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지와 전체의지
우리는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습니다. 후보로 나온 그들은 다양한 공약을 제시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주겠다는 공약도 있고,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는 것도 있지요. 선거권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을 선택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투표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 표를 행사하며 스스로의 의사를 표현하고 그 의지를 이어받은 정치인이 지역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국민의 의지를 이어받은 정치인이 그 지역 주민의 의사를 100% 반영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는 정치인입니다.
국가를 다스리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또한 권력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고민을 했던 사람으로 저는 프랑스의 철학자였던 루소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는 인간불평등기원론과 에밀의 저자이며 이 두 개의 저서를 통해 자연상태의 인간이 가장 이상적이다라는 의견을 우리에게 피력했습니다. 이런 시선을 바탕으로 근대사회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장 도움이 되는 그의 작품은 사회계약론입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절대왕정이 지배하던 프랑스의 앙시엥 레짐(Ancien Regime)하에 자본가 계급이 부상하고 평민들의 불만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고취된 자유의식은 이 현상을 더 가속화시켰습니다. 결국 1789년 7월 14일 평민들은 지배계층에 불만을 품고 혁명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랑스 대혁명이죠. 혁명은 앙시엥 레짐을 무너트렸지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일으킨 쿠데타로 무너져 그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운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무수히 많은 피를 흘리며 주장한 그들의 가치가 반영되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혁명에 영향을 준 이론 중에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계약론은 모두의 뜻이 합쳐져 예외 없이 복종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일반의지로 모두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정치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모두가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하지만, 그 당시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왕궁의 사람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자본가 계층은 노동자의 힘을 착취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렸습니다. 루소가 말한 사회계약론의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평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유토피아를 꿈꿨을 것입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진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시대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계약론에서 루소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사회계약론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루소가 주장한 개념인 '자연'을 이해해야 합니다. 루소에게 자연은 다른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믿었던 야만적이거나 어리석고 무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자연에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연상태에서 인간은 일체의 강제 없이 자기 소질에 따라서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지요. 그는 자신의 모든 저서에서 자연의 원칙에 따르며 스스로를 갈고 닦으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사회계약론의 첫 장에서는 이상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간은 자유인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어디서나 인간은 사슬에 묶여 있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라는 문장을 통해 루소는 현재 인간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우리 주위에 사슬이 생겨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 사슬은 올바른 원칙에 의해 생긴 사슬일까요?
루소는 평등한 자연상태에서 불평등한 사회상태로 이행하게 된 요인으로 동물과의 싸움, 자신의 생존수단을 노리는 타인과의 싸움, 토지와 기후에 따른 생활양식의 차이, 그리고 인구 증가 등을 꼽습니다. 이렇게 자연상태에서 사회상태로 이행하면서 선악개념과 사유재산 제도가 생겼고 이에 따라 범죄, 전쟁, 사회악 같은 부정적인 가치도 함께 생겨났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인 사이에는 사회적 계약이 생겼습니다. 자연인인 인간이 자유와 평등,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방식으로서의 근본원리인 것입니다. 루소가 이야기하는 사회계약은 그래서 '자발적인 계약'입니다.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루소는 일반의지, 특수의지, 전체의지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먼저 특수의지는 인간이 개인으로서 가지는 것이며, 전체의지는 특수의지의 총합으로 사사로운 이익만 생각하는 의지입니다. 루소가 가장 강조한 것은 일반의지입니다. 일반의지의 개념은 '공동체가 공공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합의에 의해서 정치권력과 그 행사를 정당화하는 유일한 것'입니다.
루소가 주장하는 일반의지에는 오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국민의 결의가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대로 전체의지(특수의지의 총합)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루소는 국가 속에 부분 사회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인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방해하는 부분 사회(당파)가 존재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이지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의견이 루소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부분 사회의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에 해당 이론이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루소가 살았던 18세기와 21세기 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루소는 자연상태의 인간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계약이라는 틀 안에 속한 인간의 도덕성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루소의 이론과는 많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빈곤, 무지,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앞서 살펴본 바대로 국민의 뜻을 이어받은 정치인이 일반의지에 속하여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굳이 열심히 확인하지 않아도 그 사실을 쉽게 깨닫습니다.
루소는 우리에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오늘과 같은 사회에서 자연에 순응하고 그 원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는 일반의지에 자신을 맡기라고 말합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허나 모두가 일반의지에 따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서로의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이를 이어받은 정치인은 일반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정치인과 시민 모두의 성숙한 의식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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