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보다는 길을 이해하는 맥락이 더 중요하다
덕후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대개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한국인이 인식하는 덕후의 의미는 대인관계가 부족하고 집안에만 처박혀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지 않는 폐쇄적인 인간입니다. 하지만 원래 '덕후'라는 말은 좋은 뜻입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고 노력하여 원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집중형 인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덕후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기 때문에 이전만큼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니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좀 위안이 됩니다.
이런 덕후의 좋은 점을 설명하기 위해 저는 맵헤드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개념은 생소한데 그 이유는 이 단어가 맵헤드를 쓴 책의 저자인 켄 제닝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맵헤드는 지도광을 뜻하며, 제닝스의 책은 이런 사람들의 예로 넥타이에 있는 작은 지도를 모아서 세계지도를 완성한 사람들이나 높은 곳을 찾아다니며 지도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원래 지도의 용도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간단히 훑어보아도 쉽게 알 수 있긴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을 경우에는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문학과 상당 부분 비슷합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역사, 문학, 철학 등을 공부하는 이들 역시도 맵헤드처럼 무언가에 몰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오늘날은 지도를 포함한 아날로그적 매체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판단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책은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지도맹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원래는 지도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더 깊게 보면 어떤 글이나 그림에 기록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뜻도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앞서 언급된 지도맹처럼 인생의 올바른 목표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한 탓입니다. 깔린 도로를 달리면서 좋은 인생을 체험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도로를 만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도 이런 기회를 쉽게 날려버립니다.
만약 사람들에게 내비게이션과 지도가 있다면 대개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을 선택합니다. 입력만 하면 알아서 길을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지도는 내비게이션보다 불편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내비게이션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되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합니다. 일반적으로 지도는 내비게이션보다 불편하지만 우리에게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하며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 이 능동성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지도를 인생의 방향성에 비유한 좋은 글귀가 있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읽으면서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00 달러짜리 GPS 기기는 당신의 위치를 알려줄 수 있지만, 10달러짜리 도로 지도책은 맥락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