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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으로 자신의 욕심을 숨기는 사람들

음모는 웃음 뒤에 숨겨져 있다

by 정의석

만약 나라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국가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창고를 열어 굶주린 백성들의 배를 채우는 일입니다. 기근이 심하지 않다면 이런 조치는 백성들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훌륭한 대책입니다.


그런데 흉년의 정도가 심해져서 국가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비슷한 사례가 많이 발견됩니다. 로마 시가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던 상황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음식을 제때 먹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고, 국가의 공공 창고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이 상황을 지켜보던 부자 중 하나인 스푸리우스 멜리우스는 자신의 사재를 털어 곡물을 모아 시민들을 구해보겠다고 제안합니다. 자신에게는 충분한 재산이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함께 덧붙였습니다. 그가 주장한 대로라면 확실히 로마의 시민들은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결정에 환호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대에 자신을 희생해서 사람들을 구한다는 영웅의 이미지도 더해졌죠. 국가의 입장에서 살펴보아도 그의 행보는 시민을 살리는데 꼭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멜리우스를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된 것입니다. 파벌의 중심이었던 시민들은 국가의 무능함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당연히 지도층이었던 원로원의 입지는 약해졌습니다.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국가에서 하지 못했다는 선입견이 시민들 사이에서 형성된 탓입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그들은 이런 사태가 향후에 낳게 될 분란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를 처형했습니다. 원로원의 주장은 간단했습니다. ‘좋아 보이고 합리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일이 초기에 시정되지 않을 경우 죄가 되고 국가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자신의 재산으로 사람들을 구하겠다는데, 왜 원로원은 그에게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내렸을까요? 이 문제는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치는 복지와 법입니다. 로마의 지도층은 사회에서 복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복지가 오히려 그들을 옥죄는 도구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복지를 베풀며 시민들에게 자신의 의도를 숨기는 치밀한 행위를 통해 발생합니다.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건 일견 보면 좋은 점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전략이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인기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행위인 포퓰리즘의 전형적 형태죠 (저는 기본적으로 올바른 목적을 지닌 복지라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복지를 자신의 인기를 위해 활용하는 경우라면 이에 반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명성을 얻을 때 필요한 조건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대개 명성은 사적인 방법과 공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공적인 수단으로 명성을 얻으려면 공동선을 이루기 위하여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훌륭하게 행동하면 됩니다. 만약 이런 과정이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고 그들이 명예를 얻고 만족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마련되어 있다면 사회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진정성을 갖고 소박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미움을 받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반면에 사적인 방법은 개인에게 사사롭게 돈을 빌려주거나 유사한 호의를 베풀어 환심을 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당연히 공적인 방법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개인이 영웅시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단체의 법규를 엄정하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가장 큰 장벽은 그의 편이 된 시민들입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그에게 혜택을 입은 사람은 자신의 영웅에게 해로운 일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에 격렬히 저항합니다. 로마의 원로원이 멜리우스 사태에서 염려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죠.


지금 저희가 살펴보는 것은 과거의 기록된 역사이기 때문에 멜리우스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혹 자료가 남아있더라도 그 문서의 신뢰성도 장담하기 어렵죠. 허나 이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확실히 있습니다. 우리는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이를 정치적인 의도로 보이지 않도록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동에 의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매우 억울할 것입니다. 내가 주도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은 썩 유쾌한 것이 못됩니다.


제가 이 사례를 통해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2가지입니다. 첫째는, 우리가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며 사회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비록 작을지라도) 보태야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자신의 욕심을 숨기고 공익의 탈을 쓴 위선자를 잘 가려낼 수 있는 식견을 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는 고대의 로마보다 훨씬 복잡하고 생각해야 할 요소도 많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자신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런 공부는 자신을 발전시키며 사회에 긍정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나눕시다. 그 가운데 우리의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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