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석 Jul 04. 2016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최고의 법도 소용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1월 20일 열린 새해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시민이 좀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그의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에게 그가 던진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에 아직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1년에 1만 5천 달러(약 1600만 원) 미만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 번 그렇게 살아보라.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데 표를 던져라."


이 연설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연설 내용을 인용하며 변화를 촉구했죠. 그가 이런 정책을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미국 내의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정책을 낼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의견이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간단합니다. 그가 내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하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말이 의미하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행위가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빼앗아가면서까지 이루어져서는 곤란합니다. 서로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어야 하죠. 

저는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알렉시 드 토크빌이 쓴 '미국의 민주주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이자 역사가인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이 책은 경제학과 경제사회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꼽은 조건은 지리적 이점과 법제적 요인 그리고 풍습의 3가지였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 풍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토크빌이 말한 풍습은 국민의 습성과 관행, 의견, 신앙 등을 한데 묶은 것입니다. 특히 그는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고 최고의 법제도가 있을 지라도 그것이 습속과 어긋난다면 정치의 기본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이는 옳습니다. 기독교의 교리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이를 이슬람 국가에서 실행할 수는 없습니다.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위험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자신을 과도하게 맞추는 일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평범한 한 개인이 대중 속에 매몰되며 무력감에 빠지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리스먼은 '고독한 군중'에서 이를 타인지향형이라는 말로 정의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대부분이 평등하며, 지식 수준 역시 비슷합니다. 또한 우리와 닮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을 온전히 지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권위는 무시 못할 정도의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범위 내에 머무르게 되고 이는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의 저하라는 결과를 낳습니다. 만약 이 때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는 대중의 지지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런 태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권력을 갖게 되면 이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앞서 말씀 드렸던 이유로 인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채 위에서 만들어진 여론을 맹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국민의 대다수를 상대로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다 해도 언제까지나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그 사람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명분을 잃어버립니다. 이런 이유로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군중을 설득하는데 온 힘을 기울입니다. 만약 그가 이전부터 지금까지 소속된 구성원을 위한 정치를 펼쳤다면 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꽤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합니다. 다양한 근거로 해명을 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다지 효율적인 방안이 못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크빌은 이상적인 지방자치가 확립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규모 정치현장에서는 공공의 문제가 어떻게 자신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비교적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급식이 중단되거나 복지예산이 삭감되면 이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과 연결시키려는 시도 역시 함께 이루어집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시민의식이 성숙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범위가 넓어진다면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시민 스스로가 견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토크빌이 주장한 바는 결국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소규모 정치를 통해 자신과 공공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행위는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를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를 직접 체험하며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접근법은 달랐지만 진정으로 중요했던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결론은 같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례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는 행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피해가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역사를 통해서도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글과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세상의 모든 공부 - 세모공'을 찾아주세요^^ (인문학 다이제스트 무료 이북 다운 가능)

카페 바로가기 클릭

매거진의 이전글 주체적인 생각이 옳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