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생존전략
자신의 영향력을 향상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선행을 한다, 상대방이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등 다양한 대답이 물망에 오릅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나에게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려면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고대의 지도자들은 이 두 방법 중 어느것도 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선택지는 전쟁이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천하에 알리고자 하는 지도자들의 욕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올바른 지도자의 표본이 아닙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가장 좋은 왕은 그 사람이 있는지조차 국민들이 알지 못한다'는 말이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모른 척 했을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올바른 명분 하에 실시된 전쟁은 생각보다 장점이 많습니다. 승리하여 획득한 넓은 땅에서는 이전보다 많은 세금이 나옵니다. 개인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이렇게 얻은 돈으로 연회를 즐기면 됩니다. 지도자가 원하는 미녀와 명주도 마음껏 즐길 수 있을테죠 (물론 이 경우 전쟁의 명분은 사라집니다). 반면에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 돈을 백성들을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국가 기반을 튼튼히 하고 백성들을 보호, 양육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에 적절한 비용이 지원되겠죠. 결국 이는 지도자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을 택하든 지도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한 전제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문제는 전쟁에서 이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요? 서양의 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을 읽어보면 이 부분을 새로운 시선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가 강조한 전쟁의 핵심 요소는 정치적 목적(이성), 폭력(열정) 그리고 우연성의 3가지입니다. 첫번째 조건인 정치적 목적 및 이성은 손자병법의 서두에서 강조한 도(道 - 명분)와 일정부분 공통분모를 공유합니다. 이후의 조건도 마찬가지로 대입해본다면 폭력(열정)은 법(法 - 규율, 상벌체계), 우연성은 천(天 - 천기)에 가장 비슷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앞의 2가지 요소는 노력으로 어떻게든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언급된 우연성의 경우 개인의 능력에서 벗어난 요소라 통제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중 하나로 지도자들이 선호했던 방법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력을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전쟁에서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던 3가지 요소 중 우연성과 관련된 부분을 돈으로 메꿀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여러 전문가들 역시 이 견해에 부정적입니다. 마키아벨리 역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죠. 다음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누구든지 자기 마음대로 전쟁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끝내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따라서 군주는 모험을 감행하기 전에 자신의 무력을 측정해보아야 하고 또 그에 따라 처신해야 한다. 아울러 군주는 자신의 무력에 대해 스스로 속는 일이 없도록 상당한 신중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군주가 자신의 군대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력을 금력이나 지형상의 유리함 또는 사람들의 선의로만 측정한다면 그는 항상 스스로를 기만하는 셈이 될 것이다."
이 문구의 핵심은 '무력을 금력이나 지형상의 유리함만으로 판단하지 마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력을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금력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요소가 개인 혹은 집단의 정확한 능력을 판단할 수 없도록 우리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돈으로 무언가를 마련해놓고 그것을 내 능력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우 이는 누군가로부터 빌린 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벤처기업의 투자유치가 대표적). 이는 어떤 형태로든 상대방에게 돌려줘야 하는 빚입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대개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 이런 조작에 잘 속아 넘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부를 통해 본질을 보는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까요? 마키아벨리가 기록했던 부분을 함께 확인하며 그 방법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아래는 그가 이야기하는 전쟁의 핵심입니다.
"충성스러운 군대가 없다면 아무리 엄청난 금력도 당신에게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나라의 국력도 당신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의 충성심과 선의 또한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백성들을 방어할 수 없다면 그들 또한 당신에게 충성을 바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산과 호수 그리고 모든 험난한 요새도 강력한 방어자가 그곳에 있지 않다면 평지나 다름없게 될 것이다. 금력 또한 당신을 방어하기는 커녕 단지 손쉬운 약탈대상으로 만들 뿐이다."
마키아벨리는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충성스러운 군대'라고 판단했습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이에 해당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들의 특성은 '강직함, 충성심, 나를 보호하는 힘' 등의 덕목으로 요약됩니다. 이 요소는 개인이나 집단의 '힘'과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능력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생깁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이 능력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를 결정하는 요소는 개인의 노력과 열정입니다.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돈만 있는 경우도 그리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마키아벨리가 경고한 대로 다른 집단의 먹잇감이 될 뿐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며 공부에 몰입해야 합니다.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의 어려움은 우리가 '약자'이기 때문에 생깁니다. 사실 우리가 약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많습니다.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 2가지 모두 중요한 요소이겠죠. 그러나 저는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조건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흙수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슈퍼맨들을 보면서 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잠을 줄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연구하며 개인의 능력을 발전시켰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국가가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해주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 사실이 우리의 게으름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제도를 바꿔달라고 저항할 수도 있고 제도에 영향받지 않는 강한 나를 만들 수도 있죠. 물론 둘 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더 이상적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제게 주어진다면 저는 후자를 고를 것입니다. 주도적으로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그 보상도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마키아벨리의 용어를 빌리자면 '충성스러운 군대'를 양성하는데 개인의 온 역량을 발휘하는 거죠. 로마사논고에 기록된 다음의 문구를 통해서도 우리는 이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돈은 실로 부차적 의미에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훌륭한 군대라면 자력으로 얻어낼 수 있는 필수품인 것이다. 왜냐하면 돈 자체만으로 훌륭한 군대를 키워내는 일이 불가능한 만큼이나 훌륭한 군대에 돈이 부족한 일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통해 우리는 '능력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을 기억해야 합니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돈이 능력을 가져다주는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으면 그 능력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능력이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활용하여 돈을 벌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전략을 택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습니다.
돈으로 가는 길은 언뜻 보면 매우 합리적이고 빠른 길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을 속이는 기만행위입니다. 만약 돈이 많은 상태를 평생 유지할 수 있는 상위 1%의 사람이라면 이런 전략을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99%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길을 거꾸로 가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공부와 훈련을 통해 능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는 뜻입니다. 이는 세상에 있는 현상을 향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거치며 자신의 능력으로 자리잡죠. 돈은 빠른 시간에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대신 이 과정은 생략하기 때문에 학습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시키는 일만 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갈 경우에는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돈에 의존하는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빠른 길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합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분야를 항상 기억하고 이에 몰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그런 성과를 내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더 많은 글과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세상의 모든 공부 - 세모공'을 찾아주세요^^ (인문학 이북 4권 무료 다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