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의석 Aug 29. 2016

자기주도학습 vs 엄마주도학습

공부의 성과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요즘 교육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자기주도학습'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이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아 계획을 세우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것을 알아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을 수 있고 이런 성향은 학습자의 공부효율을 향상시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다른 사람을 위해 공부하는 것보다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더 좋습니다. 학교에서 시키는 일을 할 때는 수동적으로 움직이며 성과가 좋지 않은 아이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무서울 정도로 눈빛을 반짝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습니다.


공부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학습자가 특정한 지식을 익혀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는 것입니다. 공부를 통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설정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립니다. 당연히 전자가 학습 성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이를 강제적으로 만들어주려고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소위 말하는 엄마주도학습이지요. 아이들을 믿고 기다리며 학습법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아이들과의 대립관계가 형성됩니다. 특히 이런 성향은 완벽주의자적 성향을 지닌 부모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나도 이렇게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이를 아이에게 적용하지만 효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 무언가를 강요받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주관이 뚜렷한 경우라면 거의 대부분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지 않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학부모의 접근방식에 따라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잘 길러낸 학부모의 공통분모를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 화목한 가정환경을 유지하고 아이와 깊이 대화를 나누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부 일정을 짜는 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죠. 만들어진 계획을 지시하는 엄마와 계획을 스스로 짜도록 도와주는 엄마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현명한 엄마는 계획을 짜는 것을 도와줄 때도 아이를 귀찮게 하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공부는 습관입니다. 공부를 포함해서 지금 우리를 만든 것은 바로 습관의 힘입니다.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들의 몸은 좋아지고, 책을 열심히 읽은 사람은 현명해집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우등생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비록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공부가 몸에 배어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에서 문제를 잘 푸는 요령은 배우지만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선수들이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는 것처럼 학생들 역시 올바른 습관을 갖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엄마주도학습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엄마가 학생의 수업 및 공부 일정을 모두 짜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죠. 이때 엄마는 아이가 생각만큼 잘 하지 못하더라도 절대 비난하면 안됩니다. 아이가 실제로 잘 못했다고 해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오히려 반감이 커집니다. 데일 카네기가 쓴 인간관계론에는 "꿀 한 방울이 쓸개즙 한 통보다 훨씬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부정적인 피드백 보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학부모에게는 아이의 장기적인 비전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아이가 무엇을 하게 될지 초등학교 시절에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저 역시도 초등학교 시절의 꿈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전혀 다릅니다. 또한 학생 때 공부를 못했던 열등생이 성인이 되어서도 열등생이란 법은 없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다른 사람이 주도하는 학습방식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지도해야 할 경우 세세한 것까지 터치하기보다는 내가 지도하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격려하길 원합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엄마주도학습의 의미가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주도학습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부모가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지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파르타 식으로 철저한 계획에 따라 기준에 충족하는 아이들을 만들어내고 있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개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21세기는 사람들의 창의력 하나만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엄마주도학습은 창의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제가 쓴 책 중 일부인 '학부모의 진짜공부'의 내용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더 많은 글과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은 제가 운영하는 카페인 '세상의 모든 공부 - 세모공'을 찾아주세요^^ (인문학 이북 4권 무료 다운 가능)


카페 바로가기 클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