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석 Aug 31. 2016

무엇이 몰입을 만드는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나누는 방법은 기준에 따라 다양합니다. 그 중 하나의 기준으로 일을 나눈다면 저는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지 않는 일로 나누고 싶습니다. 만약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많이 다릅니다. 사람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해야 하죠.


일에서 성공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랄프 왈도 에머슨은 ‘열정 없이는 어떤 것도 성취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물론 열정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 중 중요한 요소로 사람들이 꼽는 것은 명확한 목표의식입니다. 내가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구체적으로 기획하여 하루하루 실행하는 것이죠. 애석하게도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목적의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반복적으로 하긴 하지만 그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내가 세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나 좋아하는 분야가 생겼을 때 극도의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만화가 이현세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천국의 신화, 지옥의 링, 아마게돈 등의 명작을 남긴 인물로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과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라는 두 가지 직분을 동시에 감당하고 있습니다. 만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가 만화를 그리기로 결심했던 1970년대의 사람들이 만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사람들은 만화가를 ‘사람을 망치는 독’을 생산하는 사람으로 인식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토록 노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만화를 사랑하는 열정’이었습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수많은 천재들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이 하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끊임없이 노력했던 점에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신조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이 내용을 그가 남긴 글인 ‘천재와 싸워 이기는 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동료 중에 섞여있는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노력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천재 친구 덕분에 휴지조각이 된 자신의 원고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느꼈을 감정은 자괴감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비슷한 심정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화가 이현세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새 학기가 열리면 나는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우리가 꾸준하게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좋아하는 감정과 이 일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이 목적이 남들과의 비교가치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면 주변의 천재는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내 능력이 천재에 미치지 못함을 알면서도 그 일에 몰두하는 사람의 특징은 경쟁이 아닌 다른 요소를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자 창의적인 사고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만약 특정인이 자신의 공부방식과 이현세의 경험 사이에서 많은 공통점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는 아마 진정으로 공부를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 사명감이 있다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고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외국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자막을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자막을 만드는 일을 놀이로 생각하고 즐긴 것이죠. 이들은 영상물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나오는 대사를 모두 암기하고 따라 합니다. 당연히 그들은 뛰어난 외국어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시험성적을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대학시절 활동했던 록밴드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저는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기타를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이들은 정말 좋아서 배우려는 사람들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에 시작하는 사람들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 경우 후자는 악기를 배우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악기를 배우는 과정이 고되기 때문입니다. 처음 기타를 배울 때는 굳은살이 박혀있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 끝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픕니다. 진정으로 악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이에 몰입하는 사람만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죠. 정말 좋아하면 아픈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하나라도 더 연습하기 바쁠테니까요.


즐길 수 없는 공부는 생명력이 짧습니다. 물론 목표를 갖고 괴로움을 견디며 미래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태도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공부하는 사람이 즐겁지 않다면 삶이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을 한 번 바라봅시다. 그들은 즐거울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이 문제를 아이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공부를 하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목적은 그 다음이죠. 아이들은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이를 삶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를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열심히 한 결과로 성공을 만들어내는 경우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이런 목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먼저 나부터 그런 자세를 가지게 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내 모습을 보고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울 것입니다. 이현세는 이런 자세를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 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일부인 '학부모의 진짜공부'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서평단을 오늘까지 모집하오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참여하기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서평단 참여하기


더 많은 글과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세상의 모든 공부 - 세모공'을 찾아주세요^^ (인문학 이북 4권 무료 다운 가능)


카페 바로가기 클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