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석 Jun 17. 2016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

내 마음에는 당당함이 있을까?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다양한 조건을 생각해야 합니다. 금전적으로 서로 원만해야 할뿐더러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앞서 말한 모든 조건들도 믿음이 없이는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뤄주고 진실된 마음으로 성공을 응원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오랫동안 반복하면 신뢰는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물론 그 가운데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내가 얼마만큼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만 생각한다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전략은 효과가 뛰어납니다. 흔히 말하는 넛지 마케팅입니다. 상대방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먼저 돕고 그 과정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넌지시 제시하는 전략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요즘 소비자는 예전과 다르게 매우 현명합니다. 대개 이들은 무작위로 전달되는 광고에 피로감을 느끼고 광고에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들은 이처럼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합니다. 이 과정의 목적 또한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피렌체의 종교 지도자였던 사보나롤라는 우리가 깊이 공부할 가치가 있는 인물입니다. 신 마르코 수도원 출신인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설교였습니다. 그는 파격적인 내용과 직설적인 표현으로 피렌체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설교의 주제는 주로 타락한 교황청과 향락에 젖어 사는 시민들이었습니다.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된 교황인 알렉산데르 6세는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 보르자'의 생부였습니다. 중세 카톨릭이 금욕주의를 강조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이 당시 교황청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는 우리가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보나롤라는 이들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에 따라 조금씩 인지도도 높아졌습니다.


그가 명성을 얻게 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492년에 한 예언입니다. 사보나롤라는 '머지않아 피렌체에 하느님의 징벌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예언은 2년 뒤 샤를 8세가 피렌체를 침공하면서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망가지 않고 샤를 8세의 침공을 막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단번에 시민들의 마음을 샀습니다. 이때 사보나롤라가 쌓은 정치적 기반은 이후 그를 신정 정치의 실세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확실히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감동시킵니다.


그가 실시한 ‘허영의 화형식’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향락적인 피렌체의 문화를 멀리하자는 그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허영의 상징으로 지적된 무도회의 가면, 도박 도구, 조각상, 미술작품, 책 등의 물품이 한 군데에 모였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품이 광장에서 불타는 모습은 하나의 장관이었습니다. 피렌체의 모든 성당은 타종을 하며 이 거룩한 시간을 기념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조치에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모습이 달갑지 않은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교황청이죠. 교황은 사보나롤라가 눈엣가시였기 때문에 그를 파문했습니다. 그리고 사보나롤라를 자신들에게 인계하라는 요청을 하죠. 교황청은 이후 그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악용합니다. 이 조치로 인해 피렌체 사람들은 많은 재정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교황청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사보나롤라에 대한 지지를 철회합니다. 자연스럽게 그의 힘도 약해졌죠.


또한 그의 권위를 의심하며 날아든 공개 도전장도 입지를 약화시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사보나롤라와 경쟁했던 크로체 성당의 한 승려가 하느님의 예언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불의 심판을 받자고 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가볍게 무시해도 될 법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좀 달랐습니다. 실제로 이를 확인해보자는 주장이 이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입니다. 사보나롤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집니다. 그는 시간을 끌다 결국에는 불에 들어가는 걸 거부했습니다 (시간을 끄는 과정에서 준비를 했던 장소에 비가 내려 행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음). 당연히 대중은 무섭게 돌아섰죠. 이후 사보나롤라는 시민들에게 버림을 받은 채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가 죽은 장소는 허영의 화형식이 있었던 시뇨리아 광장, 사형 집행 방식은 화형이었습니다.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우리는 사보나롤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혹자는 사보나롤라가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나 먹힐 법한 협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설교로 우매한 시민들을 뒤에서 조종한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합니다. 소위 말하는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죠. 따지고 보면 사보나롤라는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권력을 잡은 인물이기 때문에 이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그가 불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대중은 무서울 정도로 그에게 분노했습니다. 사보나롤라가 몰락한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일을 하며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입니다 (물론 사람들의 공감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올바른 방법을 끝까지 고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지지를 얻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도 안되죠. 만약 사보나롤라가 만약 초심을 유지하며 대중을 위해 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중들이 원했던 사보나롤라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대한 교황청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을 대변하는 당당함'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당함이 있을까요? 당당한 자세를 갖추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세상의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하고 곧은 마음일 것입니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신뢰도 바로 이 마음을 통해 나오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그런 마음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더 많은 글과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세상의 모든 공부 - 세모공'을 찾아주세요^^ (인문학 다이제스트 무료 이북 다운 가능)


카페 바로가기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철학자 탈레스와 올리브 기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