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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처럼 치열하게 살아라

by 정의석

전쟁을 다룬 유명한 서양 고전으로 우리가 가장 많이 꼽는 것은 아무래도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 아닐까 합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빼놓을 수 없지요. 헤로도토스의 '역사' 또한 페르시아 전쟁을 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양에만 전쟁에 관련된 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에는 무경칠서(손자병법, 오자병법, 사마병법, 울요자, 이위공문대, 육도, 삼략)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무오병법, 김해병서, 오위진법, 동국병감 같은 훌륭한 책들이 많이 있지요.


이토록 동서양에 전쟁에 대한 책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욕심을 실현시키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주변의 다른 이들 때문에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윈-윈'이라고 하죠.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이익을 놓고 한 판의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 대비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병법서라 불리는 손자병법(孫子兵法, The Art Of War)을 통해 그 비법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손자병법의 저자는 손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자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는 춘추시대의 전략가로 오나라왕 합려를 섬겼습니다. 기원전 515년 오자서의 추천으로 오나라의 군사가 된 것이죠. 손무를 처음 본 오왕 합려는 그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궁녀들을 훈련시켜 강한 군사로 만들 것을 그에게 요구했습니다. 궁녀들의 대장으로는 자신이 아끼는 후궁 두 사람을 임명했지요. 훈련을 시키는 가운데 궁녀들이 말을 듣지 않자, 군령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오왕인 합려가 아끼는 후궁 두 명을 손자가 죽인 일화는 매우 유명합니다. 확실한 신상필벌의 체계를 통해 그는 궁녀들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군대로 훈련시킬 수 있었습니다. 오왕 합려는 손무가 자신의 후궁을 죽인 것이 못마땅했지만, 그에게 군사를 훈련시킬 기회를 부여합니다. 궁녀들을 정예병으로 만든 그의 능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손자는 오나라의 군대를 자신의 철학에 의거하여 강하게 훈련시킵니다. 이후 손자는 자신을 오나라에 추천했던 오자서와 함께 초나라 원정을 개시한 뒤 초를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성과를 냈습니다. 만일 진나라의 개입이 없었다면 이때 초나라는 멸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는 춘추전국시대로 각 지역에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제후들이 서로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던 때였습니다. 손자는 그 시기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전란의 와중에서도 사상적으로는 큰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 것이 바로 '제자백가'인데 혹자는 전국시대에 나온 이 사상들만 다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어도 현대를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의 1대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경우 '나의 행동이 논어에서 벗어나지 않더라도, 나는 이에 만족한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논어는 제자백가 사상가들 중 공자의 말이 담긴 고전입니다.


손자병법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계(始計), 작전(作戰), 모공(謀攻), 군형(軍形), 병세(兵勢), 허실(虛實), 군쟁(軍爭), 구변(九變), 행군(行軍), 지형(地形), 구지(九地), 화공(火攻), 용간(用間)이 바로 그 내용이지요. 손자병법에는 전쟁을 언제 해야 하는지,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지, 전쟁 시 어떻게 움직이고 적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지, 간첩은 어떻게 활용하며, 불을 쓰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습니다. 한자로 기록된 손자병법은 A4 2장 내외의 적은 양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무궁무진합니다.


책의 처음에는 전쟁의 승패를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이 나옵니다.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 바로 그것입니다. 도(道)는 '명분', 천(天)은 '적절한 시간', 지(地)는 '주변 환경', 장(將)은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역량', 법(法)은 '상벌체계'를 의미합니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전쟁에서 무시하면 안 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은 전쟁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기존에 하고 있는 일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기준으로도 위의 다섯 가지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일을 진행할 지의 여부를 판단하는데도 꽤 유용하지요.


'전쟁은 속임수다'라는 문장 역시도 손자병법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문구입니다. 자신을 모두 드러내지 않으면서 적에게 결정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한 방을 숨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속이기 위해서는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면 결국 불리한 것은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철저한 모습을 보이면서 계략을 짜되, 이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해야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서 주도권을 우리 쪽으로 가져온다면 아마 전쟁에서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전쟁을 많이 하게 될 경우 우리에게 좋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자는 가급적이면 전쟁을 하지 않고 강한 힘으로 상대방의 전의를 상실시키는 것을 가장 좋은 계책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전쟁을 하는 목적은 상대방을 무너트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힘을 그대로 흡수하여, 더 강한 힘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전쟁 중에 벌어지는 피해는 고스란히 승자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하며 전쟁을 진행해야 된다는 손자의 말은 우리가 크게 생각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가진 지식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시기에, 손자병법의 마지막 부분인 '용간(用間)'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손자는 간첩을 향간(鄕間, 고장 주민), 내간(內間, 적의 관리), 반간(反間, 이중간첩), 사간(死間, 허위사실을 믿게 하여 전달하는 간첩), 생간(生間, 정탐 후 살아서 돌아와 그 내용을 보고하는 간첩)의 5가지로 구분하고 각 간첩에 대한 활용법을 알려줍니다. 오늘날 많은 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산업스파이나 내전 중인 나라에서 자신의 정보를 다른 곳에 팔아넘기는 사람들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들을 비슷한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내 주변의 정세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당 간첩을 적절히 활용하는 일입니다. 정보를 잘 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이지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는 말 역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어떤 일에서 특출 난 성과를 내길 원하는 사람들은 손자를 공부해야 합니다. 비록 그가 전쟁의 전문가이긴 하지만 그 원리는 오늘날 기업 현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으며, 개인의 성과를 끌어올리는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학습에도 적용할 수 있지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올바른 것인지,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손자병법을 읽은 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전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복욕에 불타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스로를 방어함과 동시에 개인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게 되면 나중에 큰 곤란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인생은 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피해를 보고 있지요. 하지만 손자병법의 가장 처음에 이야기 한 '도 (道, 명분)'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분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싸움은 어떤 것이든 패배하게 되어있습니다. 비록 승리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죠.


저는 여러분들이 전쟁으로 인생을 바꾼 손자가 남긴 기록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기록을 암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지식을 통해 얻은 모든 지혜를 새로 돌아보고 삶에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주옥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운 지식을 열심히 활용하며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사람에게 손자는 위대한 스승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그의 삶과 글 속으로 함께 빠져보도록 합시다.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21세기 공부법의 일부를 참조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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