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육은 주입식 기억이 아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by 정의석

교육이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것인지 또는 내부로부터 나오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사실 교육 전문가들도 풀기 어렵습니다. 동양에서 교육이란 말은 원래 맹자의 득천하영재이교육지('得天下英才而敎育之)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말은 '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한다’라는 의미로 각 한자의 기원을 살펴보면 ‘가르칠 교(敎)’자는 회초리로 아이를 배우게 한다는 뜻이고, ‘기를 육(育)’ 자는 갓 태어난 아이를 기른다는 뜻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동양사람들은 교육을 외부에서 주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영어의 'education', 독일어의 'Erziehung', 프랑스어의 'éducation'은 모두 라틴어 educare 또는 educatio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라틴어 educare는 '양육한다'라는 의미로, 이는 능력을 끌어낸다는 뜻의 educere, 지도한다는 뜻의 ducere와 관련이 있죠. 즉 서양에서는 교육을 ‘학생 내부의 선천적 능력을 밖으로 꺼내 기르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제게 둘 중 어느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면 저는 ‘교육은 내부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과정이다’라는 서양의 견해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지식은 외부에서 배울 수 있지만 이를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찌됐든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직접 판단해야 하죠.


심지어 동양 문화권에 속했던 우리의 옛 교육에서도 이런 상황은 자주 발생했습니다. 조선시대의 서당을 떠올려봅시다. 가장 먼저 아이들이 하는 것은 글을 낭송하고 반복하여 책의 내용을 송두리째 암기하는 일입니다. 이 때 아이들은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깨우치지 못합니다. 이 시점까지는 서당 선생님의 교육방식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외운 글의 양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점차 다른 생각이 자리잡습니다. 경전의 내용을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생각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상황에 맞추어보기도 합니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생각하여 독창적인 사고체계를 완성하는 사람도 있죠.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의 저자인 자오위핑은 이 사례를 이솝우화의 여우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여우의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무에 열려있는 포도를 열심히 먹으려 시도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던 여우는 이후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했습니다. ‘캥거루의 높이뛰기 학원’에 등록한 뒤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박쥐의 비행학원’을 다니며 공중에서 몸을 조정하는 방법도 배웠죠. 열심히 노력한 여우는 이 정도면 포도를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번번히 쓴 잔을 마십니다. '왜 나는 포도를 먹지 못하는 것일까? 왜 저 포도는 맛있게 보이는 것일까?’와 같은 의문이 생겨났습니다. 그러던 중 이를 깊이 살펴보면 무언가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여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 여우는 '미의 본질과 미의 실현 불가능성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쓴 뒤 철학자로 변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여우는 포도를 토마토처럼 땅에서부터 키울 생각을 하고 연구를 한 뒤 ‘포도의 관목형 재배기술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UN 농업기술상을 수상합니다. 철학자이자 식물학자로 변신한 것이지요.


어떤 지식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학습자의 온전한 생각’입니다. 생각을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지식은 오히려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보다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사고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며 이를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성장합니다. 애석하게도 현행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문제를 풀고 좋은 성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교육의 전부라면 이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교육은 주입식 기억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입니다.



더 많은 글과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세상의 모든 공부 - 세모공'을 찾아주세요^^ (인문학 다이제스트 무료 이북 다운 가능)


카페 바로가기 클릭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국이 노벨상을 못 받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