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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Jun 16. 2016

철학자 탈레스와 올리브 기름

형식을 파괴하는 지식은 어디서 나오는가?

어떤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원리를 파악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만큼 무모한 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의외로 이러한 실수를 자주 저지릅니다. 일단 도전하고 결과를 기다린다는 식의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죠. 물론 도전 정신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후에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예측하고 대비한다면 성공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려운 과제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원리를 파악하는 최고의 훈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의 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철학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게 된 인문학 열풍에는 이런 배경도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자신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용시킨 사람 중 하나로 저는 그리스의 탈레스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는 관측장비 없이 일식을 예측하고, 삼각형의 닮음꼴을 활용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할 수 있었던 천재였죠. 오늘날에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의 원리인 닮음꼴을 2000년 전에 알아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던 그도 일상생활에서는 실수를 많이 저질렀던 것 같습니다. 생각이 많았던 탓인지 길을 걷다 넘어지거나 구덩이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문제 자체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길을 가던 아낙이 구덩이에 빠져 넘어진 자신을 멍청하다며 놀리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 뒤로 그는 스스로가 똑똑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하나의 사건을 계획하게 됩니다.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내년에 올리브 농사가 풍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탈레스는 해가 지나기 전 올리브 기름짜는 기계를 모두 임대하는 기행을 저지릅니다. 사람들은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아해했습니다. 의문은 다음 해에 풀렸습니다. 풍년으로 끝난 올리브 농사를 통해 얻은 결실로 기름을 생산하기 위해 찾아간 방앗간에서 모두 탈레스에게 사용의사를 물어보라고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쓰려는 사람은 많은데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밖에 없었으니, 도시의 자본은 자연스럽게 탈레스에게 집중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익힌 지식을 사물의 현상과 원리를 파악하는데 활용하고 이에 따르는 대안을 정확하게 마련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박지원이 쓴 허생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돈을 벌지 못하고 집에서 책만 읽던 그는 지역 유지인 변진사에게 만 냥의 돈을 빌린 뒤 이를 10배의 금액으로 불리는 쾌거를 이룹니다. 그가 돈을 벌 수 있었던 원인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독점이었습니다. 양반들의 제사에 꼭 필요한 과일을 모두 사들인 뒤 필요한 시기에 비싼 돈을 받고 팔았던 것입니다. 양반들은 과일이 필요했지만 그 과일은 오로지 허생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양반들에게 과일의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독점이라는 말을 어감 때문에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지만 아이디어의 영역에서 보면 독점은 큰 의미를 지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나만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은 주어진 문제를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회사에서 그런 능력을 보여준다면 상사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잘 살펴보면 개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도서들이 참 많습니다. 대학생들이라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개론은 전체 내용을 요약하여 간략하게 소개한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대개 개론은 재미없고 딱딱합니다. 1학기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서 학생들은 이 과목을 그저 빨리 지나쳐야 하는 단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때 익히는 개론은 앞으로 공부하게 될 전공과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개론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현상과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기를 딱딱하고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기를 연주할 때도, 춤을 출 때도, 무술을 할 때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기본기입니다. 기본기를 배우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본기가 사물의 현상이나 원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기본기를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할지라도 기초가 확고하게 잡히게 되면 이후의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됩니다. 공부법을 다루고 있는 책을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그리고 세부적으로 접근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만큼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초적인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른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기본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면서 전체적인 현상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주변의 사건을 단순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주변에 있는 이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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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하버드 도서관 24시의 일부내용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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