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아는 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이런 상황을 가장 반기는 것은 아무래도 학생들일 것입니다. 특히 공부한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친구들의 경우 이런 소식이 정말 반가울 것입니다. 저 역시도 컴퓨터 같은 기억력을 갖추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궁금해 한적이 많습니다.
이런 사례는 실제로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병을 가진 여인인 질 프라이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녀의 병은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이 질병은 하루의 일상을 별도로 노력하지 않고도 저절로 기억하고, 저장된 기억이 샘솟듯 나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녀의 기억 방식은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이 단어나 숫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용하는 패턴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구현됩니다.
그런데 그녀의 삶은 썩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그녀의 능력 때문입니다. 질은 어머니가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위기에 빠졌던 과정이나 당뇨를 앓던 남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매일 생생하게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잊고 싶은 기억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질은 그와 같은 고통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기억을 선별하는 능력은 내 마음의 작용방식과 거리가 멀었다."
저는 질의 사례가 사람들이 공부하는 방식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기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부를 하려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대개 학교나 학원의 정규 과정은 배움의 단계가 있습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면 이전의 것을 모두 배워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죠. 물론 이런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도 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것도 의외로 많이 발견됩니다. 삶이 이런 간단한 기준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닐뿐더러 공부를 하는 목적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필요한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익히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특정한 기준에 의거해서 모든 것을 다 배울 필요는 없지요. 한국사회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지 못하도록 주변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사람들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항상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기억하는 것보다는 이 기억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육학자 피아제의 말이 이를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교육의 주요 목표는 다른 세대가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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