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석 Jun 04. 2016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기 위한 조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의견은 모두 다릅니다. 혹자는 운명이 외부의 요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지만, 반대의 의견을 펼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개 운명을 외부의 요인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사례는 자연재해입니다. 태풍, 가뭄, 홍수 등의 재앙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큰 사건이기 때문에 이들의 말은 일리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도 운명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잘 살펴보면 자연재해를 활용하여 운명을 바꾼 사례가 여러차례 발견됩니다. 적벽대전 당시의 제갈량이 그 중 하나입니다. 수적 열세로 위기에 몰린 연합군의 책사였던 제갈량은 장수인 주유에게 “동짓날(음력 11월 20일)부터 3일 동안 거센 남동풍을 빌려 오겠다”며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남동풍을 이용해 조조의 대군을 화공으로 물리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이후 3일을 기다린 결과 제갈량의 예상대로 전장에 남동풍이 불었습니다. 연합군은 이 상황을 활용하여 조조의 대군을 불화살을 활용하여 섬멸했습니다. 끊임없이 사색하며 공부한 지식을 통해 자연 현상까지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었던 그의 능력 덕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렇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2008년도에 전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대표적입니다. 이 사태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가 위기에 빠졌었죠. 다행히 대공황 때의 학습효과가 있었던 탓인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수습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몇가지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부채담보부 증권(CDO), 미국 내 대출 등급 등이 바로 그것인데요. CDO는 간단히 말해 여러 사람들의 담보대출(이 경우엔 주택담보)을 모아서 만든 증권입니다. 예를 들어 A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빚을 일부 상환하면 은행은 이를 이자와 함께 투자자인 B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인 것이죠. 이 상품에서 핵심은 대출금을 갚는 A였기 때문에 은행은 우등 고객인 프라임 등급에만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이들은 대출금을 밀리지 않고 잘 갚았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위험은 낮고 수익은 높은 우량 증권이었습니다. 이를 그림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DO 자금 흐름도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상품을 아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위험이 적고 수익을 많이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부릴 수 밖에 없죠. 우리가 이자를 많이 주는 예금이나 적금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상품의 투자자는 늘어나는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투자자인 B가 수익을 얻으려면 A처럼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금 흐름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은행은 열심히 고민했고 대출 등급을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합니다. 은행은 수입이나 자산이 없는 서브 프라임 등급에도 대출 허가를 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돈을 못 갚을 시에는 그들이 산 집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덧붙여서 말입니다. 집 값이 계속 오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은행은 이 조치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로 이렇게 하다 망한 곳은 많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아이슬란드의 국가위기 등).


대출 등급 완화


현금확보에 정신이 없었던 탓인지 이 시기에 대출 승인은 매우 쉬웠습니다. 이 사례를 증명하는 것이 오하이오 주에서 승인된 23명의 대출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것인데 은행에서는 서류를 체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은행은 대출을 확대함으로써 CDO를 운영할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대로 돈을 굴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음을 놓았습니다. 실제로 얼마 동안은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앞에서 말한 서브프라임 계층이었습니다. 그들은 상환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려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품이 부동산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다 보니 그들이 내놓은 집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집의 가격은 계속 낮아지다 결국 그들이 가진 빚보다 적은 액수가 되었습니다. 집을 팔아도 돈을 다 못갚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디폴트를 선언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은행이 함께 파산하면서 (리먼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그 유명한 국제금융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출자들의 디폴트 선언


재앙의 시작


이 사례를 본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했습니다. ‘사람들의 탐욕이 부른 참사’,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 ‘정확하게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품을 통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 등의 이야기가 언급되었죠. 저는 이 중 2번째로 기록한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표현에 시선이 갑니다. 만약, 이 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집을 구하려는 욕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대출자를 찾지 못한 은행이 스스로 상품을 내렸다면 이 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역사에서 ‘만약’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이 사례를 통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배우고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을 수련하는 편히 훨씬 낫습니다.


대개 외부의 요인이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이 때 사람들의 목표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로 인한 열등감에서 시작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비교하는 대상입니다. 이들의 비교대상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부자나 권력층입니다(서브 프라임 사태에서는 ‘집’이었겠죠?). 당연히 상대적 박탈감은 커집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 자괴감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꺽어버립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단단한 마음을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오늘 마무리 짓는다는 태도는 우리가 가져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내 주변에 있는 ‘누구’보다 잘 사는 삶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하죠.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가장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은 사람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성장의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욕심을 품고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할 수는 있어도 그 성공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엔 힘들수도 있죠. 그러므로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마음은 품되 지나친 욕심은 멀리해야 합니다. 욕심은 사람을 가장 빠른 속도로 망가뜨리는 속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아마 예상치 못한 복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끊임없이 수양하며 자신을 다스리도록 노력합시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조금씩 이룰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육은 주입식 기억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