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몰입 그 상관관계
좋아하는 일을 가장 오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이에 ‘몰입’이라는 답을 내놓습니다. 자신을 잊을 정도로 집중하며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말도 항상 따라옵니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을 이끌어 낸 사람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그들의 열정에 감탄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몰입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합니다. 집중력이 고도에 달한 상태에서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개 집중력이 높은 사람들은 식사 패턴이 불규칙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건강은 악화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과도하게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삶은 규칙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예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은 독일의 철학자 칸트입니다. 그는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잠자리에 들었으며, 하루에 어떤 일을 할지조차도 세부적인 규칙을 나누어 정한 뒤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명망 있는 지식인의 삶을 다룬 책인 ‘지적 생활의 즐거움’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칸트는 순조로운 지적 생활은 순조로운 육체 생활에서 시작된다는 진리를 망각하지 않았습니다. 괴테처럼 낮에 머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리면서 밤이 되면 또 두통의 원인이 되는 술에 취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건강이야말로 철학자로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임을 잊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건강을 유지하고자 힘썼습니다. 칸트만큼 평생을 바쳐 강한 의지로써 지적 생활을 지켜내려고 노력한 정신 노동자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가 이렇게 생활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가정환경을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칸트는 경건주의에 충실했던 가정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신학적 환경이 그의 철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유야 어쨌든 그는 앞에서 언급한 규칙적인 생활을 바탕으로 철학사에 길이 남을 역작인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의 명저를 집필합니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순수이성비판을 아주 간결하게 요약하자면 ‘우리의 지식은 경험에서 시작하지만, 그 바탕에는 순수 지성 개념(개념틀)이 존재한다. 지식은 경험과 개념틀의 두 가지 복합 작용에서 나온다’ 로 정리됩니다. 칸트가 말한 다음의 문장을 통해서도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짧은 내용이지만 읽으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며,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
반면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도 건강을 관리하지 못해 평탄하지 못한 삶을 보낸 인물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입니다. 그는 평생 동안 100여 편의 장편소설을 써낸 열혈작가입니다. 그가 이토록 글을 쓰게 된 이유는 20대 중반에 사업실패로 진 큰 빚 때문이었습니다. 돈에 쫓기고 있다는 이유 때문인지 그는 오후 네시에 저녁을 먹고 잠든 뒤 자정부터 다음날까지 하루 16시간씩 글을 쓰며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그는 ‘외제니 그랑데’를 포함하여 ‘고리오 영감’, ‘사촌 베트’, ‘골짜기의 백합’ 등의 명저를 남겼습니다.
그가 건강을 잃은 원인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에 몰입하는 불규칙적인 생활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자신을 붙들기 위해 마신 하루 40잔 이상의 커피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자신을 몰아세운 결과 발자크에게는 회복되기 어려운 심장질환이 생겼습니다. 발자크가 생을 마친 시기는 그의 나이 51세 때입니다. 80년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건강을 지켰던 칸트와 비교해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을 학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가 지은 ‘오리지널스’라는 책을 보면 창의성이 발현되는 몇 가지 유형에 대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개념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의 2가지 개념을 사용하여 이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개념을 실행하는데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실험적 혁신가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진화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이 두 집단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바로 ‘경험’입니다. 개념적 혁신가들은 경험을 쌓을수록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잃어버립니다. 반면에 실험적 혁신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뛰어난 성과를 냅니다. 실제로 시카고대학교 경제학자 갤런슨이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을 연구한 결과, 개념적 혁신가들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연구를 평균 43세 전에 한 반면, 실험적 혁신가들은 평균 61세에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려면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몰입하는 순간을 즐기는 일도 필요하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더 즐겁고 오래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넓은 관점도 함께 갖추도록 노력합시다. 이는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라는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주변에 있는 요소를 잘 활용하여 자신의 발전에 활용하는 실험적 혁신가를 떠올려봅시다. 그들의 수명은 개념적 혁신가보다 깁니다. 열정을 불사른 뒤 일찍 세상을 달리 한 발자크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평생을 철학적 사유에 바친 칸트를 비교해봅시다. 사실 우리가 이 두 사람의 인생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허나 이들의 인생은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고민해봅시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 우리는 누구를 롤모델로 삼아야 할까요? 제시한 사례들이 그 답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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