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덕후에게 달렸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입니다. 수상자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 역시 치열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거론되지만 항상 그 자리는 다른 나라의 인물이 차지합니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 단 한 사람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바로 옆에 위치한 일본은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2014년도를 기준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사람만 10명에 달하고 화학, 문학, 의학 및 생리학을 포함한 다른 영역까지 합치면 수상자의 수는 총 22명으로 늘어납니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무엇이 일본으로 하여금 노벨상을 우리보다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줄까요? 우리가 연구하고 고민한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힌트를 발견해 보도록 합시다.
2014년 11월 12일 유럽우주국에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혜성 위에 탐사선 로제타를 착륙시키는 대사건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사건이 대단한 이유는 이 당시 혜성이 초속 18km라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럽우주국의 맷 테일러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난이도를 ‘날아가는 총알을 맞히겠다며 눈을 가린 채 말을 타고 질주하면서 총알을 쏘는 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유럽우주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 것입니다. 로제타호는 2004년 3월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10년 5개월 동안 우주에서 떠돌다 2014년 8월이 되어서야 목적한 혜성의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거의 성공할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꾸준히 한 사람들 중에는 성공하여 큰 명성을 얻은 이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무시했던 프로젝트에 끊임없이 도전하여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아카사키 이사무 교수, 망해가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사실에 절망하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며 신제품을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현재는 경영의 신이라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열정과 노력을 다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때로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몰두한 결과 마침내 스스로의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음 스토리볼 ‘웰컴 투 오덕 월드’에 소개된 치믈리에 (치킨 감별사) 권선우 씨. 냄새만 맡고도 치킨의 브랜드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일가견이 있는 그는 누구도 못 말리는 열혈 치킨 전도사입니다. 인터뷰의 내용 중 냄새에 따른 브랜드 구별법에 대한 부분을 일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BHC치킨은 기름 냄새가 독특해요. 해바라기 유를 써서 기름 특유의 냄새가 나죠. 또래오래는 튀김옷에서 땅콩버터의 향이 나고요. 양념은 크게 한국식과 서양식이 있는데, 한국식은 마늘과 고추장이 많이 들어간 소스고 서양식은 케첩이 주된 베이스죠.”
치킨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교내 치킨 동아리 피닉스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한 결과 그는 다양한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치킨 업체 광고 대행사의 자문을 맡기도 하고 KBS ‘굿모닝 대한민국’, SBS ‘생활경제’, 채널A ‘먹거리 엑스파일’ 등에도 출연했습니다. 방송보다 치킨을 사준다는 말에 마음을 굳혔다고 합니다.
권씨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애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노벨상의 수상 기준은 독창성입니다. 노벨상은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 발명이 있을 경우 그 아이디어를 처음 만든 사람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이 말은 최초의 원리를 만든 사람이라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이에 바탕을 둔 생산이나 응용에 기여를 한 사람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상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에 가장 유리한 사람은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쯤에서 한국의 현실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거의 비슷합니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능성적과 내신 및 비교과 포트폴리오가 요구되고 취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학점, 영어능력, 봉사활동, 공모전, 인턴경험 등의 조건이 중요합니다. 요즘에는 여기에 창의성까지 더해야 합니다. 이에 학생들은 창의적인 인재로 보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과외를 찾습니다. 씁쓸한 현실입니다. 사실 천편일률적인 스펙을 강조하며 동시에 창의성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또한 대학의 연구 평가 척도에도 중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단기 업적에 대한 집착이 낳은 창의성의 부재입니다. 대학 교수나 연구기관의 한 해 업적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명 논문집에 자신의 논문이 얼마나 많이 실렸느냐입니다. 당연히 질보다는 양적인 연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논문의 주제는 기존의 것을 보완 & 개량하는 방향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노벨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과정보다는 결과를 빨리 내는 방법을 배워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교과서에 실린 이론이나 아이디어는 모두 결과입니다. 열심히 고민해서 누군가가 만들어 낸 것을 아무런 댓이 없이 그대로 가져가는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했던 것이죠. 문제는 이런 결과를 도출하게 된 수많은 과정은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중요한 것이 지식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기존에 있는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만 주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를 진단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시작점이 주어졌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결과를 산출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결과에 이르기 위한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즐기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조금씩 발견해나가는 것이죠. 그러는 가운데 전문성이 생기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배우는 교육과정이 결과를 찾는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21세기는 하나의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노벨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 이게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이자 노벨상을 수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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