고 내게 들어올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두는 것이지요.  


이후에는 반응(反應)과 내건(內揵)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주로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며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를 분석하고 (反應) 나와 맞는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內揵).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의견을 말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상대의 생각과 나의 마음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다른 사람을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숨은 의중을 아는 것이었지요. 그런 점에서 귀곡자는 상대방을 이해하면 이를 통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귀곡자는 다음 단계로 위험을 없애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개념인 저희(抵巇)와 오합(忤合)을 강조합니다. 저희는 향후에 있을 위험을 미리 대비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며 많은 부분을 조사하지만 생각만큼 사업이 번창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인은 대개 위험요소를 예상하는데 차질이 있었거나, 관련 대안을 마련하는데 실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시대에서 요구하는 바가 아닌 경우에도 대개 일은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만일 스마트폰이 20년 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냥 단순히 재미있는 기계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지요.  


이후에 귀곡자는 정보에서 우위를 보여야 한다는 췌마(揣摩), 상대방을 높여서 꼼짝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의 비겸(飛鉗), 말의 힘으로 상황을 주도하는 권(權), 사람을 움직여 일을 성사시키는 모(謀) 등을 강조합니다. 물론 더 많은 내용들이 귀곡자를 채우고 있지요. 궁금하신 분은 귀곡자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귀곡자이지만 번역한 사람과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아 책으로 낸 사람들이 각각 다르니 이 사람들의 생각차이를 확인하며 대조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귀곡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부분이 일의 시작을 결정하는 패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의 시작단계에서 제일 많은 결정을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바른 것일까? 나는 좋은 사람들과 일하게 되는 것일까? 등등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을 덜 수 있는 부분이 패합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부분을 세심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지요.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단순히 공부를 잘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베이컨이 의미한 바는 간단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에서 벗어나 사물의 원리와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삶에 적용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우리는 전자는 많이 배우지만 후자는 거의 익힐 기회가 없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귀곡자는 우리에게 많은 귀감이 됩니다. 전국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활용해서 효과를 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는 존재이니까요. 실수를 할 때도 있고 생각하는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마는 그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고 향후에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실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경험(그중에서도 실수)을 배우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귀곡자의 저서는 우리에게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일의 준비단계부터 우리가 알아야 할 주옥같은 지식이 담겨있으니 읽으면서 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귀곡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귀곡자를 제대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때는 친구로, 어떤 때는 엄한 스승으로써 귀곡자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줄 것입니다. 



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21세기 공부법'의 일부를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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