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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의석 Jul 25. 2016

좋은 원칙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기득권은 어디에나 있다

'조물주보다 건물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그가 부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건물이 참 많은데 그 건물의 주인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들의 일상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의 드러난 삶을 보면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산층의 삶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고, 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잘 살펴보면 이들에게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대개 권력자들은 자신의 힘이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력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으면 그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합니다. 이런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국회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법을 제정하는 곳은 자신들의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러나 이를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앞에서 언급한 현상은 세상의 규칙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대중에게 유리한 제도를 도입하면 권력자들의 입지가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원리는 간단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수립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권력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중의 입장은 다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무언가를 만들어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이전까지 권력자들에게 보냈던 지지를 철회합니다. 금전적인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권력기반이 약해졌으니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더라도 이는 권력자에게 손해입니다.  


조선시대에 김육이 제시한 대동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동법의 목적은 올바른 조세제도 정착이었습니다. 대동법을 시행하기 전까지 조선시대의 세금은 각 지역의 특산물이었습니다. 문제는 각 지역에서 바쳐야 할 특산물이 그곳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품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자 지방에서는 납부해야 할 특산품을 대신 수도로 보내고 농민들에게 그 대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는 평범한 농민이 쉽게 지불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였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중간에서 가로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가의 수입도 크게 줄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도를 개편하지 않으면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된거죠. 이에 대동법을 주장한 김육은 다른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는 토지의 넓이에 근거하여 쌀로 세금을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조치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사람은 기득권층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대동법은 땅이 많은 사람이 불리한 구조입니다. 토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었기 때문입니다. 계산 방법이 명쾌했기 때문에 예전처럼 편법을 부릴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자신의 영향력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이들은 대동법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눈뜨고 코베이기는 싫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대동법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빼앗기는 것과 같았습니다. 


세금은 내는 사람이 감시하지 않으면 권력층에 의해 마음대로 사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들이 세금을 사용하는 목적은 다양하지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기득권 유지입니다. 국가의 돈을 자신의 지역구에 가져다주면 주민들의 환심을 얻습니다. 이는 다음 선거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특정한 제도가 시행되며 기존의 프레임이 해체되면 기득권층의 권력 구조가 붕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가장 위험한 것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일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기득권층이 지금까지 쌓아 올린 신뢰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집니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정조가 다산 정약용에게 명했던 식수 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7년 동안 진행된 나무 심기 작업의 논공행상(공을 정확하게 가려 상을 주는 일)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다산은 고을별로 심은 나무의 수와 기간 등의 내용을 빠른 시간에 파악해야 했습니다. 


다산은 먼저 나무 심기와 관련된 공문을 모두 모았습니다. 이후 공문을 날짜별로 분류하고 표를 만들어 나무의 종류와 심은 날짜, 심은 나무의 개수 등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다산은 고을 별로 정리된 데이터를 한 장의 보고서로 만들었습니다. 가로 칸에 고을 이름, 세로 칸에 연도, 교차된 칸에 고을별로 정리한 나무 수의 연도별 합산 결과를 옮겨 채웠죠. 오늘날 볼 수 있는 엑셀 서식의 형태입니다. 20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런 그의 깔끔한 일처리는 모두에게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결과를 받아본 왕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마 정약용의 업적을 칭찬함과 동시에 그동안 일을 비효율적으로 집행한 관리들의 무능함을 질타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득권층은 정약용이 달갑지 않습니다. 파벌을 형성하고 그를 고립시킬 방안을 함께 모여 고민했겠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글이 나올 때 가장 반대했던 계층은 양반이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식은 공유되어서는 안될 위험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알게 된다는 사실은 그들의 지위가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이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당연히 저항도 격렬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대동법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처럼 우여곡절이 많은 제도인 대동법은 결국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먼저 세금이 토지를 기준으로 부과되었기 때문에 농민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반대로 토지를 가진 양반들의 세금은 증가했죠. 부담이 줄어든 평민 계층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리면서 물자의 교류가 활발해짐과 동시에 상업이 발전할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도 대동법의 긍정적인 영향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의 내용을 통해 세상에 적용된 규칙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역시도 삶을 이끄는 원칙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개선하고 더 좋은 결과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규칙을 너무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습관의 힘을 믿지도 못하죠. 그러나 성공한 사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모두 규칙과 습관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를 13가지로 구분하고 이를 매주 하나씩 선정하여 그 결과를 평생 메모하는 습관을 통해 위대한 인물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와 우리가 달랐던 점은 단 하나  올바른 규칙을 실천했는지의 여부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을 관통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원칙을 생활에서 실현하기 위해 어떤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까? 이는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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